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관광명소? 발길 뜸한 경인 아라뱃길

사람보다 갈매기가 더 많아... 수공 "4월초까지 보수할 것"

등록 2017.04.01 20:33수정 2017.04.02 01:03
0
원고료로 응원
[기사수정: 2일 오전 1시 3분]

경인 아라뱃길이 개통한 지 올해로 6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관광객의 발길은 뜸하다. 지난 지난달 26일 아라뱃길이 시작되는 경인항에는 사람보다 갈매기가 더 많았다. 관리가 소홀한 시설들은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었고, 곳곳에 해묵은 쓰레기들도 눈에 띄었다.

저조한 이용객에 터미널은 '한산'

아라뱃길 유람선 이용객 수는 예상치에 턱없이 못 미쳤다. 아라뱃길 개통 전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연간 유람선 이용객 수를 60만여 명으로 예상했지만, 지난해 유람객 이용객 수는 약 13만 명에 그쳤다. 예상치의 20%에 머무른 셈이다.

이렇듯 방문이 뜸하다 보니, 상점들도 입점을 꺼리고 있다. 터미널에는 음식점 1곳과 편의점 1곳만이 영업 중이었다. 터미널 내에는 군데군데 임대 광고가 나붙어 있었다. 간판이나 내장재가 그대로 남아있는 곳들도 있었다. 장사가 되지 않아 입점했던 상점들이 철수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라뱃길 여객터미널 1층의 모습. 내장재가 그대로 남아 있는 점포 앞에 임대 광고가 걸려 있다. ⓒ 정현우


여객 터미널 하늘정원은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흔적이 역력했다. 바닥칠이 벗겨져 있는가 하면, 계단에 깔아놓은 대리석 조각도 떨어져 나간 지 오래 돼 보였다. 제설함 안에는 이용객이 투기한 쓰레기가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아라뱃길 여객터미널 제설함 안에 있는 쓰레기들 ⓒ 정현우


전망대선 고철 쓰레기, 직원 흡연까지


그나마 전망대가 위치한 아라타워는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아라타워 전망대는 낙조 풍경으로 유명한 정서진에 있다. 하지만 아라뱃길로 개발되면서 경관이 달라졌다. 23층 전망대에 올라서보니, 바다보다 더 눈에 띄는 건 화력발전소와 부두 위 고철 쓰레기였다. 이렇다 할 설명이나 안내물도 없다 보니, 전망대를 둘러보는 데에는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고철 쓰레기 처리가 한창인 부두 위 모습. 비산먼지 가림막도 없이 쓰레기들이 그대로 노출돼 있다. ⓒ 정현우


전망대 꼭대기인 24층에는 레스토랑이 성업 중이었다. 수년 전 드라마에 소개된 장소라는 홍보물도 곳곳에 붙어 있었다. 하지만 레스토랑 직원들은 전망대 테라스에서 아랑곳하지 않고 담배를 피웠다. 테라스를 지나던 이용객들은 짙은 담배 연기에 눈살을 찌푸렸다. 테라스 한쪽에는 도시가스 단자도 있어, 자칫 담뱃불이 옮겨붙으면 대형 화재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됐다.

전망대 테라스에서 흡연 중인 레스토랑 직원들 ⓒ 정현우


군데군데 쓰레기... 인공섬은 속살 드러내

아라타워 앞에는 '아라빛섬'이라는 이름의 인공섬과 수변공간도 조성돼 있었다. 하지만 강한 바닷바람을 몇 년간 맞다 보니, 덮여있던 흙과 모래가 날아가 군데군데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곳곳에는 쓰레기들이 숨어 있었고, 떨어진 표지판이 나뒹구는 곳도 있었다.

공원 안에 나뒹구는 표지판 ⓒ 정현우


불을 피워 고기를 굽거나, 나물을 캐는 사람들도 있었다. 모두 아라빛섬 내에서는 금지된 행위다. 문제는 공원 면적이 넓은 데 비해, 외부를 순찰하는 관리인이 없다는 것이다. 가로등도 많지 않아, 해가 지면 위험한 일이 일어나도 도움을 받기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안내문만 서 있을 뿐이었다.

함상공원도 관리가 안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함상공원은 2011년 퇴역한 해경 함정 '1002함'을 리모델링한 곳이다. 배 곳곳이 녹에 슬어 페인트칠이 벗겨져 있었고, 해경들의 실제 임무 수행을 보여주기에는 자료가 너무 적었다.

바람에 흙이 벗겨지면서 속살이 드러난 인공섬 ⓒ 정현우


시민들 "볼거리도, 놀거리도 없다"

이곳을 방문한 관광객들은 주로 가족 단위였다. 하지만 현장을 방문했을 때 가족들이 다함께 즐길 수 있는 놀거리는 없어보였다.

그러다 보니 여객터미널이나 아라빛섬에는 거의 관광객이 없었고, 아라타워에만 잠시 머물렀다가 떠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자연스레 유동인구도 없게 돼 모든 면에서 관광지로서는 낙제점이었다.

두 자녀를 데리고 왔다는 윤영규(39, 서울 가양동)씨는 "기껏 먼 거리를 왔는데 할 게 없다"면서 "1시간 정도 둘러보다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자전거로 이곳을 지나던 박수한(46, 서울 신수동)씨는 "자전거 타러 오기에는 좋다"면서도 "관광지라고 하기에는 주변에 놀 것도 없고, 교통도 불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수공 "현장 확인 거쳐 4월 초까지 보수할 예정"

이처럼 방치된 아라뱃길 관광지에 대해 수자원공사 측은 "보수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아라뱃길 관계자는 31일 기자와 통화에서 "3월 15일부터 전체 시설물을 점검 중이었는데 몇 군데 문제점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 같다"면서 "현장 확인을 거쳐 4월 초까지 보수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아라뱃길 사업을 위해 수공에 지원한 예산은 2015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1903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처럼 거액의 예산을 지원받고도, 평소에 시설 관리에 소홀했던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는 아라뱃길이 '관광객이 찾고 싶은 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인천시와 김포시 등 아라뱃길이 지나는 지자체들도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성화 방안을 고민 중이다. 하지만 수공 측은 재정 문제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라뱃길 여객터미널 앞에 위치한 기념비. 이명박 대통령은 여기서도 '녹색 미래를 향한 물길'을 강조했다. ⓒ 정현우


실제로 아라뱃길 활성화 대책으로 수변공간 개발방안이 거론되지만, 대부분 그린벨트로 묶여있어 개발이 난망하다. 게다가 용역 결과 수익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나와, 자금이 궁한 수공 측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수공은 채무 이자로 연간 4천억 원가량을 납부하고 있다. 한강과의 연계 개발도 한강 오염을 우려한 서울시의 반대로 난망한 상황이다.

결국 아라뱃길은 '잘못 끼운 단추'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업성에 대한 장밋빛 전망은 개통 5년 만에 잿빛 전망으로 밝혀졌다. 놀거리도 먹거리도 없는 관광지에 굴포천 환경오염 우려까지, 사업비 2조 2천500억 원은 제대로 쓰여진 것일까.
#아라뱃길 #경인항

AD

AD

AD

인기기사

  1. 1 [단독] 대통령 온다고 축구장 면적 절반 시멘트 포장, 1시간 쓰고 철거
  2. 2 '김건희·윤석열 스트레스로 죽을 지경' 스님들의 경고
  3. 3 5년 만에 '문제 국가'로 강등된 한국... 성명서가 부끄럽다
  4. 4 플라스틱 24만개가 '둥둥'... 생수병의 위험성, 왜 이제 밝혀졌나
  5. 5 '교통혁명'이라던 GTX의 처참한 성적표, 그 이유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