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보호판 없이 아스팔트로 덮어버린 사례다. 수목이 몸살을 앓을 수밖에 없다.
김홍중
언뜻 수목진단은 원인을 찾고(진단), 결과를 도출하는(처방) 도식적 업무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일의 핵심은 원인과 결과 사이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나무, 환경, 사람의 사연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이 과정에 초점을 맞추며 수목진단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다양한 현장 사례를 소개하면서 수목진단에 필요한 개념도 함께 풀이한다. 그렇기에 요긴한 현장 중심 사례집이자 유용한 수목진단 개념집이라 할 만하다.
누가, 무엇이, 왜 나무를 병들게 하나
나무가 입는 피해를 크게 세 가지로 구분했다. ①나무를 지나치게 깊이 심는 심식((深植, deep planting), 늦서리인 만상(晩霜, late frost)처럼 사람이나 기후 때문에 발생하는 피해, ②봄비가 내릴 무렵에 기승을 부리는 향나무 녹병(Rust) 같은 질병에 따른 병해, ③큰 무리를 지어 나무를 가해하는 미국선녀벌레(Metcalfa pruinosa) 같은 해충이 일으키는 충해. 그리고 이에 관해 한두 가지 드러난 원인만으로 일반화하지 않고 다양한 측면에서 고루고루 살펴본다.
현장 이야기를 따라가는 사이에 개념 공부
본문은 실제 사례를 들어 이야기하듯이 전개한다. 저자와 함께 현장에 가서 피해 나무 상태를 확인하고, 의뢰인의 사연을 듣고, 나무 주변 환경을 둘러보듯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각종 수목진단 개념을 배울 수 있다. 뜻풀이만을 외듯이 공부하면 자칫 헷갈릴 수 있는 개념도 다양한 현장 사진과 대화, 해설로 익히면 수월하면서도 확실하게 습득할 수 있다.
수목진단의 본질을 생각하다
수목진단이라 하면, 으레 나무 상태를 진단하고 처방하는 모습만 떠오른다. 하지만, 이 책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양한 모습을 보여 준다. 이를테면 나무의 삶을 알고 존중하는 모습, 피해가 발생할 만한 환경에 처하지 않도록 미리 나무를 돌보는 모습, 나무가 스스로 치유하기를 기다리는 모습. 그렇게 나무에 기대어 세상을 바라보는 모습이야말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며 수목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의 모습이 아닐까!
"나무와 숲이 스스로 깨어나고 일어서기를 기다린다는 게 방치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수목진단은 개입이 아니라 나무의 특성과 삶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무의 아픔과 고난을 읽어 내고 미리 그런 환경에 처하지 않도록 돌보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나무에 보내는 응원이라고 생각합니다."(213쪽. 맺음말)
| 지은이 소개 |
김홍중
충북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충청북도산림환경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며 수목진단 분야에 들어섬. 해당 연구소 산하 충청북도 공립 나무병원의 창단 멤버로 활동. 이후 10년 동안 충청북도를 중심으로 수목진단 현장을 오감. 정년 퇴임 후에는 개인 연구소를 열고 그동안 쌓아 온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병충해 사전예보 시스템을 연구. 또한 블로그에 수목진단 글도 연재. 저서 <미동산, 숲과 나무에 취하다>
정유용
공주대학교 식물자원학과 졸업. 충청북도산림환경연구소 연구원 역임. 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 문화재 돌봄사업단 자문에 참여, 강연과 수목진단 업무도 병행. 지금은 산림복합경영 공부 중.
사례로 보는 수목진단 이야기
김홍중, 정유용 (지은이),
자연과생태,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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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나는 다른 일을 한다> 저자. 은퇴(퇴직) 후 새 인생을 개척하여 성공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소시민 이야기 인터뷰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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