▲ <동물원 동물은 행복할까?> 로브 레이들로
책공장더불어
수족관에 사는 벨루가의 폐사율이 높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도 여러 번 입증된 바 있다. 야생상태의 벨루가는 50년까지도 살지만 수족관의 벨루가는 30살을 넘기는 일이 거의 없다. 수족관에서 번식된 벨루가의 폐사율은 65퍼센트에 달한다.
작년 미국에서는 수족관 벨루가의 부고가 줄을 이었다. 2월 올랜도의 씨월드에서는 '나눅(Nanuq)'이라는 이름의 벨루가가 다른 벨루가와 싸우다 턱에 상처를 입었는데 염증이 생겨 죽었다. 같은 해 10월 조지아 아쿠아리움에서는 스물 한 살의 암컷 벨루가 '마리스(Maris)'가 '돌연사'했다.
아쿠아리움 측은 마리스의 건강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고 말했다. 11월에는 샌안토니오 씨월드에서 불과 두 살짜리 벨루가 '스텔라'가 폐사했다.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에 따르면 스텔라는 1993년부터 샌안토니오 씨월드에서 폐사한 열 세 번째 벨루가였다.
<동물원 동물은 행복할까>는 야생동물보호운동가인 저자가 세계 동물원을 1000번 이상 탐방한 기록이다. 알래스카에서 어미를 잃고 고아가 된 후 멕시코 동물원의 푹푹 찌는 콘크리트 방에 갇힌 북극곰. 새장 모양의 우리에 갇혀 사는 재규어. 저자는 충분한 공간도, 시간을 보내며 할 일도, 자연스러운 행동을 표출할 자유도 없는 곳에서 동물이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가능한지 되묻는다.
특히 저자는 북극곰, 코끼리, 고래류, 영장류를 동물원에서 전시하기 부적합한 종으로 꼽는다. 단지 '생존'하기 위해서 광활한 공간과 외부 자극이 필요하고, 무리 안에서 사회적 관계를 맺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답을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저자는 다른 기후에서 온 동물 대신 원래부터 그 지역에 서식하는 동식물을 볼 수 있는 동물원이나 멸종위기 동물을 보호·번식해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센터 등을 이상적인 동물원의 모습으로 제시한다. 동물원이 존재해야 한다면 '동물이 필요로 하는 것을 가장 중요히 여기는 동물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도움이 필요한 야생동물들이 많다. 망해버린 동물원의 곰은 굶어 죽기 직전이고, 불법으로 사육되다 압수된 원숭이는 갈 곳이 없다. 동물들이 끊임없이 죽어나가는 동물원, 수족관 대신 야생동물보호소가 필요한 이유다. 사람에게 이용당하다 결국 갈 곳이 없어진 동물들을 보살피고, 관람객들에게는 동물을 보호하는 마음을 심어줄 수 있다.
"야만적이고 잔인한 짐승은 창살 뒤에 있지 않고 창살 앞에 있다."스웨덴의 문호 악셀 문테의 말이다. 그러나 나는 동의하고 싶지 않다. 수조 앞에 서서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좋아하는 아이들의 본성은 야만적이고 잔인하지 않다. 아기 때 엄마 품에서 납치되어 좁은 수조에서 죽어간 벨로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분명 아이들은 눈물을 흘리며 슬퍼할 테니까.
야만적인 것은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멸종위기 동물을 새끼도 낳기 전에 야생에서 포획해 씨를 말리는 대기업의 민낯이다. 잔인한 것은 '사람 먹고 살기도 바쁜데'하며 불편한 현실을 애써 외면하는 어른들의 마음이다.
이번 주말, 동물원으로 수족관으로 주말 나들이를 계획했다면 집을 나서기 전에 아이와 함께 앉아 이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파란 유리벽 안의 벨루가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보다 훨씬 더 소중하고 값진 경험으로 남을 것임을 확신한다.
동물원 동물은 행복할까?
로브 레이들로 지음, 박성실 옮김,
책공장더불어, 2012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4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