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해탈해탈 6개월 시절
이선민
이런 개물림 사고가 생기면 '큰 개'에 대한 세간의 공포와 혐오는 증폭된다. 뉴스에서 사람이 개한테 물려 죽는 영상을 본 사람은 밖에 나와 길에서 비슷한 크기와 종류의 개를 보면 공포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반려인과 비반려인 사이의 갈등의 골은 점점 더 깊어진다.
물론 관련 법 개정 등의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겠지만, 나는 개물림 사고의 본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 개 식용이 빨리 종식되길 바란다. 더는 아무도 이 땅에서 개를 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들과 교감하는 해탈이
이런 사회적 현상 때문에 개들과 산책하다 보면 속상한 일을 더러 겪는데 그건 '큰 개는 문다. 위험하다'는 사회적 편견에 직접적으로 노출될 때다. 산책 중 만나는 어린이 친구들은 개들을 보고 "멍멍이다" 하며 두 팔 벌려 반가워하는데 곁에선 어른들이 먼저 아이들을 제지하고 나설 때가 있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이 안전한 범위에서 우리 개들과 인사하며 지내게 하고 싶다. 아이들이 이런 경험을 많이 하면 앞으로 사는 동안 동물들과 조금 더 쉽게 친해질 테니까.
게다가 우리 해탈이 같은 경우는 사람을 워낙 좋아한다. 썰매 끌던 개의 유전자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해탈이는 인간과 교감하는 걸 무척이나 즐긴다. 해탈이는 산책 중에 자신을 반기는 사람을 보면 그쪽으로 나를 막 끌고 간다. 하지만 대부분의 양육자들은 겁에 질린 얼굴로 아이를 잽싸게 안아 든다.
이해한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는 거다. 개인적인 생각이나 내가 리드줄을 확실하게 잡고 안전한 거리에 있으니 개를 한 번쯤 경험하게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생긴다. 그렇게 하면 아이도 자연스레 생태학적 감성을 기를 테고 해탈이 역시 사랑받는 경험을 하고 서로에게 좋을 테니까. 물론 모든 대형견 견주가 그런 것은 아니니 쌍방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은 필수다.
가끔 개들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양육자와 어린이 친구를 만날 때가 있는데 그러면 나는 기꺼이 무릎을 땅에 대고 앉아 아이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한다. "이 친구는 지구 북쪽에 살고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며 썰매를 끌던 친구야. 그리고 이 친구는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제53호 진돗개 품종의 개인데 원래는 집을 지키던 친구들이지. 그래서 허스키인 해탈이는 사람을 무척 따르고 진돗개인 복주는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성향이 있어. 그러니까 혹시라도 멍멍이 친구를 만져보고 싶다면 사람을 좋아하는 허스키 친구의 등을 만져 주는 게 어떨까?" 그럼 아이들은 좋아서 팔짝팔짝 뛴다.
이렇게 아이들과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면 종종 재밌는 대답도 들을 수 있다. 한 번은 운동장에서 만난 한 어린이 친구에게 "추운 나라 출신인 허스키 친구들이 한국까지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우리 친구 생각은 어때요" 하고 물으니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가 생각하는 듯 잠깐 눈동자를 굴리더니 "러시아랑 우크라이나랑 전쟁을 하고 있으니까 그때를 틈타서 도망 나온 거 같아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