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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 습지 수달의 집... 수달가족의 삶을 지켜주세요

[주장] 수달을 비롯한 야생의 친구들이 살 수 있도록... 하천 개발행위 최소화해야

등록 2023.03.31 12:19수정 2023.03.3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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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의 집이 있는 금호강 반야월습지의 아름다운 모습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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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목격되는 수달의 배설물. 이를 통해 적지 않은 수달이 금호강에 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대구 금호강에 적지 않은 수달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필자는 오랜 기간의 금호강 생태조사를 통해서 확인했습니다. 금호강 전 구간에서 수달의 배설물과 수달이 온몸을 부비며 논 흔적을 목격했습니다. 수달을 금호강의 깃대종(flagship species, 특정 지역의 생태계를 대표할 수 있는 주요 동·식물)이라 불러도 될 정도로 금호강 곳곳에서 수달의 흔적이 자주 발견됩니다.

수달은 보통 일정한 영역을 정해 구간 별로 단독 생활하는 특성이 있다는 것에 비춰볼 때, 대구 42km 구간에 적지 않은 수의 수달이 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것은 다시 말해, 멸종위기종인 수달이 안정적으로 살 정도로 금호강의 생태환경이 많이 개선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금호강에는 수달의 먹이가 되는 물고기가 많고, 아직 공사가 많이 되지 않은 자연하천 구간이 많아 수달이 집을 짓고 살 만한 곳이 많이 남아있다는 것입니다. 멸종위기종인 수달이 머물러 살 만한 곳이 금호강이란 것이지요.

반야월습지 수달의 이층집, 행동 양태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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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 반야월습지에서 발견된 수달의 집. 잉어의 뼈와 수달의 배설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필자는 많은 구간 중에서도 반야월습지에 살고 있는 수달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곳 수달의 집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며칠 전 그 소식을 전했습니다(관련 기사: 연초록빛 금호강에서 '수달의 집' 발견하다 https://omn.kr/238ij ).

그리고 그 수달의 집에 무인카메라를 설치했습니다. 수달의 평소 행동 양태가 어떤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25일과 28일 두 차례 무인카메라를 설치해서 수달의 행동 양태를 살폈습니다.

회수한 카메라 메모리카드 안에는 수달의 많은 정보가 담겨 있었습니다. 이곳 수달은 철저하게 밤을 이용해 움직이고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낮시간에는 전혀 움직임이 없었고, 주로 밤에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줬습니다. 
 

수달의 화장실 ⓒ 정수근

   
영상을 보니 수달은 2층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복층 구조의 집에서 잠을 자는 등 생활은 위층에서 하고 아래는 화장실로 주로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즉 평소 생활하는 공간은 윗층이고, 배설은 아래 내려와서 같은 장소에 배설하는 아주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예상과는 달리 한 마리가 아니고 세 마리가 함께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번식기를 제외하고는 보통 단독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주 이례적인 모습이 포착된 것입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이에 대해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한상훈 박사는 "아직 새끼를 거느리고 있는 어미가 있을 수 있다. 세 마리가 함께 있다면 아직 새끼를 어미가 키우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진단해줬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미와 새끼 두 마리가 함께 생활하고 있는 '수달 가족'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수달 가족 ⓒ 정수근

 
이처럼 적지 않은 수의 수달이 금호강을 기반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반야월습지 수달의 이층집의 이들 새끼들도 곧 독립을 해야 합니다. 그럴 때 이들이 독립할 양호한 하천들이 많이 남아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새끼들이 그곳으로 안전하게 독립할 수 있을 겁니다.

새끼 수달 안전하게 독립하려면... 하천 개발행위 제한돼야

그런데 지금 전국 하천의 상황은 아주 좋지 않습니다. 하천정비사업이니, 생태하천사업이니 하면서 그럴듯한 명분들을 내세워서 하천의 공원화 사업을 급격히 벌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로 산책길이나 자전거길을 조성하고 야구장과 축구장에 최근에 파크골프장이 마치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이들 공사에는 호안공사가 수반되기 때문에, 자연하천 구간이 사라지고 콘크리트 블록을 쌓아버리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수달이 집을 지을 수가 없고, 결국 수달이 살 수가 없게 됩니다. 수달 뿐 아니라 다른 생물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전국의 하천에서 지금 이와 같은 개발사업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천연기념물 수달의 생태 환경을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하천 개발행위가 널리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대구 금호강도 예외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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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산책길과 자전거도로를 내겠다는 구간이다. 보시다시피 산과 강이 이어진 생태적으로 아주 중요한 공간이다. 이런 공간에 산책길을 내겠다는 건 인간의 탐욕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대구시와 각 구청에서 각종 개발사업들을 진행시키고 있고, 금호강을 지키고 보호해야 할 주체인 환경부가 금호강을 개발하는 사업을 준비 중인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대구시는 홍준표 시장의 금호강 르네상스 개발 공약으로, 북구청은 파크골프장 건설로,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산책길과 자전거길, 슈퍼제방 공사 등을 들고나오고 있습니다.

철저한 인간 편의 위주의 개발사업들로, 야생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금호강(대구 구간)은 수달과 얼룩새코미꾸리와 같은 12종의 법정보호종 야생동물이 살고 있고, 포유류, 조류, 어류만 해도 모두 150여 종에 이르는 다양한 생명들이 살고 있는 하천입니다. 즉 금호강은 이들 야생생물의 집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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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원앙이 살고 있는 이곳은 금호강 팔현습지입니다. 금호강은 이들 야생생물들의 집입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강은 이들 야생생물들이 인간의 각종 개발행위를 피해서 마지막으로 숨어든 곳입니다. 이들이 쫓기고 쫓겨 마지막으로 마실 물과 하천숲이 있어 몸을 숨길 공간이 있는 이곳에 정착해서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인간은 마지막 남은 야생생물들의 서식처인 이 하천마저 내어놓으라고 윽박지르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러나 지구별은  인간만을 위한 공간은 아닙니다. 이들도 이 지구별에서 안전하게 살 권리가 있는 생명들이기 때문입니다.

인간과 야생의 조화로운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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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 팔현습지의 아름다운 모습. 이곳은 야생생물들의 집이다. 야생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존의 길이 모색돼야 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야생생물들이 마지막 집인 하천만큼은 인간이 손을 대선 안되는 영역이라 생각합니다. 야생생물들이 강과 하천에서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해주고 인간은 제방 같은 곳에서 멀찍이서 그들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정도가 딱 적당합니다. 그렇게 조화를 이뤄 살면 될 것입니다.

더 이상의 개발은 탐욕일 뿐입니다. 여기서 더 개발하면 반드시 부작용이 생겨날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 인간이 살기 위해서도, 하천의 개발행위는 제한되어야 합니다. 그 선은 지켜야 합니다.

하천은 바로 우리의 식수원이기 때문입니다. 식수원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개발행위는 제한돼야 하고, 야생동식물들이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의 미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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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와 백로와 물닭이 평화롭게 노닐고 있는 이곳은 금호강 팔현습지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더불어 공존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 홀연히 나타난 반야월습지의 수달 가족이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21세기 화두인 공존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수달을 비롯한 많은 야생의 친구들이 금호강을 비롯한 전국의 하천에서 평화롭게 살게 되기를 간절히 희망해보면서 금호강 반야월습지 수달의 이층집 탐색기를 마칩니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 지난 15년간 낙동강을 비롯한 우리 하천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하천은 야생생물들의 마지막 은신처이자 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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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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