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파정 전경건너편 석탑에서 본 석파정 풍경이 그윽하다.
김종길
김흥근과 흥선대원군장동 김씨는 어떤 가문이었을까. 사실 장동 김씨의 선대는 선원 김상용, 청음 김상헌, 문곡 김수항, 몽와 김창집 등으로 모두 당대를 주름잡았던 덕망과 명망이 있는 인물들로 가득했다. 장동 김씨라 불린 것은 김조순 때에 이르러서였다.
김창집의 5대손인 김흥근에게 김조순은 당숙(5촌)이었다. 김조순은 글에 능했고 일처리가 능란하며 후덕하다고 일컬어졌다. 그러나 그의 자손 대에 이르러 탐욕과 교만, 사치에 빠져 외척으로 나라를 망치는 화근이 되었다. 세상 사람들은 오직 '장김'을 알아도 국가가 있는 줄은 알지 못한다고들 했다.
김조순이 예전에 살았던 곳은 경복궁 북쪽 창의문 아래 자하동(紫霞洞)이었다. 지금의 종로구 효자동, 창성동 일대이다. 자하동은 북악산과 인왕산 사이에 있어 계곡과 숲이 그윽하고 고요하여 성 안과 비할 수 없이 좋았다.
자하동을 줄여 '자동'이라 부르기도 하고, 빨리 불러 '장동(壯洞)'이라고도 했다. 김조순이 임금의 장인이 되어 조정의 권세를 잡고 장동에서 교동으로 이사를 했다. 이때부터 국권을 쥐고서 3대에 걸쳐 국혼을 맺었는데, 외척이 이토록 번성한 적은 우리나라에서 일찍이 없었다. 이 때문에 안동 김씨를 '장김(壯金, 장동 김씨)'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