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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100일인데, 밝혀진 게 없어... 시민 관심 절실"

[현장] 이태원참사 100일 집중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 이상민 사퇴 촉구 1인 시위 나선 유족

등록 2023.01.30 12:24수정 2023.01.30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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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이주영씨 아버지 이정민씨가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와 윤석열 대통령의 공식 사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파면, 오는 4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100일 추모대회에 함께 해 줄 것을 호소하며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유성호

 
30일 오전 서울 광화문 북광장 정부서울청사 앞. 영하의 칼바람을 뚫고 대부분의 시민들이 출근을 마친 시간, 검은 모자와 검정색 점퍼, 검정 신발 차림의 이정민씨가 홀로 청사 건물 앞에 섰다. 10.29 이태원 참사로 딸인 고 이주영씨(29)를 잃은 이씨는 이날 1인 시위 피켓을 손에 들었다. 그는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부대표를 맡고 있다.

그가 장갑도 끼지 않은 채 들고 선 이 피켓에는 "이상민 행안부장관 사퇴하라! 그날의 진실 우리가 찾겠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오는 2월 4일로 예고된 이태원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 일정이 적혀 있었다. 이날은 유가족들이 희생된 가족들의 영정을 안고 이태원 시민분향소에서 광화문 북광장까지 행진하기로 예고된 날이다. 

"이상민 '정무적 책임도 있어야 묻는다'한 윤 대통령, 그 말 못 지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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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이종회 노동당 공동대표, 김예원 녹색당 공동대표,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와 윤석열 대통령의 공식 사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파면, 오는 4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100일 추모대회에 함께 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 유성호

 

이태원 참사 유가족, 1인 시위에 나서게 된 이유? ⓒ 유성호

 

이 부대표는 1인 시위 시작에 앞서 열린 이태원참사 100일 집중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에서 여전한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특별수사본부 수사와 국정조사를 통해 의혹을 밝혀내고 모두 일상으로 돌아가 희생자를 위한 추모에 전념하길 기대했지만, 기대는 절망으로 바뀌었다"면서 "유가족들은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고통에서 벗어나 살기 위해 내 가족의 억울한 죽음의 원인을 밝히려 한다"고 말했다. 이 부대표는 동시에 정쟁으로 성과 없이 종료된 국정조사를 언급하면서 "특별조사기구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위해 많은 괌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이태원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이 되는 오는 2월 5일을 앞두고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및 더불어민주당, 기본소득당, 녹색당 등 정당 관계자들이 이상민 장관 사퇴와 특별조사기구의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였다. 

국조위원으로 참여했던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은 (이상민 장관을) '정무적 책임도 책임이 있어야 묻는다'고 했는데 국조를 통해 이 장관이 재난안전법을 안 지키고 관련 매뉴얼을 따르지 않았음이 분명히 드러났다"면서 "책임을 물을 때가 왔지만, (윤 대통령이) 스스로 본인 말을 지키지 않는다면 이 장관을 국회가 탄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당 중 가장 많은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독립적 진상기구를 위한 입법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조에서 밝히지 못한 수많은 진실과 가족 분들이 알고 싶으신 것들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를 위해 독립적 진상기구를 말씀하셨는데, 이것도 국회에서 입법으로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청사, 국회, 대통령실 앞에서 1인 시위 나서는 유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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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이종회 노동당 공동대표, 김예원 녹색당 공동대표,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와 윤석열 대통령의 공식 사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파면, 오는 4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100일 추모대회에 함께 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 유성호

 
1인 시위 시작 10여 분 뒤 취재진 카메라가 하나 둘 빠지기 시작할 무렵, 이씨의 눈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참을 응시하던 이씨의 눈에서 소리 없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 내렸다. 1인 시위 중 이 부대표는 <오마이뉴스>와 만나 "일상으로 정말 돌아가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의 거듭된 "원인을 규명해 또 다른 참사 가능성을 대비 해야 한다"는 부탁은 '다시 참사가 반복될 수 있다'는 불안에 기인하고 있었다. 유가족들은 참사 발생 100일 하루 전인 2월 4일 시민 추모대회를 앞두고 30일부터 2일까지 정부서울청사를 시작으로 국회와 용산대통령실 앞, 서울 각지에서 추모대회 참여를 호소하는 1인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래는 이 부대표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 어떤 마음으로 1인 시위에 나섰는지.

"참사 이후 100일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저희가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어요. 마음을 다잡고 정말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이제는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100일 추모제를 준비하기 위해 광화문 북광장으로 나오게 됐습니다."

- 2월 4일 이태원 시민분향소부터 이곳 광화문 북광장까지 유가족들이 희생자들의 영정과 함께 행진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시민들의 참여를 요청했는데.

"이 참사는 우리 유가족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모든 시민이 알아야 합니다. 두 번 다시 참사가 일어나지 않으려면 시민 여러분의 관심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시 참사가 반복되고, 대한민국은 참사 공화국이 되고 말 것입니다. 그래서 시민 분들께서 조금만 관심을 가져주십시오. 정부가 참사를 대하는 행동과 태도가 어떤가를 보시게끔 하기 위해 많이 참여해주시길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 진상규명이 부족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선 국정조사와 특별수사본부 수사 이후에 또 다른 특별조사기구까지 필요하느냐는 주장도 나옵니다.  

"저희가 가장 안타깝고 답답해 하는 부분입니다. (참사) 현실을 보여준 것만으로 전부 끝난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진실 되게 문제가 파헤쳐지고, 그 문제가 밖으로 드러나야 그때야 끝나는 것입니다. 지금은 모든 것들이 보여주기식으로만 진행되고 끝났습니다. 냉정하게, 이태원 참사가 어떤 원인으로 발생했는지 물어본다면 아무도 모를 것입니다. 그런 부분을 명확히 밝혀야만 향후 또 다른 참사를 막을 수 있습니다. 

원인을 알아야 또 다른 참사를 막기 위한 대비를 할 수 있습니다. 국회와 다른 기관들이 차후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계속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서, 이 원인을 파헤치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무도 정치적으로 정쟁에 휘말리지 않는 독립 조사기구를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이상민 #이태원 #행정안전부장관 #이태원참사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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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이 기사는 연재 이태원 압사 참사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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