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날린 오물풍선이 집 근처에 떨어졌다

토요일 밤, 동네가 어수선해진 사연... "'쓰레기'인줄 알았어요"

등록 2024.09.08 15:59수정 2024.09.08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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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저녁식사를 하고 오후 7시가 조금 넘어 집 앞 공원에서 산책을 하던 중이었다. 주택가를 나와 소공원으로 들어가는 도로 입구. 경찰차가 한 대 와 멈춰 서더니 경찰 1명이 나왔다.

그 경찰은 심각한 표정으로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전신주를 이용해 도로 양쪽으로 폴리스 라인을 치기 시작했다. 50여 m 정도 되는 맞은편 도로에도 차량과 사람들이 들어가지 못하게 폴리스 라인을 쳤다. 폴리스 라인 안에는 도로 양쪽으로 차들이 주차돼 있었다.

a  경기 성남시의 한 동에 떨어진 오물풍선을 군과 경찰이 감식하고 있다.

경기 성남시의 한 동에 떨어진 오물풍선을 군과 경찰이 감식하고 있다. ⓒ 김인철


"무슨 일 생겼나요?"

나는 누가 다쳤거나 큰 사고가 났나 싶어서 교통통제를 하고 있던 경찰에게 물었다.

"풍선이에요."
"네?"
"하늘에서 풍선이 떨어진 것 같아요."
"풍선이라고요?"

나는 처음엔 경찰의 말을 잘 이해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날 오전에 받은 안전 안내문자가 떠올랐다.

북한이 대남쓰레기풍선(추정)다시부양중. 국민들께서는 적재물 낙하에 주의. 떨어진 풍선 발견시 접촉금지및 군부대(1338)나 경찰서에 신고바랍니다. [경기도]

며칠전부터 오물풍선 관련 안전안내문자가 왔다. 문자를 매번 확인은 했지만 설마 북에서 보낸 오물풍선이 이곳(성남)까지 날아올리 없다고 생각했기에 특별히 관심을 같거나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아~ 그... 북한에서 날린다는 오물풍선이에요?"
"네. 아직 확실하지는 않아요."

잠시 후 경찰차가 몇 대 더 왔다. 무장을 한 차량과 군인들도 왔다. 다른 경찰관이 폴리스 라인 안쪽에 주차돼 있던 차주들에게 연락해 상황을 설명하고 차를 다른 곳으로 이동 주차케 했다. 연락을 받은 차량 주인들이 나와서 차량을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들도 처음엔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가 북한에서 보낸 오물풍선이 이곳에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무척 놀라워 했다. 나는 폴리스 라인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군인에게 물었다.


"오물 풍선이 확실한가요?"
"네."
"그럼 몇 개나 발견된 거에요."
"1개예요."

공원에서 삼삼오오 산책을 하던 주민들도 무슨 일이 생긴건가 싶어 호기심과 불안이 섞인 표정으로 폴리스 라인 쪽으로 오더니 안쪽을 유심히 지켜보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에요?"
"북한에서 날린 오물풍선이 저기에 떨어졌다나봐요."
"세상에. 뉴스에서만 보던 그 오물풍선이 여기까지 날아왔다고요?"
"신고자 말로는 풍선 안에 딱딱한 뭔가 들어 있다고 하네요."

며칠 전부터 흰색비닐(오물풍선)을 봤다는 주민 한 명이 경찰에게 그동안 알고 있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줬다. 다른 주민들은 서로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공유하기도 했다. 폴리스 라인 안쪽으로 군인과 경찰들이 있었고 방탄복과 방독면을 쓴 군인들이 흰색 비닐 같은 풍선을 감식하고 있었다. 군인 한 명은 카메라로 상황을 촬영했다.

a  오물풍선이 떨어진 곳에서 군과 경찰이 오물풍선을 감식하고 있다.

오물풍선이 떨어진 곳에서 군과 경찰이 오물풍선을 감식하고 있다. ⓒ 김인철


"저기에 떨어진 지 며칠 된 것 같아요."
"나도 봤는데 처음엔 그냥 쓰레기인줄 알았어요."

풍선이 떨어진 자리에 있던 차주는 차량 지붕이 조금 파손됐다고 했다.

"도대체 풍선이 얼마나 크길래?"
"풍선 안에 돌 같은 것들이 있었나봐요."
"그럼 신고는 누가 한거래요?"
"잘 모르겠는데...지나가던 사람이 보고 신고한것 같아요."

구경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었다. 사람들은 호기심이 발동하는지 폴리스 라인 앞으로 점점 더 몰려들었다. 사람들이 몰리자 경찰이 폴리스 라인에서 조금씩 물러나 달라고 했다.

밤 9시가 조금 넘어서 오물 풍선 상황은 정리되는듯 했다. 북한에서 날린 오물 풍선이 내 집 앞에 떨어졌다. 평화로워야 할 토요일 저녁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뉴스에서나 보던 오물풍선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하니 놀랍기도 하고 남의 일이 아니구나 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민들이 차를 뺀 자리는 아직 비어 있었고 공원은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

a  경기 성남시의 한 동에 떨어진 오물풍선을 감식 후 정리한 자리.

경기 성남시의 한 동에 떨어진 오물풍선을 감식 후 정리한 자리. ⓒ 김인철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네이버블로그와 다음브런치에도 실립니다.이 기사는 네이버블로그와 다음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오물풍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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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 뉴스 시민기자입니다. 진보적 문학단체 리얼리스트100회원이며 제14회 전태일 문학상(소설)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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