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 <티켓> 포스터
주식회사지미필림
영화배우 김지미가 영화사 지미필름을 설립해서 첫 작품으로 임권택감독의 <티켓>을 제작한 것이 1986년이었다. 포스터에 쓰여 있듯이 '항구의 다섯 여자, 그 점액질보다 끈끈한 사랑과 생존 기록!!'을 다룬 본격 리얼리즘 시네마였다. 이 영화는 8월 23일 개봉되자마자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서울특별시 다방동업조합은 이 영화가 다방 여종업원들의 명예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어 상영 중단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다방 마담 김지미가 애인을 버린 종업원의 남자 친구를 발로 짓밟아 바닷속에 처박는 장면이 나오면 여성 관객들은 기립 박수를 보내 공감을 표현했다.
영화 <티켓>이 보여주었듯이 1986년은 여성의 권리나 사회문제를 다룬 영화들이 등장하여 관심을 끌었던 해였다. 배창호감독의 <황진이>, 홍파감독의 <몸전체로 사랑을'>등이 대표적이다. 현실 사회에서 벌어진 성고문 사건 등도 여성들의 인권 문제에 대한 공감 확대에 기여한 것은 물론이다. 1960~70년대에 유행하던 호스티스를 내세운 에로 영화에서 피동적인 모습으로 등장하던 여성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는 삶의 주체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시절에 갑자기 "다냐면 다냐" 논쟁이 일었다. 다방에서 커피를 앞에 두고 위압적인 태도를 보인 국회의원에게 한 종업원이 "국회의원이면 다냐"고 소리치며 대들었고, 국회의원은 여자 종업원의 따귀를 때렸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 진상을 추적한 어느 주간신문이 '국회의원이면 다냐면 다냐'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썼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조선일보>, 1986년 8월 24일).
이 사건이 다시 언론에 등장한 것은 재소자에 대한 가혹행위를 조사하기 위해 대구교도소를 방문한 국회의원들의 무례한 행동에 분개한 교도관들이 "국회의원이면 다냐"라고 소리친 사건 때문이었다. 남성과 여성 사이에, 권력자와 시민 사이에,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 어른과 청소년 사이에, 그리고 교사와 학생 사이에도 "○○면 다냐"와 "다냐면 다냐"가 부딪치던 시절이었다.
국제 커피 가격의 상승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커피 가격 상승을 지켜보며 출하를 늦추고 있던 많은 커피 생산국들이 이해 가을부터 커피를 시장에 쏟아내기 시작하면서 커피 거래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하였다. 마침 10월부터 커피 수확을 시작하는 남반구의 많은 나라들의 작황이 좋다는 소식까지 합해지면서 국제커피기구는 이제 커피 가격 폭락 대책을 세워야 할 지경이었다.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것은 우리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언론을 앞세워 연일 커피유해론을 보도하고, 모든 다방에 대해 국산차 의무 판매를 강요했지만 커피 소비가 줄지는 않았다. 줄어드는 것은 커피 맛뿐이었다. YWCA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시민들 다수는 다방에서 선호하는 음료로 여전히 커피를 선택했다.
(<커피가 묻고 역사가 답하다>의 저자, 교육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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