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주 성산읍 내륙습지 조사팀장성산읍 수산리가 고향인 오은주 씨는 제2공항 예정지역 일대의 숨골과 습지 등에 대한 조사작업을 통해 공항이 들어설 경우 예상되는 환경파괴의 심각성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황의봉
2015년 11월 10일, 국토부가 제주 제2공항 후보지로 성산읍 일대를 전격적으로 발표하기 전까지만 해도 오은주씨는 광고물 제작 사업을 하는 남편과 함께 자식을 키우며 평온한 삶을 영위하던 평범한 사람이었다. 지금 그녀는 제2공항 반대 투쟁의 최일선에서 싸우는 투사가 됐다. 고향인 성산읍 수산리가 공항 건설로 인해 피해지역이 되는 것은 물론, 제주 동부지역의 자연환경이 결정적으로 파괴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면서부터다.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환경조사위원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공동대표, 다른제주연구소 운영위원, 성산읍 내륙습지 조사팀장, 수산리 마을해설가. 오은주씨가 참여하고 있는 단체나 맡은 역할만 일별해 봐도 그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동생인 오창현씨는 수산리 청년회장에 이어 요즘은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을 맡아 역시 최일선에서 싸우고 있다.
오은주 오창현 남매의 발길이 다시 빨라졌다. 국토부가 조만간 공항 건설을 위한 기본계획을 고시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올해 초 공표할 것으로 알려졌던 '고시'가 국토부와 기획재정부의 제2공항 총사업비 협의가 8개월여나 시간을 끄는 바람에 지연됐으나, 최근 관련 작업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농민들의 트랙터 시위가 벌어지고, 건설 중단을 요구하는 제주 시민사회의 반대성명이 쏟아졌다.
수산초등학교 앞 카페에서 마주 앉은 오은주씨는 자신의 직함 중에서 '성산읍 내륙습지 조사팀장'이 가장 어울릴 것 같다고 한다. 성산읍은 제주도에서도 특히 습지와 숨골이 많고 이곳을 찾는 새들의 천국인 만큼 제2공항 건설로 인한 자연환경 훼손을 가장 실감나게 알릴 수 있는 역할이 조사팀장이기 때문이란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수산리 일대가 어떤 곳이기에 공항 건설이 문제가 되고 있는가로 시작했다. 오은주 '습지조사팀장'이 말하는 습지 이야기부터 들어보자.
수많은 새, 185개의 숨골... 이래도 공항 지을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