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경남시민행동 대표 "<판도라>, 우리 현실과 맞아"

박종권 탈핵경남시민행동 영화 감상 소감 밝혀... "정치인들이 많이 봐야"

등록 2016.12.18 16:15수정 2016.12.1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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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핵)발전소 사고를 다룬 영화 <판도라>는 우리한테 현실이 될 것인가? 박종권(65) 탈핵경남시민행동 대표는 "너무나 우리 현실과 맞아 떨어진다"며 "무엇보다 정치인들이 영화를 보고 공부를 좀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영화를 두 번이나 봤다. 그는 개봉 첫날(7일)에 이어 지난 12일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회원들과 함께 극장을 찾았다. 그는 "영화는 너무 현실적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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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권 탈핵경남시민행동 공동대표. ⓒ 윤성효


그는 "영화에 보면, 원자력발전소장이 바른 소리를 한다. 원전에는 엄청난 부품이 많고 점검을 하려면 최소 6개월부터 1~2년이 걸리는데, 두세달만에 졸속으로 점검을 끝내고 재가동하게 된다고 했다"며 "지금 우리 현실과 같다"고 했다.

또 영화에서 "원전의 부당성을 지적한 보고서를 비서를 통해 대통령한테 알린다든지, 그렇게 했다고 해서 비서를 경질한다든지, 그야말로 바른 소리를 못하도록 하는 공직사회의 문화를 보였다"고 그는 설명했다.

박 대표는 "영화를 보면 원자로 폭발을 막기 위해 바닷물을 넣어야 하는데, 비싸기에 못하게 하는 장면이 나온다"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났을 때 처음에 그랬다. 도쿄전력 임직원들이 반대했던 것이다. 나중에 해수를 넣었지만 그 때는 늦었다. 그런 장면들이 현실감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원전이 위험한데 정부는 계속 확대 정책을 편다는 내용이 나온다. 우리 현실과 꼭 같다"며 "현재 우리나라에는 원전 25기가 있다. 그 중에 1기는 상업운전은 아니지만 핵연료만 넣으면 가동할 수 있다"며 "그런데 우리는 계속 원전을 짓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가 핵단지가 되는 것"이라 우려했다.

대피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영화에 보면 원전 사고가 났는데도 대책이 없고, 그냥 멀리 도망가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영화에서 보듯이 그런 상황이 되면 고속도로는 그야말로 주차장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경우, 한 군데 원전은 사고가 나면 주민들을 대피시킬 수 있는 도로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폐쇄한 사례가 있다"며 "우리는 원전 사고가 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은 대형 사고 가정부터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전사고는 그야말로 재앙이라는 것. 그는 "영화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원전 사고가 나면 지하수나 농수축산물이 방사능이 오염된다. 사람이 어떻게 안 먹고 살 수 있다. 오염된 음식을 먹고 피폭되는, 엄청난 재앙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또 그는 "피폭이 되면 사람은 암에 걸리고, 기형아를 출산하게 된다. 피폭이 되면 결혼도 못하고 파혼 사유가 되기도 한다"며 "그야말로 사회적으로 엄청난 재앙이다. 자식이 피폭되면 그 부모의 마음은 어떻겠느냐.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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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판도라>의 포스터. ⓒ NEW


"산업체 전기낭비부터 막아야"

영화 관람객들의 반응도 살폈다. 그는 "영화를 본 사람들이 카톡이나 페이스북 등에 올린 글을 보니 '슬프다'거나 '무섭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원전을 하면 안된다는 의사표시를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 소비 절약을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은 원전 가동을 중단하면 전기 사용을 못하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현재 우리나라는 전기가 남아돈다"고 했다.

그는 "현재 우리 전력 설비는 1억kw 규모다. 그 중에 7000kw 정도 쓴다. 우리나라 원전을 다 가동해서 나오는 전기는 2200만kw다. 그렇다면 원전 다 없애도 전기가 모자라지 않는다는 것"이라 설명했다.

"원전을 없애면 가스발전 하면 된다. 가스발전 단가가 kw당 126원으로, 원전과 60원 차이다. 한 가정에서 300kw를 쓴다고 할 경우 한 달에 1만 8000원을 더 내면 되고, 그러면 원전 없애도 된다"고 덧붙였다.

산업체의 전기 절약을 강조했다. 그는 "가정용에 비해 산업체 전기요금이 싸다. 그렇다 보니 산업체가 전기를 펑펑 쓴다. 산업체 전기 사용비율을 보면 우리나라가 독일의 두 배 규모다"라고 했다.

이어 "산업체 전기요금을 현실화하면 전기 절약기술이 많고, 또 그 분야가 발전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산업체의 전기 낭비부터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호주의 경우 처음에는 전기요금이 싸니까 소비가 너무 많았다. 그래서 5년 동안 50% 정도를 올렸다. 그러니까 전체 전기 소비가 15% 가량 줄었다"며 "우리나라에서 전기 사용량을 15% 줄인다면 원전 다 없애도 된다"고 말했다.

정치인들의 영화 보기를 호소했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오는 28일 영화 <판도라>를 감상할 예정이다. 박종권 대표는 "박 교육감이 영화를 보기로 한 것으로 안다. 정치인들이 많이 봐야 한다"며 "창원시의회 의장한테 이메일을 보내놓았다"고 말했다.

최근 창원시의회는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 등의 내용이 담긴 건의안이 상정되었지만, 표결 끝에 부결되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반대표를 많이 던졌던 것이다.

박 대표는 "지방의원들이 이 영화를 많이 봤으면 한다. 원전 공부를 해야 한다"며 "온 국민이 많이 보는데 왜 정치인들이 안 보는지 모르겠다. 눈을 감지 말고 떠서 현실을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진 이야기도 했다. 박 대표는 "<판도라>는 4년전부터 기획되었다고 한다. 그 때는 우리나라는 지진 걱정이 없을 때다. 그런데 얼마 전 경주 등에서 지진이 발생했다"며 "그런 차원에서 감독의 통찰력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지진이 나면 원자로만 중요한 게 아니고, 관련 시설물 모두가 중요하다. 배관이라든지, 배관을 연결하는 케이블도 중요하다. 원전 시설은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는 게 없다"며 "취수구만 파괴되어도 끝장이다. 지진이 나면 원자로 이외의 다른 시설도 걱정인 것"이라 덧붙였다.

그는 "최근 원전은 내진설계가 강도7이지만 이전에는 강도6.5"라며 "지진 학자들은 우리나라에 강도 8까지 온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진도 7과 8은 하늘과 땅 차이다. 한반도에 지진 징조가 심상찮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원전 사고 #판도라 #박종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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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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