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기사 내용과는 무관한 사진입니다.)
moritz320
심지어 지하철 내부에는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일반 좌석을 없애고 휠체어에 탑승한 이용객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전용 자리를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이 자리 역시 비장애인 승객들로 가득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비교적 공간이 넓고 기댈 수 있는 환경 때문에 입석 승객이 이 자리를 애용하는 것이다.
나도 이 자리에 서 있어 본 적이 있다. 안정적으로 기대어 갈 수 있는 편안한 자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동휠체어에 탄 장애인이 자리를 잡지 못해 당황하는 모습을 본 뒤로는 이 자리를 이용하지 않는다.
장애인석을 항상 비워두어야 하냐는 질문에는 수많은 의견이 있을 것이다. 나는 비워두는 것이 맞다는 주장에 마음이 기울지만, 탑승객이 많은 시간대에는 어쩔 수 없이 이용하게 된다는 것도 이해가 된다.
다만 중요한 것은 휠체어를 탄 이가 지하철에 탑승했을 때, 비장애인이 장애인석에 서 있다면 비켜주어야 한다는 것. 그것은 찬반을 가릴 것 없는 당연한 이치이자 도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 지하철의 풍경은 그렇지 않은 것이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오히려 휠체어 사용자가 연신 "죄송합니다"를 외치며 겨우 자리를 잡아야 하니 말이다.
그들은 죄송하지 않아도 된다. 아니 않아야 한다. 이 세상에 장애를 선택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다들 본인의 아픔을 극복하며 살아가는 똑같은 사람일 뿐이다.
모두가 스마트폰에 잠식된 각박한 지하철 속에서, 조금만 주변을 둘러본다면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더 나은 환경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요즘 들어 더욱 강력하게 꽂힌다. 우리는 주위를 바라보는 잠시의 여유가 절실히 필요하다.
앞으로도 나는 장애인 전용석(또는 휠체어 탑승객을 위한 자리)을 비워둘 것이다. 그들이 당연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도록 먼발치에서나마 응원하고 싶다. 나는 그저 아직 장애를 겪어보지 못했을 뿐, 언제라도 장애인이 될 수 있는 사람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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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홍입니다. <스물셋 손자와 여든셋 할머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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