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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사고 발생했는데, 청소차 발판 제거만 하면 끝인가"

민주노총 일반노조, 산재사망 발생한 양산시에 "안전하게 일할 권리 대책 마련" 촉구

등록 2024.08.14 10:44수정 2024.08.1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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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양산시가 청소차량의 발판을 제거한 뒤 작업자들이 많이 걷거나 차량에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면서 힘들게 작업하고 있다.

양산시가 청소차량의 발판을 제거한 뒤 작업자들이 많이 걷거나 차량에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면서 힘들게 작업하고 있다. ⓒ 일반노조

 
"청소차량의 발판만 제거한 지 한 달의 시간이 흘렀다. 역대 최악의 불볕 무더위 속에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노동자들의 업무 형태와 노동강도도 최악의 상황이다."

경남 양산에서 청소환경 위탁업무를 해오고 있는 노동자들이 호소했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일반노동조합(위원장 강동화)이 14일 오전 양산시청 앞에서 '생활폐기물 노동자 산재 사망 이후 대책 마련'을 촉구한 것이다.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노동자가 7월 11일 아침 청소차량 뒤편 발판에 타고 가다 떨어져 땅에 머리를 충돌했고, 인근 병원으로 후송되어 수술을 받은 뒤 혼수상태로 있다가 닷새 뒤인 16일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산재 사망 다음 날인 17일, 양산시는 위탁업체에 모든 청소차량의 발판을 제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인력은 충원되지 않았다. 발판 제거 뒤 환경노동자들은 이전 근무시간보다 하루 2~3시간 늘어나고, 15~25km 거리를 도보로 작업을 해야 한다고 했다.

작업자가 쉽게 오르내리며 탈 수 있도록 청소차량 뒤편에 붙인 발판은 도로교통법, 자동차관리법 위반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 노동자는 "쓰레기를 압축하는 특수장비가 설치된 5톤 수거차량의 높이는 지면에서 1.5m이다. 20~30m 거리마다 이동하며 수거해야 하는 문전수거 방식의 업무에서 차량을 타고 내리기를 수백 번 해야 하는 상황의 어려움이 있다"라며 "또한 타고 내리는 과정에서 발목 골절, 인대파열 등의 사고가 나타나고 있다"라고 했다.

다른 노동자는 "나이가 좀 있는 고령의 작업자는 차량의 높이가 높아 이마저도 어렵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걸어서 수거 업무를 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다 보니, 수거 시간은 기존보다 2~3시간 늘어났으며, 하루에 15~20km의 거리를 뛰고, 걸으며 수거 업무를 하다가 피로골절로 산재가 발생하고 있다"라며 "이렇게 얼마나 버틸지 알 수가 없는 현실이다"라고 했다.
 
a  민주노총 일반노조, 양산시청 앞 기자회견.

민주노총 일반노조, 양산시청 앞 기자회견. ⓒ 윤성효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위해 당장 근본적 대책을 수립하라"


일반노조는 회견문을 통해 "양산시는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노동자들의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위해 당장 근본적 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수거 차량 작업용 발판에 매달려 업무를 해오면서 여러 번의 근·골격계 상해가 있었으나, 이번 사망 사고는 우리 노동자들의 충격과 슬픔은 한 달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라고 했다.


이들은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차량의 발판 문제와 발판으로 인한 여러 사고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라며 "대행업체는 당연하고,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양산시도 모르는 일이 아니었다"라고 했다.

이어 "그동안 노동조합에서 발판 제거를 비롯하여 3인 1조 근무, 장비의 노후화 개선 등 수거 업무 안전에 관한 요구들을 지속적으로 해왔던 바, 이번 산재 사고가 더욱 안타깝고, 막을 수 있었던 인재 사고였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일반노조는 "산재 사망 사고 이후, 양산시는 그동안 수수방관하고 모른 척하던 차량의 발판 제거를 지시하여 업체들의 차량에서 발판이 제거된 부분은 그나마 진일보 한 부분이긴 하나, 발판 제거에 따른 업무 형태의 급격한 변화와 심화된 노동강도에 대해서는 관리 감독의 양산시는 여전히 근본적인 대책을 내지 못하고 있기에 우리 생·폐 수집·운반 노동자들이 느끼는 상실감과 어려움은 더 이상 견디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라고 했다.

대책 관련해, 이들은 "전문가들이 지적해 왔듯이 조수석에 타고 내리기가 쉬운 '한국형 청소차'의 보급이 시급하다"라며 "경남의 다른 시군에는 보급되어 가는 한국형 청소차의 양산시 보급률이 0%라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수 있겠느냐"라고 했다.

한국형 청소차는 운전석 뒤에 3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고 높이가 일반 차량보다 낮아 오르내리기가 편리하다.

또 이들은 "양산시는 도·농 복합도시로 수거 면적 또한 작지 않음에도 여전히 차량과 수거 인원의 부족함을 우리들은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다"라며 "한국형 청소차의 증차와 수거 인원의 증원이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대책이기에 당장 증차와 증원을 요구한다"라고 했다.

한편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노동자 산재사망과 관련해 창원고용노동지청 중대재해광역수사과에 양산시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13일 고발했다.
 
a  양산시가 청소차량의 발판을 제거한 뒤 작업자들이 많이 걷거나 차량에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면서 힘들게 작업하고 있다.

양산시가 청소차량의 발판을 제거한 뒤 작업자들이 많이 걷거나 차량에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면서 힘들게 작업하고 있다. ⓒ 일반노조

   
a  양산시가 청소차량의 발판을 제거한 뒤 작업자들이 많이 걷거나 차량에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면서 힘들게 작업하고 있다.

양산시가 청소차량의 발판을 제거한 뒤 작업자들이 많이 걷거나 차량에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면서 힘들게 작업하고 있다. ⓒ 일반노조

 
#청소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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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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