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투여와 비만과의 상관관계, 있다"

[서평] 바버라 내터슨-호러위츠, 캐스린 바워스의 〈의사와 수의사가 만나다〉

등록 2017.08.16 16:32수정 2017.08.16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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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책겉표지 바버라 내터슨-호러위츠, 캐스린 바워스의 〈의사와 수의사가 만나다〉

책겉표지 바버라 내터슨-호러위츠, 캐스린 바워스의 〈의사와 수의사가 만나다〉 ⓒ 모멘토

영국 견종 코커스패니얼이 두꺼비를 핥는다면 왜 그런 걸까요. 그것은 두꺼비 피부에 있는 환각 유발성 독소에 취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그 독소에 취하면 개는 방향감각을 잃고 꾸벅꾸벅 졸다가 흐리멍덩해진다고 합니다. 마치 사람이 환각에 취한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가 하면 독일 견종 셰퍼드에게는 유전성 신장 종양아 발생하기도 하고, 젖 분비가 많은 비글과 닥스훈트는 젖소와 염소처럼 유방암에 걸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살충제가 많이 사용되는 환경에 노출된 개는 방광암과 림프종이 발생하기 쉽고, 베트남에서 활동했던 군용견들은 고환암 발생 비율이 높았다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개들도 피부 악성종양인  '흑생종'이 생긴다고 합니다.

"소유주를 표시하기 위해 쇠붙이로 된 도장을 섭씨 150도에서 300여 도까지 가열해 가축의 살에 찍었을 때 이 영구적인 낙인, 즉 고온으로 인한 화상 흔적의 주위에 종양이 자랄 수 있다. 이른바 신체개조를 위해 자신의 몸에 낙인을 찍는 사람들도 낙인찍힌 소처럼 상처 부위에 암이 생길 위험성이 커진다. 문신조차도 희귀한 종류의 피부암과 관련될 수 있다."(본문 56쪽)

"젖 분비를 일찍부터 시작하여 오랫동안 계속하는 동물이 유방암의 위험에서 어느 정도 안전해 보인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로울 뿐 아니라, 인간의 여성에서 모유 수유와 유방암 위험 감소 간의 관련성을 보여주는 역학 자료에 상응하는 것이기도 하다."(본문 75쪽)

"항생제를 쓰면 적은 먹이로도 동물을 살 찌울 수 있다"


바버라 내터슨-호러위츠, 캐스린 바워스의 <의사와 수의사가 만나다>라는 책에 나온 내용입니다. 이 책은 개를 비롯한 소와 염소와 닭과 같은 모든 반려동물은 물론이요, 그 밖의 야생 동물들에 관한 문제점과 질병들을 인간과 비교해 다룹니다. 짐승의 낙인과 인간의 문신이 가져오는 문제점과 짐승의 유방암과 여성의 유방암에 관한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주장을 폅니다.

가끔씩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유인원들이 서로 털을 손질하고 이나 벼룩이나 진드기를 잡아주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 인간에게는 '과잉 그루밍'처럼 보일 수 있다고 하지만, 이 책에 따르면, 그런 행위는 영장류만 하는 게 아니라 포유류들도 하고, 심지어는 물고기의 세계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라고 알려줍니다.


놀라운 것은 인간들도 그런 '과잉 그루밍'에 익숙하다는 것입니다. 다이애나 비가 면도날로 자신의 넓적다리를 긋는 행동도 일종의 그런 그루밍이었고, 일주일 동안 캠핑을 다녀온 뒤에 따뜻한 물로 샤워할 때 느끼는 쾌적함과 즐거움도, 그리고 미용실이나 의상실 같은 데서 한껏 보살핌을 받을 때 느끼는 흡족함도, 그런 본능적인 그루밍에 속한다고 하죠.

"항생제를 투여하면 먹이를 덜 주고도 동물을 살찌울 수 있다. 항생제가 살찌는 것을 촉진하는 정확한 이유는 아직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럴듯한 가설 하나를 소개하면, 항생제가 동물의 위장관 안의 미생물상(相)을 변화시켜서 칼로리 추출 전문가인 미생물 무리가 창자를 지배하게 된다는 것이다. 소화기관이 여러 개의 위로 구성된 소뿐만 아니라 사람과 좀 더 비슷한 위장관을 지닌 돼지와 닭도 항생제의 영향으로 살이 찌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을지 모른다."(본문 242쪽)

가축 농장에서 질병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쓰는 항생제가 동물을 살찌우는 역 기능의 문제점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유인 즉 장 속에 기생하는 여러 미생물군집이 균형을 이루며 살아야 하는데, 항생제 남용으로 인해 그 균형이 깨지는 까닭에, 그로 인한 비만 역병을 일으킨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 인간의 몸 속에 사용하는 항생제의 경우도 결코 다르지 않다고 하죠.

2005년 봄 UCLA 심장 전문의인 바버라 내터슨-호러위츠가 로스앤젤레스 동물원의 책임 수의사와 함께 황제타마린 원숭이의 심장을 살펴보던 것을 계기로, 인간의학과 동물의학을 아우르는 여정이 시작됐습니다. 이후 수백 명의 수의사와 야생생물학자 그리고 의사들의 폭넓은 협력으로 '주비퀴티 프로젝트'가 탄생했고, 그 결실의 결과가 바로 이 책이라고 합니다.

이 프로젝트의 연구 결과는, 심부전이라든지 뇌종양, 관절염, 유방암, 우울증 등 수많은 질병이 사람과 동물에게서 함께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그 증상이나 발병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하죠. 이전까지는 의사와 수의사들이 협력치 못했지만, 이 책을 계기로 앞으로는 보다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두 종 사이의 공통점을 밝혀내고 그에 따른 정보들을 통해서 모든 생명체에게 더 많은 이로움을 제공하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의사와 수의사가 만나다> / 바버라 내터슨-호러위츠, 캐스린 바워스 / 이순영 옮김 / 모멘토 / 2만2000원 / 2017.07.17.

의사와 수의사가 만나다 - 인간과 동물의 건강, 그 놀라운 연관성

바버라 내터슨-호러위츠.캐스린 바워스 지음, 이순영 옮김,
모멘토, 2017


#의사와 수의사가 만나다 #바버라 내터슨-호러위츠 #항생제가 비만 역병 #과잉 그루밍 #쇠붙이 낙인 도장 문신 피부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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