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8월 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국가와 민족을 위한 조찬기도회>를 보도한 대한뉴스 제 12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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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가 아닌 민주화 세대인 내 젊은 날의 기독교를 기억하는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1980년 광주학살이 일어나고 석달 뒤인 8월 어느 날, 23명의 개신교 지도자들이 국가보위상임위원장이었던 전두환을 위해 열었던 조찬기도회였다. 당시 녹화 방영되었던 흑백텔레비전 첫 화면에 국가수반이었던 최규화 대통령을 제치고 이런 제목이 흰 글씨로 선명했다. '전두환 상임위원장을 위한 기도회'.
최루탄 가루가 흩날리는 거리에서 20대를 보낸 우리 세대에게는 살인마 전두환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암울한 신호였다. 거기, 나라를 대표하는 개신교 지도자들이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시절은 바뀌고 시대가 변하는 동안 기억은 점차 희미해졌지만 기도회에 대한 잔상은 오래 남았다.
이전부터 내 삶은 교회와는 거리가 멀었다. 30년 권사를 지냈던 어머니의 손에 끌려 청소년기에 3년을 교회에 다녔었다. 하지만 그때도 남들 다 하는 기도는 끝까지 어색했고 출석 일 년이면 받을 수 있다는 세례도 차마 양심에 걸려 손을 들지 못했다. 나중에 죽어 지옥 불에 떨어진다 해도 거짓말을 할 수 없다. 도무지 신이라는 존재의 객관적 실체를 믿을 수 없었다.
세상을 만든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에겐 이해할 수 없는 말이겠지만 어쩌면 하나님이 만들었다는 나는 그런 종류의 믿음과는 생리적으로 맞지 않는 사람일 수도 있다. 아무튼 나는 기독교가 불편한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다시 기독교를 일상으로 마주쳐야 했는데 2014년 입양 관련 취재를 시작한 직후부터였다.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기독교가 있었다. 먼저, 2023년 8월 한국리서치 정기조사 '여론 속의 여론' 기획에 나타난 우리 사회 입양 여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강의 요약을 하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우리 사회는 입양자녀와 입양가족에 41%가 부정적이다. 개인은 입양에 대해 44%가 긍정적이라고 말했지만 사회 인식에 대해서는 20%만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71%는 우리 사회가 입양자녀 살기에 힘든 사회라고 답했고, 연령대가 낮을 수록 또 입양에 부정적일수록 '해외 입양이 오히려 아이 입장에서 더 좋은 선택지'라고 답했다. 결론적으로 개인은 입양에 비교적 긍정적이지만, 사회는 입양에 확실하게 부정적이다.
1999년 입양가족 자조모임인 '한국입양홍보회'에서 처음 공개입양운동이 시작된 지 24년이 지난 시점의 여론조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사회에서 입양이 긍정적 문화로 자리잡기까지 얼마나 더 오랜 세월이 흘러야 하는지 그저 아득할 뿐이다.
"한 사회의 도덕성은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에서 알 수 있다." 반나치운동을 하다가 1945년 4월 독일의 수용소에서 교수형을 당한 독일 루터교 목사이자 신학자인 디트리히 본회퍼의 말이다.
부모없는 아이들에 대한 공적 보호조치는 세 갈래로 나뉘는데 정책 방향은 가정형 보호의 최우선인 입양이 먼저 고려되고 그 다음이 가정위탁 그리고 최후의 수단으로 시설보호를 국가는 명시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모든 국가가 다양한 협약등으로 공유하고 약속하는 보편적 가치다. 하지만 현장은 행정이나 절차등에서 여러모로 간단하고 편리한 시설보호를 선호하고, 최후의 수단으로 입양을 보내는 현실이다.
이는 2022년 보건복지부 통계로도 확인이 된다. (부모로부터 양육이 포기된)보호대상 아동이 2289명이었는데 이 중 시설로 간 아이들이 82%인 1881명, 33%인 772명은 가정위탁, (입양 전 위탁을 포함한) 입양은 7.2%인 166명에 그쳤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보고서(보호대상아동의 가정보호 활성화 방안 연구. 2023.08)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양육시설, 그룹홈 및 기타 시설 등에서 보호되는 아동의 규모는 아동 십만명 당 188명 수준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가정위탁에 보호되는 경우 보다 1.45배 가량 더 높은 수치이다. 이를 UNICEF 데이터베이스에서 취합된 국외의 시설보호율과 비교해 보면, 전세계적으로 아동 십만명 당 105명이 시설에서 보호되고 있는 것과 비교해 한국은 이를 크게 상회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북미(77명)의 2.5배 수준이며, 동아시아· 태평양 지역 평균보다도 더 높은 편이다(UNICEF, 2023)."
이는 투표권도 없고 그걸 대행해 줄 부모도 없는 아이들을 대하는 우리 사회 공적 체계와 도덕성이 그대로 현실에 투영된 결과다. 게다가 입양 다음으로 선택되어야 할 가정위탁은 기본적으로 아이를 받아 줄 위탁가정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이다. 사회적 인식이나 인프라 모두 아이들에게는 최악의 상황이다. 그것도 부모조차 사라진 아이들이다.
입양의 출발은 부모로부터 양육이 포기된 아이들이다. 말도 하지 못하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 아이들은 태어남도 부모의 사라짐도 자기 선택이 아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었다. 기본적인 돌봄조차 안되면 당장 죽을 위기에 빠진 아이들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도덕성을 '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를 통해 들여다보면 '부정적'이다.
이런 부정적 인식이 팽배한 입양을 그 출발부터 취재하기 시작했다. 부모없는 아이의 발생부터 보호조치 완결까지의 과정을 '한 땀 한 땀' 살펴보는데 앞서 기술했듯 공적 체계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고 그 구멍을 민간에서 겨우 안간힘을 써서 막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 상당수는 이른바 하나님의 자녀들이었다.
'하나님 자녀'들의 본분... 성경에 답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