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경기도 안산에 있는 한 파견회사에서 대형 전자회사의 파견노동자 임금과 정규직 전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선대식
다른 조에서는 더 잔인한 일도스물아홉 살의 김아무개씨는 3년 년 전에 겪은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좌절감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 김씨는 2013년 9월 이곳에 파견노동자로 들어갔다. 고졸 출신으로서 번듯한 정규직 자리를 구하기 어려웠던 그에게 이곳 입사는 운이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일한 지 3개월도 안 돼 잘렸다. 그해 11월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가 일했던 라인의 C조에서 파견노동자만 모두 잘렸다. A조에서는 더 잔인한 일이 벌어졌다.
"A조 조장이 파견노동자만 모이라고 했어요. 파견노동자들에게 가위바위보를 시켰어요. 여기에서 진 사람만 해고했어요. 친한 형도 해고됐는데, 큰 충격을 받았죠."누군가는 파견노동자라는 이유로 잘렸고, 또 다른 누군가는 가위바위보에서 졌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쫓겨났다.
"정규직 되려고 눈치봐가면서, 남들 쉴 때 일했어요. 일하면서 언제 잘릴지 몰라 불안했는데, 결국 해고됐잖아요. 저도 그렇고, 그때 해고된 사람들은 말 한마디 못하고 받아들였어요. 그때 너무 암담하고 힘들었어요."그는 그 뒤로 절대 파견노동자로는 일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외할아버지 장례식 끝까지 보고 오면 '해고'"스물여덟의 유아무개씨는 2014년 이 회사에서 잘렸다. 그는 하루 12시간씩 현미경으로 연성회로기판을 검사하는 일을 맡았다. 한 달에 두 번 쉬었다. 일은 고됐다.
하루는 회사에 출근하려는데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유씨는 조장에게 연락해 이 사실을 알렸다.
"외할아버지 장례식을 도와드려야 하고, 발인까지 보려면 3일 동안 회사에 못나올 것 같아요.""3일 무단결근이면 자동 퇴사야."유씨는 당황했다.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회사에 못나가는 데 어떻게 결근이냐"라고 반문했지만, "남자들도 예비군 훈련을 가면 자동퇴사"라는 답이 돌아왔다.
유씨는 외할아버지의 발인을 보지 못하고 출근했다. 이튿날 아침 조회 때 조장은 다른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유씨를 부른 후 혼쭐을 냈다.
"외할아버지가 죽었는지 안 죽었는지 어떻게 알아. 할아버지 돌아가셨다고 안 나오면 그만이야?"유씨는 언니로부터 외할아버지의 사망신고서를 팩스로 전달받아 조장에게 제출했다. 서러운 눈물을 흘렸다. 그는 이런 수모를 겪으면 6개월을 버텼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온 것은 결국 해고였다.
어느 날 퇴근하려는데, 파견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허무함이 몰려왔다.
"내가 왜 여기서 일했을까."파견노동자들의 바람은 이뤄질 수 있을까지난 2013년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가 파견노동자 623명을 대상으로 파견노동 실태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46.5%가 "향후 근무기간을 예상할 수 없다"고 답했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고용불안 탓이다.
또한 이전 직장에서 퇴사한 사유를 물어보니, 낮은 임금(23.5%)과 구조조정(17.4%) 순이었다. 이들이 바라는 것 역시 임금인상(48.1%)과 고용안정(34.9%)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고용안정이라는 파견노동자들의 바람은 이뤄질 수 있을까.
최근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는 조선산업에는 파견노동자처럼 간접고용 비정규직인 사내하청 노동자가 많다. 지난달 경남 거제의 삼성중공업에서 일하던 서른여덟의 한 사내하청 노동자는 일감이 줄어 회사에서 나왔다. 세 아이의 아빠였던 그는 이튿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세상은 아직 파견노동자를 비롯한 간접고용 노동자에게 가혹한 곳이다.
한편, 이 전자회사 인사과 관계자는 "공장에는 본사 직원 700명과 사내하청 소속 파견직원 1000명이 일하고 있다"면서 "파견과 관련된 일은 사내하청의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가위바위보 해고'와 같은 일은 사내하청에서 일어난 일"이라면서 "본사는 사내하청과 관련된 일에 개입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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