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로의 맥옛 홍로성당 터인 ‘면형의 집’ 정원에서 108년을 살아오다가 2019년에 고사한 오늘날 제주 감귤의 원조 온주밀감 고사목. ‘홍로의 맥’이라는 이름으로 면형의 집 성당에 전시하고 있다.
황의봉
김성 신부가 일하고 있는 면형의 집은 1902년 에밀 타케 신부가 세운 홍로성당이 있던 곳으로 제주도 가톨릭의 초창기 역사와 관련이 깊다. 1959년, 당시 하놀드 광주교구장의 요청으로 이 홍로성당 터를 관리하게 된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가 귤밭이었던 이곳을 1975년 제주도 최초의 피정 센터로 만들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재 면형의 집은 원장인 김 신부를 비롯한 사제 4명과 수사 2명이 전국에서 피정 오는 신자들을 맞아 지도하고 있다. 일상에서 벗어나 묵상이나 기도를 통하여 자신을 살피는 곳으로, 8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김 신부는 이곳으로 피정 오는 신자들과 함께 천주교 성지를 순례하고, 교회사 강의를 한다. 곶자왈이나 올레길 등 생태 순례도 하고, 제주4·3에 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6년째 제주에서 살고 있는 그에게 이곳에 와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이 무엇인지 물었다.
"제주도는 섬 자체가 아름답기도 할 뿐 아니라 이곳의 역사를 알아갈수록 생각할 것이 많다는 점을 느끼게 됩니다. 한마디로 저에게 커다란 영감을 주었고, 울림이 큰 곳입니다. 특히 4·3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면서 처음엔 무척이나 힘들었고, 놀랐고, 화가 많이 나더군요. 요즘엔 윤석열 정권이 임명한 고위공직자 중에 제주 4·3을 북한이 사주한 폭동이나 반란으로 왜곡하는 사례가 빈번해 자칫 지금까지 이뤄진 진상 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 작업이 후퇴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김 신부는 제주의 자연생태계가 날로 훼손돼가는 현상에 대해서도 우려를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특히 제2공항의 건설을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다.
"이번 여름이 이렇게 더운 것부터가 무언가 크게 잘못된 것이지요. 해녀들 말을 들어보면 바닷속이 사막화돼 해초들이 거의 사라졌다고 합니다. 미역도 없어졌고요. 지금 급한 건 제2공항이죠. 이거 너무 심각한 문제입니다. 제2공항이 건설되면 사실 몇몇 개발업자들만 이익을 볼 뿐이고 대다수 주민의 삶은 다 망가지는 겁니다. 제주도를 다 망가뜨리고 제주도에 관광하러 오라는 게 말이 됩니까. 논리가 맞지 않아요. 강정해군기지보다 더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제 진짜 다 들고 일어나야 합니다. 원희룡 지사 때 여론조사를 한 결과 반대가 더 많았잖아요. 그런데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왜 다시 지으려고 합니까. 민주당도 비난받아야 하는 게, 도지사도 찬성하는 듯한 언행을 하고 있고, 국회의원들도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얼버무리고 있어요. 주민들이 들고일어나 정치인들을 압박해야 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 제주교구 신부님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봅니다. 최근 기본계획 고시가 됐다고 플래카드가 나붙고 하던데, 공항을 일단 지어버리면 되돌릴 수 없으니까 시작부터 하지 못하도록 빨리 대응해야 합니다."
김성 신부는 마지막으로 "국민과 모든 의로운 세력이 결집해 비상식적인 정권을 심판할 때 박정훈 대령의 외로운 싸움은 아름답고 의로운 결말로 끝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지루하고 지저분한 재판'이 계속 이어질지도 모른다고 했다. 정의로운 하느님의 섭리를 믿는다는 김 신부의 말이 깊은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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