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9월 6일 자 <조선일보>에 실린 커피 관련 기사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전두환의 취임 직후인 9월 6일 자 <조선일보>는 당시 우리나라의 커피 소비 실태, 커피와 관련하여 알아야 할 상식을 비교적 상세하게 보도했다. 이 신문에 실린 당시 커피 실태와 커피 상식 몇 가지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1979년 기준 1년간 우리 국민 한 사람이 소비한 커피 원두는 약 130g, 1인당 20~25잔의 커피를 마시는 셈이다. 커피 소비가 가장 많았던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에서는 국민 한 사람이 연간 2천 잔을 넘게 마시는 것에 비해서는 미미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0.1% 정도를 소비하는 정도다.
커피 수요의 증대에 따라 국내 커피 생산 업체는 1970년에 동서식품이 출범한 이래 미주산업, 씨스코, 태양산업 등 4개 사로 증가했고, 커피 제품도 다양화되었다. 이들 회사를 중심으로 커피 생두를 수입하였는데 주로 브라질, 콜롬비아, 인도네시아, 예멘, 에티오피아산이었다. 인스턴트커피는 동서식품에서만 생산되었고, 나머지 3개 사는 원두 생산업체다.
커피는 세계적으로 분류 기준이 단순하다. 브라질커피와 마일드커피로 나누는 방식이다. 브라질커피는 맛과 향기가 약간 떨어지지만 가격이 저렴하여 블렌딩커피의 기본이 되는 장점이 있다. 반면 마일드커피는 산지에 따라 맛과 향기가 다양한 것이 특징이며 조금 비싼 편이다.
단일 품종으로 유명한 원두는 세계 최고급품이며 영국 황실용으로도 잘 알려진 '블루마운틴, 달콤한 모카의 맛이 나는 에티오피아모카, 향기가 높고 고급일수록 산미가 나는 브라질산토스, 스트레이트용인 킬리만자로, 남성에게 알맞은 콜롬비아 등이 있으며, 기타 과테말라, 자바로부스타, 멕시코, 만데링, 뉴기니 등의 원두가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커피는 원두커피가 60%, 인스턴트커피가 40%를 차지하고 있다. 원두커피는 주로 호텔이나 다방에서 소비되고, 인스턴트커피는 가정에서 많이 소비된다. 인스턴트커피를 만드는 방식은 크게 열풍건조식과 냉동건조식이 있다. 열풍건조식은 설비비용이 싼 장점이 있지만 제조 과정에서 원두 본래의 향기와 맛이 사라지는 단점이 있다. 반면에 냉동건조식은 설치비용이 비싸지만 커피의 맛과 향을 유지할 수 있다. 동서식품에서 그동안 사용해오던 열풍건조식을 버리고 냉동건조식을 도입하여 이달 말(80년 9월)부터 '맥심'이라는 상표의 고품질 인스턴트커피를 생산한다. 동서식품에서는 탈카페인커피(디카페인커피) 생산 시설도 도입하여 이 해 말(1980년)부터 생산과 판매를 시작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커피 가격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비싼 편이다. 250g짜리 인스턴트커피의 소비자 가격은 한국이 6940원, 일본이 4970원, 미국이 3565원이다. 커피에 적용하는 세율의 차이가 심한 것이 문제다. 일본이 1.8%에 불과하나 우리나라는 무려 49.4%에 달하고 있다. 그것도 일본보다 거의 50%나 싼 저질 원두를 수입하기에 가능한 가격이다.
당시 언론은 정부정책에 호응해 국산 차 소비를 권장하는 데 앞장섰다. 태평양화학에서 설록차 시판을 시작한 것이 1980년 9월 하순이었다. 이를 보도한 <매일경제>는 그동안 커피에 눌려 빛을 보지 못했던 국산차, 피로회복과 이뇨작용에 탁월한 효능이 있는 국산차를 소비하자고 호소했다.
12월 4일 자 <경향신문>은 겨울철에 어울리는 우리 민족 고유의 차로 유자차, 모과차, 오미자차를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다. <조선일보> 또한 12월 7일 자에서 우리 농민이 피땀 흘려 생산한 국산차를 적극적으로 마셔달라는 한 농부의 호소문을 실었다. 그러나 1981년 이후 국민소득이 증가세로 돌아섰고, 언론의 권장이나 농민단체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국산차 소비가 커피를 능가하지는 못하였다.
흥미로운 것은 당시 커피의 한글 표기였다. 1980년 한해에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매일경제> 등 4개 일간 신문에 실린 커피 관련 기사는 총 455건이었다. 이중 커피를 '커피'로 표기한 것은 단 20건이고 나머지는 '코피'로 표기하였다. 커피의 표기가 '커피'로 정착된 것은 1992년이었다.
(<커피가 묻고 역사가 답하다>의 저자, 교육학교수)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