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해제, 과거의 실패한 정책 반복하는 것"

정부 12년 만의 그린벨트 해제 결정에 전문가와 시민단체 반대

등록 2024.08.16 11:55수정 2024.08.1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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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서울시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분포도

서울시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분포도 ⓒ 서울시


정부는 치솟는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해 12년 만에 대규모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결정했다. 그러나 과거 사례에 비추어 보면, 이번 결정이 서울 집값을 안정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8일 국토교통부는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하면서 서울과 수도권에 42.7만 호의 신규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8만 호는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공급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정부는 주택 수요에 맞춰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 이번 정책의 핵심 목표라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는 투기 방지를 위해 서울 그린벨트와 인접 수도권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투기를 막고 주택 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겠다고 했다.

서울시의 그린벨트 해제 동참 발표, 과거에는?

a  지난 9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부의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 요청에 ‘서울시 주택 공급 확대 방안’ 약식 브리핑을 하고 있다.

지난 9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부의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 요청에 ‘서울시 주택 공급 확대 방안’ 약식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이정민


중앙정부의 협조 요청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9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시 주택 공급 확대방안' 약식 브리핑을 열어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 확대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미래 세대를 위한 주택 공급을 위해 개발제한구역 일부를 해제하는 것은 필요한 조치"라며 "자연환경 보존이라는 기본 원칙은 지키되, 미래 세대의 주거 마련을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발제한구역 해제지에 지어질 공공주택은 대부분 서울시가 최근 새롭게 내놓은 신혼 전세자가주택을 확대해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보면, 그린벨트 해제가 집값 안정에 큰 효과를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 2021년 서울연구원이 발간한 '수도권 개발제한구역 50년 정책변천사' 보고서에 따르면, 12년 전 이명박 정부 시절의 그린벨트 해제와 보금자리주택 공급은 주변 집값 안정에 미미한 영향을 미쳤다. 일부 주택은 분양 당시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제공되었지만, 이후 주변 시세를 따라 가격이 상승하면서 '로또 분양'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이번 정책도 유사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우려


국토연구원은 지난해 발표한 국토이슈리포트에서 "전문가들은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공공주택 사업에 대해 부정적 평가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고 전했다. '우리 국민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제도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리포트에서 도시계획·환경 분야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8%가 개발제한구역 내 공공주택 사업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들 전문가가 부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는 '수도권 인구 집중을 가속화하여 국가균형발전정책에 역행할 수 있다'는 점이 52.6%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도시 외곽 개발로 인해 이동거리가 증가하고 기존 도심이 쇠퇴할 위험'(48.7%), '도시 주변의 경관 및 자연환경 훼손'(30.8%), '임대주택 공급 및 부동산가격 안정 효과 미흡'(23.1%) 순으로 응답했다.

야당도 이번 정책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의원총회에서 서왕진 정책위원장은 이번 그린벨트 해제 정책이 "투기를 조장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서울과 수도권의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대규모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이번 결정은 과거 정부의 실패한 정책을 반복하는 것"이라며 "그린벨트 해제는 환경 보호와 미래 세대의 국토 이용 권리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a  서울환경연합은 13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녹지 파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서울환경연합은 13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녹지 파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서울환경연합


한편 시민단체도 이번 발표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서울환경연합은 13일 기자회견에서 "그린벨트는 미래 세대를 위한 자산이라며, 이를 개발 대상으로 삼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라고 주장했다. 최영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장은 "그린벨트는 정부가 필요할 때 입맛에 따라 개발할 수 있는 개발유보지가 아니다"라며 "오세훈 시장은 과거 문재인 정부가 서울의 그린벨트인 태릉골프장을 해제해서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했을 때 반대했고,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집값을 잡는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을 텐데, 얼마 남지 않은 도시의 소중한 녹지를 이제 와 개발하려는 저의가 무엇이냐"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 또한 12일 반대 성명을 냈다. 경실련은 성명에서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서울 집값을 잡겠다는 발상은 과거 정부에서 이미 검증된 실패한 정책이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과거 좋은 위치의 그린벨트 땅을 훼손해 서울의 마곡, 위례, 경기도의 판교, 과천 등에서 많은 주택들이 공급됐지만 모두 적정분양가보다 비싼 판매용 아파트로 공급되며 주변 집값만 끌어올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 계획하더라도 실효적인 주택 공급은 6~7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므로, 현재의 집값 상승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그린벨트 해제에 따른 서울 집값 안정화 효과는 아직 불확실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주택 공급 확대와 투기 억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환경 보존과 지역 균형 발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민단체 경실련은 14일 대통령실 앞으로 공개 질의서를 발송했다. 부동산 대책이 오히려 부동산 시장 안정화보다는 집값 상승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하며, 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정부의 향후 대응과 정책 시행 과정에서 이러한 우려들이 어떻게 다루어질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박영규 https://blog.naver.com/urban_yeong
#개발제한구역 #부동산대책 #윤석열정부 #그린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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