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31일 북한 평양의 코피 숍 '금릉' 입구에 한 여성 바리스타가 서 있는 모습. 평양은 스타벅스를 아직 찾아볼 수 없는, 세계의 몇 안되는 주요 도시이기는 하지만 이제 평양에도 커피점이 넘쳐나고 있다고.
AP/연합뉴스
평양에 커피숍이 등장했다는 뉴스를 전한 것은 1985년 5월 8일 자 <경향신문>과 5월 9일 짜 <조선일보>였다. 북한(당시 표현은 북괴)과 일본 내 친북 단체였던 조총련의 합작으로 평양의 창광산여관에 '코피숍'이 6일 문을 열었다고 북의 '중앙통신'이 보도하였다는 내용이었다. 창광산여관은 조총련 방북단의 숙소였다. 총면적 340㎡에 90개의 좌석과 단체 손님용 방이 마련되어 있었다. 커피 이외에 주스, 카레, 스파게티 등 식사도 제공한 것으로 봐서 남쪽의 다방보다는 일본의 끽다점을 닮은 커피숍이었다.
<조선일보>는 8월 9일 고향방문단 행사에 앞서 북한의 실상을 전하면서 다시 창광산여관 커피숍을 소개했다. 이 커피숍은 북의 '대외봉사총국'과 '조총련상공인연합회' 부회장과의 합작으로 설치되었다는 소식, 개점 축하 연설에서 북한 당국자는 '합영법'을 마련해 주고 커피점까지 합영토록 배려해 준 김정일에게 최대의 영광과 감사를 보냈다는 소식도 덧붙였다.
이 커피숍 소식을 전하면서 <조선일보>는 "북한도 무언가 달라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는 것, 그리고 이것이 "장차 북한 내부의 모순을 비판하는 점화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라는 흥미로운 논평도 내놓았다.
<동아일보>는 7월 13일 방콕에서 발행되는 영자 신문 <더 네이션The Nation>의 보도를 인용하여 북한이 태국으로부터 커피를 수입할 계획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제9차 남북적십자회담 취재를 위해 평양을 방문했던 <동아일보> 기자는 '평양에서의 3박 4일'을 전하면서 평양 고려호텔에서 마신 커피맛을 이렇게 얘기했다. "커피맛은 우리나라에서 과거 나왔던 첫 국산 커피맛이었다. 프림을 주지 않아서 달라고 했더니 접대원이 처음에는 알아듣지 못했다." 잠시 후 접대원이 가져온 것은 우유였고, 커피에 넣으니 잘 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북에는 아직 커피가 대중화되지 않은 것 같다고 추정하였다.
또 다른 기자는 9월 24일 '북한 75시간'이라는 제목의 취재기를 통해 북한에서 만든 코피잔에까지 "한글과 영어로 함께 표기"했다며 제한된 수준이지만 개방으로 나아가는 북의 의지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회담에 참석했던 <조선일보> 기자 또한 9월 7일 자에 '평양은 변하고 있는가"라는 기사를 통해 평양에 콜라와 함께 커피도 있었다는 소식을 매우 신기한 듯 전했다. 고려호텔의 아침 식사 때마다 뜨거운 커피가 제공되었다는 것과 회의장에서는 'Coffee with Milk'라는 영어 표기가 선명한 캔커피가 나왔다는 소식이었다. 이 기자 또한 개방의 몸짓을 시작한 것이라는 조심스런 의견을 덧붙였다. 한 세대 동안 닫혀있던 북의 모습을 보며, 개방된 남쪽의 발전에서 긍지를 느끼고 있던 우리 언론의 모습이었다.
개방사회를 자랑하던 남쪽에서 1985년 당시 야쿠르트 배달원 55세, 술집 마담 50세, 해녀 50세, 화장품 외판원 45세, 전화교환원 43세, 다방 마담 40세, 버스 안내양 27세 등이 각급 법원에서 나온 여성 직업 정년 관련 판례들이었다.
1985년 4월 서울민사지법이 교통사고를 당한 23세 된 여직원의 손해배당청구심에서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결혼 연령은 26세이며, 결혼하면 직장을 그만두는 게 통례"라는 이유로 26세까지의 직장 수입만을 인정했다. 6월에는 ' 20세 정년'을 항의하다 매를 맞고 병원에 누워있는 버스 안내양 조모양(23세)의 소식이 전해졌다. <경향신문> 6월 8일 자였다. 버스회사 측은 당시 관행대로 18~20세 사이의 안내양이 회사에 애착심도 많고 일도 열심히 하며, 20세가 넘어서면 다루기 힘들다는 이유로 안내양의 정년을 20세로 정해 놓은 것이었다. 동생의 주민등록증을 이용해 취업한 것이 발각된 조양은 항의를 하였고, 이 과정에서 구타를 당한 사건이었다.
요즘 북한에서도 커피와 커피숍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금릉커피숍, 련광커피숍, Café Sacher 등 유명 카페 이름도 들린다. 모두 외신을 통해서다. 1985년 이전으로 돌아간 듯, 세계에서 북녘을 가장 모르는 것은 우리다.
(<커피가 묻고 역사가 답하다>의 저자, 교육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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