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교부리는 모글리와 어색한 가을이
박혜림
새로운 길친구들도 생겼다. 길고양이들은 상황에 따라 영역을 바꾸기도 한단다. 배는 하얗고 등은 까만 고양이, 조르바는 옆 동네로 자리를 옮기고 모글리와 헤이즐 부부가 나타났다. 태어난 지 1년도 안 된 이 아이들은 우리 빌라 앞이 꿀밥자리라는 것을 알아차리자마자 다른 고양이들이 얼씬도 못하게 만들고 하늘땅별땅찜콩을 해버렸다.
아침마다 모글리(남편)는 우리집 현관문 앞에 얌전히 앉아 있다가 산책에 나서는 가을이와 내 앞에서 배를 보이며 갖은 애교를 부린다. 헤이즐(새댁)은 멀찍이서 바라보며 맛난 조반을 기다린다. 점심에도 저녁에도 가을과 나는 이 애들과 인사하느라 참 즐겁다.
하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책에 대한 진정성 있는 소감을 들을 때 가장 기쁜 게 사실이다.
'... 또한 이 글은 감동을 강요하지 않는다. 흔히 반려견을 키우는 분들의 오버 액션이나 요란스러움이 없다. 감정의 과잉도 없고, 반려동물에 대한 무작정의 연민도 없이, 담백하게 사실 그대로를 썼다. 슬픈 상황이 오면 되도 않는 유머를 던지며 피해간다. 그러나 현실은, 자신의 생활을 송두리째 바쳐 가을이를 돌보고 있다. 그것을 작가는 잘 모른다. 그래서 감동했다.' - <내일도 가을이야> 리뷰 중.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가을이 이야기를 읽고 이렇게 공감해주고 있었구나. 고맙고 또 고맙다. 가까운 사람들의 의외의 평을 듣기도 한다. 네가 가을이를 이 정도로 신경 쓰는 줄 몰랐다, 가을이가 이 정도로 아프고 힘든지 몰랐다 같은. 말은 그저 말로서 흘러갔는데 글이 비로소 그들에게 가 닿았나 보다. 이 또한 힘이 되는 공감이다.
또 반려동물에 대해 잘 몰랐다는 분들의 깨달음(?)도 듣는다. 자식에게 느끼는 사랑을 동물에게도 똑같이 느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거만큼이나 마음을 많이 써야한다는 걸 알았다 같은. 인간은 인간에게만 큰 사랑과 큰 정성을 주는 게 아니라는 것을 나도 가을이와 스밀라, 길친구들을 통해 배웠다.
끝으로, 내 책을 내 입으로 광고하는 이 자리에 만성신부전3기인 가을이의 식단을 알리고 싶다. 출간 후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의 보호자로부터 문의를 많이 받았다. 가을이는 단백질, 칼슘, 칼륨, 인 섭취를 제한해야 하기에 처방사료와 처방약을 평생 먹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들에만 의존하기엔 맛은 물론이고 영양도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검색해보면 신장에 좋다는 보조제와 식단의 정보들이 무수한데 그 중에서 내 아이의 상태에 맞는 적절한 것을 결정해야 한다. 나는 가을이에게 신선한 채소(고구마, 감자, 단호박, 당근), 과일(사과, 배)을 갈아 우엉물에 섞어 죽처럼 만든 후 찻숟가락으로 떠먹인다.
아마씨유와 꿀을 소량 넣기도 하고 항산화제와 관절보조제도 첨가한다. 너무 질지도 되지도 않게 만들려면 재료의 비율을 잘 고려해야 한다. 가을은 썩 내키진 않지만 이것을 먹고 나면 속도 편하고 변도 부드러워진다는 걸 알고 못이기는 척 한 그릇을 다 받아먹는다. 제 기능을 잃은 신장이지만 그나마라도 꾸준히 유지하는 게 우리의 관건이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들이 이 겨울을 잘 보내고, 내년 봄도 건강히 맞을 수 있기를 빈다. 그럴 수 있을 것이다.
내일도 가을이야 - 유기견 가을이.방랑묘 스밀라.비지구인 그녀의 애정행각 반려생활기
박혜림 지음,
헤르츠나인,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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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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