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11월 8일 자 <경향신문>은 전면 광고를 통해 "외제 물건 없는 가정을 찾습니다"라는 캠페인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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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 유치는 커피 소비에도 영향을 미쳤다. 하나는 국산차 소비의 증가에 따른 커피 소비의 감소였다. 1984년 2월 주요 일간지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산차 소비가 불과 1년 사이에 급격히 증가하였다.
언론사마다 표현은 다양했다. <조선일보>는 '국산차 판매량 13배 늘어/작년'이라고 표현하였다. 1982년 한 해 서울 시내 다방의 차 판매량 중 국산차 비율이 2.6%에서 1983년에는 33.4%로 증가하였다는 내용이었다. '판매량'이 아니라 '판매량에서 국산차가 차지하는 비율'이 13배 증가한 것이었다. 제목만 보면 판매량이 13배 증가한 것으로 오해할 만한 보도였다.
반면, 같은 자료를 이용한 보도에서 <경향신문>은 '1년 새 판매량 50.8% 늘어, 국산차 소비 급증'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내용을 보면 서울시내 다방의 국산차 판매량이 2.6%에서 33.4%로 30.8%(p) 증가하여, 1천 5백만 달러의 외화를 절약한 셈이라는 것이었다. 이 보도는 오해가 아니라 오타가 문제였다. 내용을 보면 국산차 판매량 비중이 30.8% (p)증가하였다는 내용인데, 제목은 50.8%(p) 증가로 표시하였다.
국산차 중 가장 많이 팔린 것은 율무차로 전체 차 판매량의 12.5%를 차지했고, 생강차(3.5%)부터 들깨차, 쌍화차, 인삼차, 홍차, 칡차, 두향차, 구기자차(1.0%)가 뒤를 이었다. 국산차의 약진으로 커피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97.4%에서 66.6%로 감소하였다. 큰 감소였다. 시민들이 기호성 차보다는 건강에 좋다는 차를 찾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서울시 관계자의 해석이었다.
당시 국산차 유행에는 국산품 애용을 위한 공공캠페인의 영향도 적지 않았다. 매우 흥미로운 국산품 애용 캠페인이 경향신문사 광고국 주관으로 벌어졌다. 1984년 11월 8일 자 <경향신문>은 전면 광고를 통해 "외제 물건 없는 가정을 찾습니다"라는 캠페인을 벌였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모초등학교 5학년 담임교사가 쓴 교단 일기를 활용한 캠페인이었다. "'집에 있는 외제 물건 적어오기' - 만일 당신의 자녀가 이런 숙제를 받았다면, 얼마나 많은 것을 적어 내겠습니까? '우리 집은 외제 없어요'라고 떳떳하게 적어 낼 수 있는 가정을 만들고 싶지 않으십니까?"로 시작하는 이 캠페인을 후원한 것은 한국도자기였다.
<매일경제>의 보도에 따르면 1983년에 이어 1984년에도 국산차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다. 다방에서의 국산차 판매 비율이 점차 증가하여 40%에 이르렀고, 매출액은 15% 정도 증가하였다. '우리 것을 찾자'는 사회 전반의 움직임과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가 배경이라는 분석이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일정한 단계의 경제 성장 후에 나타나는 건강염려증이 우리 사회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었다. 소득 증가가 가져온 각종 육류 섭취의 증가, 이로 인한 각종 성인병에 대한 우려가 분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비교적 익숙한 질병인 고혈압과 당뇨병, 뇌졸중, 낯선 질병으로 등장한 고지혈증과 골다공증 등이 연일 시민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었다.
건강염려증과 탈카페인의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