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은행 건물 꼭대기에 걸린 세 개의 깃발. 왼쪽부터 바르셀로나 깃발, 스페인국기, 유럽연합 깃발
김연순
건물 맨 꼭대기에 스페인 국기, 바르셀로나 깃발, 유럽연합 깃발 세 개가 나란히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그래, 이게 바르셀로나지 싶었다. 스페인이면서 또 스페인이 아닌 지역 바르셀로나. 가슴이 두근거렸다.
유럽에 왔으니 에스프레소를
숙소인 호텔까지 걸어서 6분. 몇 달 전에 발목을 다쳐 많이 걷지를 못한다. 그래서 비싸더라도 어쩔 수 없이 숙소는 무조건 시내에서 가까운 곳으로 정했다. 구글 지도를 보며 이리저리 지나 예약해 둔 숙소에 도착했다. 다행히 나는 지도 보는 눈이 밝고 지도 보는 걸 재밌어 한다.
미리 연습해 둔 영어로 무난하게 체크인 하고 방으로 올라갔다. 드디어 우리 방이다. 깔끔한 하얀 침대에 열 십자로 벌러덩 누웠다. 편안했고 긴장이 사르르 풀리며 웃음이 절로 나왔다. 대충 짐을 정리하고 잠시 쉬었더니 허기가 밀려왔다. 저녁을 먹으러 카탈루냐 광장으로 나왔다.
바르셀로나에서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모인다는 람블라 거리가 길게 펼쳐져 있다. 차도를 양쪽으로 가운데 넓다한 보도가 있는데 보도 위 아름드리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준다. 땡볕에 있다가도 그늘에 들어서면 시원하다. 습기 없는 건조한 기후가 그리 만든다.
보도에 길게 상가들이 늘어서 있고 카페와 식당, 각종 간식거리들과 기념품 가게 점원들이 서로 오라며 손짓하고 있다. 중간중간에 빈 의자들도 있어 걷다 힘들면 앉기도 한다.

▲보케리아 시장
김연순
여행책자에서 본 보케리아 마켓이 눈에 보여 들어가 보았다. 입이 절로 벌어질 정도로 엄청나게 넓은 광장이 펼쳐져 있고 각양각색의 먹을거리들이 그득했다. 타파스, 올리브, 하몽 등 스페인의 대표적인 먹을거리 뿐 아니라 치즈, 생선, 육류 등 온갖 종류의 음식점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관자를 얹은 타파스
김연순
배가 고파 타파스 가게로 향했다. 타파스는 해산물, 고기, 채소, 치즈 등 각각의 재료를 간단히 요리해 작은 접시에 담은 음식을 말한다. 손으로 들고 한 두 번에 먹을 정도의 작은 크기다. 즐비한 타파스 가게 중 하나를 골라 자리잡고 앉았다.
메뉴판을 한번 훑어보고 진열되어 있는 타파스 종류도 보며 주문했다. 나는 관자와 버섯, 남편은 하몽이 들어있는 타파스를 먹었다. 음료는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 한 잔씩. 먹다보니 먹고 싶은 게 더 보여 두어 개 더 먹었다. 맛보려고 들어간 건데 배부를 때까지 먹어 버렸다.
다시 나와 람블라 거리를 따라 쭉 걸었고 걷다 보니 바르셀로나 해변에 이르렀다. 바르셀로나 해변은 지중해에 접해 있다. 해변 근처 작은 광장에 높은 탑이 보인다. 가까이 가 보니 탑 위에 동상이 있는데 바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다.

▲콜럼버스 동상
김연순
이사벨 (여)왕의 지원을 받아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는 스페인을 해상왕국으로 끌어올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스페인 경제부흥에 지대한 공을 세운 콜럼버스는 스페인에서 영웅 대접을 받는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 읽은 세계위인전집에도 콜롬부스가 있었고 그는 탐험가로서 위인으로 아직도 추앙받는다.
그러나 따지고보면 그는 아메리카 땅에서 오래도록 살아온 (원)주민들에게는 약탈자가 아닌가. 최근에는 콜럼버스에 대한 다른 시선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콜럼버스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번에).

▲바르셀로나 해안가
김연순
바르셀로나 해변엔 여유롭게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다. 데크에 눕거나 나란히 앉아 이야기 나누는 아이들을 보니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놀이기구에 줄에 앉아 겅중겅중 뛰는 아이들을 보면서도 내 마음에 평온이 햇살처럼 쏟아진다.
바닷가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유럽 대륙에 와서 아메리카노나 마시면 되겠나. 호기롭게 에스프레소를 주문해 마셨다. 물론 설탕 듬뿍 넣어서.
-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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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생태, 평화, 인권에 관심을 갖고 활동해 왔으며 현재 제주에 살고 있다. 섬과 뭍을 오가며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잇는데 시간을 보내는 삶을 만끽하는 중. '홍시'라는 별칭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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