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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유학생에 '동남아 티 난다'... 이래서 인권조례 필요하다

[위기의 충남인권조례, 해법은 ④] 이주민에게 인권조례는 '안전벨트'

등록 2023.03.22 09:49수정 2023.03.2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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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발의로 어렵게 제정된 충남 인권 기본조례와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될 위기에 처해 있다.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릴레이 기고를 통해 인권조례를 폐지하자는 이들의 주장을 검토하고, 인권조례가 만들어온 변화와 성과, 한계를 살핀다. 나아가 다양한 지역민의 목소리를 모아 인권조례가 지자체 행정과 시민의 삶에 뿌리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기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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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20일 오후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2022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념대회에서 이주노동자 및 참석자들이 인종차별 근절과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충남인권조례 폐지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우선 그 조례로 인해 안전은 보장받고 있는 이들을 위한 선택은 아닌 게 분명하다.

나는 한국에 살고 있는 이주민이다. 한국에 아주 오래 살았음에도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나를 외국인 보듯이 본다. 이런 경험을 매일 같이 겪는 건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주민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 유학생 등 한국에서 살아가는 이들 중 '완벽한 한국인'에 조금이라도 부합하지 않는 이는 한국 사회에서 살기가 힘들다.

한국에서 20년 동안 지낸 나 역시 그렇다. 길을 걸을 때나 대중시설을 이용할 때나 시선을 받고는 한다. 동물원의 원숭이가 이런 기분이지 않았을까 종종 생각한다. 이주민이 겪는 불편함은 단순히 타인의 시선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나는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고는 하는데, 가끔 내가 한국어를 못 할 줄 알고 나에 대한 이야기를 내 앞에서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요즘 한국에 외국인이 너무 많아지고 그들이 본인들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등의 이야기부터 몸매나 얼굴을 평가하고 성희롱적인 어투를 일삼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때 지적을 하면 대게 이런 반응이다. '어... 한국어 할 수 있을 줄 몰랐어요. 죄송해요.' 내가 한국어를 하지 못 하면 그런 말을 들어도 된다는 것인가?

내 친구들이나 주변인들의 상황도 많이 다르지는 않다. 2015년 메르스 유행 시기 때 사람들이 자기를 노골적으로 피했다는 중동권 출신 지인이 있다. 식당을 갔을 때 어린아이가 자신에게로 다가와 낙타와 메르스 얘기를 하면서 실례를 범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의 보호자들은 제대로 된 사과도 않고 아이를 저지하지 않았단다.

베트남에서 온 친구의 일상도 평화롭지는 않았다. 유학생인 그 친구는 한국어 실력도 수준급이나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러 가서 무례한 말들을 들은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동남아 사람인 게 티나 난다', '손님들이 안 좋아할 수도 있다'라는 이유로 자격이 충분한 이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권조례를 폐지한다는 것은 이주민들이 붙들고 있는 끈을 잘라버리는 행위다. 충남도민인권선언과 인권기본조례는 우리 이주민이 선주민과 같은 사람으로 존중받는 안전벨트이며 최소한의 방어를 보장하는 인권 울타리의 개념이다. 나를 지켜주는 울타리가 허물어져 허허벌판에 남는다면 그 두려움과 그로 인해 오는 공격은 이주민이 감당해야 한다.


우리는 살아남고 싶은 게 아니라, 살아가고 싶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충남청소년인권연합회(인연) 활동가였으며 지금은 천안에서 일하고 있는 청년입니다.
#충남 #인권조례 #이주민 #차별 #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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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인권교육활동가모임 부뜰,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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