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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욕장 흘러드는 하천에 오수, 악취 심각 "못 살겠다"

[현장] 이호테우해수욕장 연결 이호천에 오수 고여 썩어... '펌프장 역류' 원인 추정

등록 2024.08.09 17:11수정 2024.08.09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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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 8일 오후 제주시 이호2동 이호천에서는 원인 모를 이유로 오수가 흘러들면서 악취가 풍겼다.

지난 8일 오후 제주시 이호2동 이호천에서는 원인 모를 이유로 오수가 흘러들면서 악취가 풍겼다. ⓒ 제주의소리

 
연일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코를 찌르는 악취를 풍기는 오수가 제주도 이호천 하천으로 흘러나와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더위에 창문마저 자유롭게 열지 못한다는 하소연과 함께다.

해당 장소는 일주서로와 맞닿은 '이호천'으로 하류로는 무더운 여름 휴가철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 이호테우해수욕장과 연결돼 있어 환경뿐만 아니라 해수욕객의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하천을 뒤덮은 냄새는 8월 8일 오후부터 시작된 것으로 파악된다. 일주서로 아래로 설치된 우수박스에서 정체 모를 오수가 쏟아지면서 비릿한 냄새가 풍겨온 것.

하천, 오수로 추정되는 뿌연 물 고인 채 썩어
 
a  9일 오전, 뿌옇게 변해 악취를 풍기고 있는 이호천 현장.

9일 오전, 뿌옇게 변해 악취를 풍기고 있는 이호천 현장. ⓒ 제주의소리

 
9일 오전 취재 기자가 현장을 찾았을 때도 상황은 변함없었다. 기분 나쁜 냄새가 인근 주택가로 풍겨왔으며, 하천은 오수로 추정되는 뿌연 물이 곳곳에 고인 채 썩어 있었다.

엇비슷한 시간에 도착한 오수 수거 업체는 굵은 펌프 호스를 설치하며 작업을 준비 중이었다. 작업자는 호스를 오수가 고인 하천에 댄 뒤 기계를 작동시켜 오수를 빼내기 시작했다.

점점 하천에 고인 오수가 줄어드는 듯했지만, 양이 많은 탓에 한 번에 처리하지 못했다. 작업을 멈춘 뒤 오수 배출을 위해 처리장으로 이동하는 모습도 보였다.

하천 인근에는 도두하수처리장으로 연결되는 '오수맨홀펌프장'이 설치돼 있다. 작업자와 주민들은 펌프 고장 등이유로 하수처리장에 보내져야 할 오수가 역류한 것으로 추정 중이다.


관련해 주민들은 비가 많이 내릴 때마다 반복되고 민원을 넣어도 해결되는 것은 그때뿐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몇 년째 항의하고 시장 연두방문 때 이야기해봐도 도돌이표라고 했다.

"해마다 반복"... "해수욕장 관광객 많을 때인데 피부병 걸리면 어쩌냐"
 
a  주민들은 8일 오후 촬영된 사진 속 모습처럼 해당 우수박스에서 오수가 하천으로 유입됐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8일 오후 촬영된 사진 속 모습처럼 해당 우수박스에서 오수가 하천으로 유입됐다고 주장했다. ⓒ 제주의소리

 
이호천 인근에 거주하는 A씨는 "퇴근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하천에서 코를 찌르는 냄새가 풍겨왔다. 하천을 내려다보니 흙탕물처럼 뿌옇고 더러운 물이 가득했다"며 "더운 여름밤 창문을 열려고 해도 악취 때문에 도저히 문을 열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며칠 비가 내려서 물이 다 흘러내려가거나 희석되기 전까지는 냄새가 계속 난다"며 "몇년 전에는 장어가 무더기로 죽은 채 발견되기도 했다. 지금 해수욕장에 관광객이 많이 오는데 이러다 피부병이라도 걸리면 어떡하나 싶다"고 말했다.

몇 년 동안 반복되는 문제라고 주장한 다른 주민 B씨는 "3년 전쯤 장어가 죽어서 떠다녀 마을 관계자들이 상하수도본부를 찾아 항의한 적도 있다"며 "비가 올 때면 오수가 흘러나와 악취가 풍겨 주민들 고통을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화되지 않는 것들이 하천으로 흘러나오는 것은 큰 문제 아니냐. 악취도 심해 사람도 고통받는 데다 환경도 훼손되는 끔찍한 일"이라며 "해마다 반복되지만 말해봐도 그때뿐이다. 원인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탓인지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펌프장 역류" 등 원인 추정
 
a  9일 오전 오수를 빼내기 위해 호스를 가져다 대고 있는 작업자.

9일 오전 오수를 빼내기 위해 호스를 가져다 대고 있는 작업자. ⓒ 제주의소리

 
주민 민원이 접수되자 제주시는 펌프차를 보내 오수를 수거하는 등 땜질식 처방에 나섰다. 그러나 비가 올 때마다 몇 년 동안 반복적으로 고통을 받아온 주민들을 위한 근본적 해결책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관련 내용을 인지한 제주특별자치도 상하수도본부 역시 현장을 확인하는 등 원인 파악에 나섰다. 아직 정확히 판단할 수는 없지만, 오수를 수거한 현장 관계자는 "간이 펌프장 문제", 제주시 관계자는 "펌프장 역류"라고 추정했다.

비가 많이 내릴 때면 악취가 난다는 주민 증언을 미뤄볼 때 관로 문제거나 펌프장 설비 문제로 추정된다. 이 같은 일은 과거에도 발생한 바 있다. 지난 2021년 화북중계펌프장 바로 아래 화북천 하류에서는 오수가 쏟아진 바 있다.

당시 화북천에서는 오수와 우수가 가운데 벽을 두고 함께 흐르는 '합류식 관로'에 비가 많이 내리면서 우수가 오수관로로 넘치면서 문제가 생겼다. 양쪽 관로가 가득 차면서 오수가 섞인 물이 우수관로를 타고 바다로 흐른 것.

제주도 상하수도본부 관계자는 "펌프장 역류나 설비 문제로 오수가 유출된 것인지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즉시 현장을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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