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가뭄에 타들어가는 농심

당진, 농업용수뿐만 아니라 생활용수까지 빨간불

등록 2017.06.02 15:21수정 2017.06.0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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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염해를 입어 노랗게 변한 모 간척지에 위치한 논에 심은 모. 뜨거운 햇볕에 농민들이 '개불'이라고 부르는 이물질도 많이 낀 상태.

염해를 입어 노랗게 변한 모 간척지에 위치한 논에 심은 모. 뜨거운 햇볕에 농민들이 '개불'이라고 부르는 이물질도 많이 낀 상태. ⓒ 최효진


충남 서해안 지역의 봄가뭄이 멈출 줄을 모르고 있다. 여름철 마른장마까지 예상되는 가운데 특별한 비소식이 없어 농업용수는 물론 공업용수와 주민 생활용수 공급까지 빨간불이 켜졌다.

염해에 떨고 있는 간척지 농민들

당진의 경우 삽교천 물을 끌어다 농업용수로 쓰고 있기 때문에 충남 남서부 등의 지역에 비해서는 상황이 비교적 나은 편이다. 하지만 간척지에서 모내기를 하고 있는 농민들은 모를 내면서도 한숨이 그치질 않았다. 당장 모를 내기는 하지만 높은 염도가 걱정이다.

고대에 살고 있는 한 농민은 "논바닥 염도를 재 보고 깜짝 놀랐다. 양수장 물의 염도는 예년보다 대략 2배 이상 높다. 논바닥 물의 경우에는 염도가 더 높을 수밖에 없으니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농민은 "이런 상태로 열흘 이상 비가 오지 않는다면 모를 내는 것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 비가 100mm 이상 며칠 시원하게 와주면 모든 것이 해결 되겠지만 모내기철에 그런 비를 구경한 게 언제인지도 기억나질 않는다"라고 푸념했다.

이앙기로 모내기를 하고 있던 한 젊은 농민은 "일단 삽교천 물이랑 합쳐서 물을 대고 있으니 모내기는 가능하다"면서 "일단 모를 낸 것들은 어떻게든 살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미질과 수확량이다. 양질의 쌀을 생산하는 당진에서 비가 충분히 오지 않는다면 브랜드 신뢰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수량이 풍부해 논에 댄 물을 계속 갈아 줄 상황이라면 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럴 형편이 못된다. 인근 대호호의 저수율이 23.3%(2일 기준)이기 때문이다. 작년 5월 대호호 평균 저수율은 83.8%였다.


당진 대부분의 논에 용수를 공급하고 있는 삽교호 역시 작년 5월 평균 저수율은 93.5%에 달했다. 하지만 2일 현재 저수율은 26.9%에 불과하다. 다만 석문호만이 100% 이상의 저수율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측은 석문호 인근 주변 농지가 줄어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부지역 용수, 대청댐물로 전환


보령댐의 저수율이 바닥을 치면서 당진은 비상체제로 돌입했다. 보령댐의 물을 들여오고 있는 행정배수장은 당진읍내와 석문지역 한국농어촌공사 소유 지역에 용수를 공급하고 있었다. 하지만 보령댐의 저수율이 10% 전후를 기록할 정도로 수위가 낮아지면서 지난 1일부터는 석문과 한국농어촌공사 소유 지역의 용수는 대청댐물로 전환했다. 특히 하루 15,000톤 정도의 보령댐물을 사용하던 당진화력의 공업용수 역시 대청댐물로 전환했다. 대청댐의 2일자 저수율은 53.1%이다.

문제는 봄 가뭄 현상뿐만 아니라 물부족의 고질화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당진은 두 곳의 취수원에서 공급 받는 광역상수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이유로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두 곳 모두 문제가 생길 경우 지역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

합덕 지역 등은 다행히 자체적인 급수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당진 시내는 상황이 다르다. 지난 2011년 광역 상수도 체계로 개편되면서 용연취수장은 문을 닫았다. 당시 당진시는 수질 악화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이면을 보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개발이 제한되어 상습적인 민원이 일었던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개발을 위해 자체적인 취수체계를 포기했었다고 비난 받을 수 있는 지점이다.

이런 우려에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올해 초 당진시 수도과는 자체적으로 용연취수장 복원을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비용이 300억 원이 넘어가는 것으로 나오자 수도과에서는 용연취수장 복원은 고려 대상에서 제외했다.

봄가뭄이 지속되고 매년 비슷한 일의 되풀이가 예상되면서 당진시는 용연취수장을 복원하는 것까지 고려하고 물 아껴 쓰기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다. 당진시는 매달 약 200만톤의 물을 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로서는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덧붙이는 글 당진신문에도 송고한 기사입니다.
#가뭄 #농업용수 #보령댐 #염해 #공업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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