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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호의적 상대만 고르는 '윤석열 스타일' 진단

[정치인을 위한 대중소통전략] 윤 대통령의 소통법, 무엇이 문제일까

등록 2023.04.24 04:56수정 2023.04.2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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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윤석열' 채널 첫 화면. ⓒ 유튜브 '윤석열' 채널 갈무리

 
유튜브 내 대통령실 공식 채널 '윤석열'에 가보면, 정말 다양한 콘텐츠들이 게시돼 있다. 개별 국정 운영 현장과 대통령의 동정을 녹화한 비디오들도 많고, 취임 후 지난해 11월까지 진행됐던 출근길문답(도어스테핑) 영상도 61회까지 쌓여 있다. 요즘 MZ세대뿐 아니라 전 연령대에 걸쳐 사랑받는 숏폼도 수십 개를 훌쩍 넘는다.

이같은 대대적 홍보활동은 온라인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 이란 메시지로 제작된 '10대 성과' 광고는 광화문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초대형 스크린을 포함해서 전국 146곳 전광판에서 상영 중이다. 결국 온라인·오프라인을 망라한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홍보 및 소통은 최소한 양적으론 적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런 활동이 대통령 국정지지율에 대한 전체 변수가 될 순 없겠지만, 많은 에너지와 비용을 쏟아붓고 있음에도, 왜 지지율은 20~30%대 박스권에 갇혀 있을까. 소통 전반에 대한 솔직한 진단이 필요해 보인다.

국민들은 국정 지지 관련 부정평가의 이유로 '소통'을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하고 있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일곱 번이나 언급했다는 '미래세대'들은 가장 원하는 리더의 유형으로 '소통 잘하는' 리더를 단연 꼽고 있으니 말이다. 현재 진행 중인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소통과 관련해 소통의 기본원칙에 근거해 몇 가지 이슈를 지적한다.

첫째, 내게 호의적일 누군가를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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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이차전지 국가전략회의 주재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차전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첫 번째, 최근 대통령·대통령실이 수행하는 소통은 전형적으로 '상대를 고르는' 소통이란 점이다. '서로 통하고 이해함'이란 궁극적 목적을 위해 소통이 운명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불확실성' 변수를 처음부터 무시해 버리는 행동이다.

소통하는 자의 책무인 '서로 이해하고 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과정을 온전히 무시한 채 단순한 '만남'만 할 뿐이다. 상대방을 고른다는 것은, 어차피 소통을 통해 당사자들이 쌓아야 하는 라포(Rapport, 상호신뢰관계)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어차피 내가 선택한 상대, 내게 호의적일 누군가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데엔 아무런 돌발 변수가 없다. 의견이나 시각의 다름도 기대하기 어렵다. 어차피 다른 의견을 말하긴 어려운 상황인데, '서로 통하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소통의 과정은 약속에도 없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나 대통령이라는 압도적인 위계가 존재하는 만남에서 사전적 의미의 '소통'이 일어나길 기대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로 보인다. 대통령·대통령실이 상대를 고르는  습관은 꽤 오래 전부터 관례화되고 있다. 결정적인 시기는 출근길문답이 멈춘 직후가 아니었나 싶다.

당시 G20 참석 차 발리로 향하던 전용기에서, 대통령은 전체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회견 대신 2개 언론사의 기자만 '골라 불러' 만남을 가졌다. 당시 일부 비판 분위기가 있었지만, 언론을 향한 그 이상한 소통법에 대해 지속적으로 지적하는 언론은 없었다. 그 이후 상대를 고르는 기조는 더욱 노골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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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5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오이카와 쇼이치(老川祥一) 요미우리신문그룹 대표이사·회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한 단독 인터뷰를 조간신문 1면 머리기사로 실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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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9일 <로이터>에 게재된 윤석열 한국 대통령 인터뷰 기사. 이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학살이라든지,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 '살상 무기 지원 고려'를 시사했다. ⓒ 로이터 누리집 갈무리

 
2023년 새해를 맞는 대통령의 정국 구상과 주요 메시지는 언론 중 유일하게 <조선일보>로만 들을 수 있었다. 상대로 선택받은 <조선일보>는 시리즈 기사로 화답했다.

올해 3월 진행된 한일정상회담 시기엔, 심지어 우리 언론이 싹 무시되고 일본 매체인 <요미우리>가 우리 대통령의 속내를 속속 전해줬다. 지난해 이후로 정식이든 약식이든 질의응답을 제대로 못했던 한국 언론에게 <요미우리>는 어엿한 '취재원'이 돼버렸다. 한국인 대부분에게 심리적 역린인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사항과 제3자 변제를 골자로 하는 강제동원 배상안과 관련한 우리 정부의 계획을 듣고 놀라긴 했지만, 이런 중요한 사항을 일본 언론 그것도 대표적 우익성향의 신문을 통해 들었다는 자괴감도 없지 않았다.

대통령실이 언급한 것처럼 그렇게 '고뇌에 찬 결정'이었다면, 차라리 직접 당사자들인 우리(국민)에게 혹은 우리 언론을 모아놓고 소통하는 쪽이 훨씬 적절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우리 가족에 대한 중대 결정을 남의 가족이 들려주는 상황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4월 26일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최근에도 유사한 방식은 또다시 반복됐다. <로이터>와 우리 대통령이 단독 인터뷰를 진행한 것.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전쟁 상황 속에서 추후 상황에 따라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할 수도 있다는 '우리' 대통령의 결단을 외국 통신사를 통해 듣게 됐다. 중국-대만의 양안 문제에 대한 우리 대통령의 원칙을 들려준 것도 한국 언론이 아니었다. 러시아와 중국이 우리에게 표시한 적대감과 위협은 잠깐 논외로 하더라도, 일단 이같은 대통령의 소통 방식은 매우 이상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우리'가 뽑은 '우리' 대통령이 생각하고 결정하는 사항들을, '해외' 언론사들이 먼저 듣고 걸러서 '우리' 언론에게 제공하는 이상한 형국이기 때문이다.

둘째, '전달하는 지도자' 이미지만... 일방통행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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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6회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두 번째, 현재 대통령실이 하는 소통의 상당 부분은 '일방향'이다. 분명 소통이라고 이름 붙이긴 했는데, 대부분 청중과의 상호작용이 발견되지는 않는 사례가 많다는 뜻이다. 사실 지난해 출근길문답에서도 이같은 경향은 이미 발견되고 있었다. 초기 몇 차례 출근길문답이 진행된 뒤 어느 시점부터 대통령의 모두 발언 즉 일방적 멘트는 지속적으로 늘어만 갔다.

연이은 설화에 대한 참모들의 제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심지어 기자들의 질문이 한두 개에 그치는 날도 적지 않았다. 쌍방은 줄고 일방적 전달만으로 시간이 채워졌다는 의미다. 출근길문답이 완전히 멈춘 다음, 대중이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대통령의 소통은 대부분 잘 갖춰진 일방통행 스타일이었다. 각종 기념식 축사에서는 당연히 그랬으며, 생중계로 전달되는 국무회의 발언에서도 소통의 본질인 '서로 통하고 이해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심지어 현장의 참석자들도 대통령의 발언과 함께 고개를 숙인 채 뭔가 적는 모습만 보이는데, 하물며 영상으로 접하는 대중들이 그 모습을 보며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순 없다. 대중이 미디어를 통해 대통령을 천천히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위 상황을 빼고 거의 없음을 감안한다면, 일반 국민에겐 소통보다는 '전달이 익숙한 지도자'의 이미지만 강해진다.

최근 국정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부정평가의 이유로 지적된 사항 중 하나가 바로 '일방적, 독단적'이었다. 결과로만 판단해 보자면, 대통령과 참모들이 소통이라고 믿는 그 행위들이 대중에겐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셋째, 무조건 많이 만들어 알리는 게 만사형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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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월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세 번째 이슈는 제작된 콘텐츠에 대한 '밀어내기', 즉 푸시(Push) 전략만 과도할 뿐 대중을 끌어당기는 풀(Pull) 전략이 부족해 보인다는 점이다. 남녀노소가 따로 없는 유튜브 속 대통령 채널엔 홍보 콘텐츠들이 빼곡하다. 주제도, 길이도 다양한 콘텐츠들이 대중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업로드된 상당수 콘텐츠엔 대중을 실질적·심리적으로 머물게 하는 유인 요소가 많지 않다는 평가다. 재미있는 사진, 인상적인 스토리, 합리적인 메시지 등은 전형적으로 콘텐츠 중심의 푸시 전략에 주로 사용되던 요소들이다.

디지털 초기에는 푸시전략을 받쳐주는 요소들을 적절히 배합해 근사한 그림과 그럴듯한 메시지만 만들어 올려놓는 것으로도 충분했다. '넓게 알린다'는 홍보(弘報)의 뜻 그대로 무조건 만들어 되도록 많이 알리면 만사형통이란 믿음으로 말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디지털 시대엔 풀 전략, 즉 대중을 당기는 기술이 심각하게 요구된다. 반복적 노출보다, 정보 소비자들의 행동을 필사적으로 끄집어내 관여도를 높여 어떤 방법으로든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감정적이든 실제적이든 작지만 쏠쏠한 편익을 누릴 수 있는 이벤트를 기획할 수도 있고, 댓글을 다는 사용자와 관계의 형성을 도모할 수도 있겠다. 안보 등 갖가지 이유 때문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기 어렵다면 대통령실이 나설 수 있다. 참모진에게 필요한 건 홍보의 영어표현인 '퍼블릭 릴레이션(Public Relations)'에서 뒷부분 '관계'에 방점을 찍은 소통이어야 한다.

소통이 국정 지지의 모든 측면을 결정짓는 요소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어림잡아 지지율 수치의 반 이상은 결국 대통령과 대통령실 그리고 함께 떠오르는 여당이 대중과 어떤 소통을 하는가에 달려있다.

특히나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 등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우리 문화에선 더욱 그러해 보인다. 현재 대통령실 채널에서 사용 중인 대통령의 슬로건은 "국민이 불러낸 대통령"이다. 대중이 소통으로 불러냈다고 믿는다면,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소통으로 화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지금 용산은 어떤가.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가.
덧붙이는 글 글쓴이 유현재씨는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입니다.
#윤석열 #유튜브 #소통방식 #도어스테핑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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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수용자 중심 저널리즘과 미디어 활용에 대해 강의 중. 정치인들을 포함, 공적 영역에 있는 사람들이 과연 대중과의 소통을 얼마나 원활하게 하고 있는지 ‘소통감수성 ’이란 개념을 통해 설명 및 비판하고 있음. 세바시에 출연, “소통 감수성이란 무엇인가?”“미디어 시대, 우리가 건강하지 못한 이유”등을 주제로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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