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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다소사의 라팔전투기.


국방부는 지난 27일 F-X사업의 1차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사안이 예민하다"면서 4가지 평가항목중 임무수행능력 분야를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 그 결과를 유추해 볼 수 있는 보고서가 있다.

미 공군이 설립한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는 지난 95년 '회색위협'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의 SU-35(수호이)를 가상 적기로 설정하고 미국과 유럽이 개발한 전투기들로 컴퓨터 공중전 시뮬레이션을 벌인 결과를 이렇게 내놓았다.

유로파이터 > 라팔 > F-15

유로파이터가 SU-35에 비해 82%의 승률을 보이는 뛰어난 전투기인 반면 라팔과 F-15는 그리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라팔은 수호이와 맞붙을 경우 겨우 50%의 승률을 보였고, F-15C의 경우 수호이의 전력에 절반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한국 공군의 주력기인 F-16은 수호이와 맞붙을 경우 승산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회색위협' 보고서의 워 게임 분석모델 결과는 한국 국방부가 성능 및 전투력 노출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은 FX사업 후보기종의 임무수행능력 평가결과와 사실상 다를 바 없을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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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의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가 내놓은 '회색위협'

국방부는 4조원 이상을 투입해 2009년까지 첨단 전투기 40대를 도입하는 차기전투기(FX) 사업의 1단계 평가 결과를 지난 3월 27일 공개했다. 그 결과 미국 보잉사의 F-15K와 프랑스 닷소사의 라팔 두 개 기종이 오차범위 3% 내에 포함돼 2단계 평가를 실시하게 됐다.

하지만 사실상 차기전투기 사업 기종은 F-15K로 결정됐다는 것이 전문들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국가안보 및 대외관계 그리고 해외시장 개척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요소로 삼는 2단계 정책평가에서는 한·미 동맹관계가 결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 1단계 평가요소 및 평가기관
평가요소 가중치 평가기관
수명주기비용 35.33 국방연
임무수행능력 34.55 국방연
(공군)
군운용적합성 18.13 공군
기술이전. 계약조건 11.99 국과연
조달본부
그런데 국방부는 1단계 평가결과를 발표하면서 각 분야별 점수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차기전투기 사업에서 보잉사와 경쟁하고 있는 닷소사 등 다른 외국 항공기 제작업체들은 "1단계 평가 결과를 상세하게 공개하라"며 반발하고 있다.

FX 사업 총괄책임자인 최동진 국방부 획득실장은 27일 차기전투기 1단계 기종 결정 심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수명주기 비용, 군 운용 적합성, 기술이전 및 계약조건의 평가 결과는 발표했다.

국방부가 이날 발표한 1단계 평가결과에 따르면 F-15K는 군운용 적합성8.13%)에서, 라팔은 기술이전 및 계약조건(11.99%)에서 각각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방부는 임무수행능력 분야에 대해서만큼은 "전투성패를 가늠하기 위해 워(war) 게임 등을 실시했으나 사안이 예민해 우열의 발표를 생략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F-15K가 열세인 워 게임 결과를 감추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물론 "워 게임 결과를 공개하면 우리가 선정할 전투기를 포함한 각 기종의 성능과 전투력이 노출되기 때문에 공개해선 안된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성능이 노출되는 폐단을 막기 위해 자세한 결과는 비공개로 하고 우열의 순위만 공개할 수도 있는데 국방부가 이를 생략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정황증거는 미국 싱크탱크 연구소가 러시아의 최신예전투기인 수호이(Su-35)에 맞설 수 있는 서방의 전투기를 워 게임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담은 이른바 '회색위협' 보고서이다.

랜드연구소란?

1948년 2차 세계 대전이 막 끝난 직후 탄생한 랜드연구소는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와 워싱턴디시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전문 연구 인력만 모두 600명을 헤아린다. 이 가운데 80%가 석사학위 이상의 학력을 소지하고 있다.

랜드연구소의 가장 큰 고객은 바로 미국 정부이며 미국을 미국답게 만든 이념의 뒤에는 랜드연구소가 있다는 말을 들을 만큼 가장 미국의 국익을 우선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 지역을 비롯한 외국의 석학들은 정책연구의 객관성을 인정하는 등 어느 연구단체보다 권위를 인정받는다.

원래 미 공군이 미소냉전시대 안보관련 연구프로젝트를 많이 의뢰 받아 정치·군사적 측면에서 미국의 국익을 가장 잘 꿰뚫어보고 있는 연구단체라는 평을 얻었으며 최근 한반도 관련 연구물들도 이 같은 미국의 정치·군사측면에서 논의된 결과물이 많다.

최근 들어선 연구물에 대한 홍보를 자체 연구물의 권위 자체에만 의존하면서 언론 대응에 발빠른 연구단체에 다소 밀려난다는 자체 비판도 있지만 부시 정부 들어 폴 오닐 연구소 이사장이 재무장관으로 발탁돼 연구소의 권위를 다시 한번 알렸으며 공화당 정부와의 정책교감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 랜드연구소(RAND Corp.)가 지난 1995년 11월 내놓은 '회색 위협'(Gray Threat) 보고서는 한국 공군의 FX사업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F-15 기종을 대체할 미 공군의 차세대전투기 F-22의 개발을 목적으로 한 것이다.

그러나 '회색위협'은 FX사업 후보기종 간의 워 게임 결과를 토대로 작성되었다는 점에서 국방부가 이번 1차 기종 평가 발표에서 F-15K가 열세인 워 게임 결과를 감추기 위해 임무수행능력 평가를 공개하지 않은 것이라는 의혹이 설득력을 갖는다. 그 까닭은 이렇다.

우선 1단계 평가에서 34.6%의 가중치를 갖는 임무수행능력 분야 평가기관은 국방부 산하의 한국국방연구원(KIDA)이다. 국방연은 미국 국방안보분야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RAND의 카운터파트로서 한·미동맹관계 등 양국 국방부가 의뢰한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수행해왔다.

게다가 국방연과 공군이 1단계 임무수행능력 평가에서 적용한 'EADSIM 워 게임' 분석모델은 다름 아닌 RAND 연구소가 운용해온 전투기 분석모델로 알려져 있다. 국방연은 이번 1단계 평가에서 항공기 연구팀장 외 3명으로 팀을 구성해 공군시험평가단의 시험평가 결과자료를 워 게임 모델로 결과를 산출했는데 평가방법으로 'EADSIM 워 게임' 분석모델을 사용했다.

▲ 미국 보잉사의 F-15E.

미 랜드보고서 라팔과 F-15의 가상 공중전 결과는?

따라서 '회색위협' 보고서의 워 게임 분석모델 결과는 국방부가 성능 및 전투력 노출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은 FX사업 후보기종의 임무수행능력 평가결과와 사실상 다를 바 없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한 것이다. '회색위협' 보고서를 요약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미 랜드연구소에서 1995년에 발간한 '회색위협' 보고서를 미국 'AIRFORCE'지가 간략하게 정리하여 1996년 2월호에 올린 내용 일부. ⓒ 오마이뉴스
미국의 랜드연구소의 분석가인 마크 로렐·대니얼 레이머·마이클 케네디·휴즈 레보 4명의 연구원이 공동 작성한 이 보고서에는 러시아의 SU-35(수호이)를 가상 적기로 설정하고 미국과 유럽이 개발한 전투기들로 컴퓨터 공중전 시뮬레이션을 벌인 결과가 나온다.

이는 1993년과 1994년 영국의 항공기 제조회사인 브리티쉬 에어로스페이스(BAE) 와 영국 국방연구소(DRA)가 각각 유로파이터(EF-2000)의 다양한 버전들의 효과를 실험하고 그들을 다른 전투기들과 마찬가지로 미래 러시아의 전투기와 비교해보기 위해 대규모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수행한 것을 분석한 것이다.

두 연구 모두 가시거리밖(BVR)에서의 공중전에 초점을 맞췄으며, 미 공군이 흔히 사용하는 공대공 미사일 암람(AMRAAM)급 미사일을 장착한 Su-27(Su-35)를 업그레이드한 기체와 미국의 F-15F·F-16C·F-18C·F-22와 유럽이 차세대 전투기로 개발한 유로파이터(EF-2000), 프랑스의 라팔을 동원해 가상전투를 벌인 것이다.

물론 표에서 보이는 F-15F는 미공군의 F-15전투기를 최대한 업그래이드한 기체로, 제안은 됐지만 실현되지는 못한 전투기다. 한국이 차기 전투기로 들여올 가능성이 높은 F-15K는 F-15C에서 약간 업그래이드 된 F-15E 기종과 별 차이가 없는 전투기다.

BAE의 시뮬레이션은 2대2 혹은 그 이하의 소규모 교전으로 제한했고, DRA의 시뮬레이션은 가능한 한 많은 8대 8의 교전을 설정했다.

두 연구 모두 전투기의 공중전 시뮬레이션의 결과를 0∼1.0까지 점수로 표시했다. 전투기가 특정임무를 완수하는 확률이 높을수록 평가되는 점수가 높아진다. 예를 들어 0점은 그 전투기가 언제나 실패할 것임을 뜻하고, 1.0점은 언제나 성공할 것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반면 0.5라면 적기와 아군기가 싸워 손실률이 1:1로, 양쪽의 전투력이 엇비슷함을 의미한다.

▲ EF-2000 유러파이터.

"최고의 전투기는 유로파이터
라팔, F-15보다는 약간 우세"


시뮬레이션 결과 라팔이 F-15보다는 약간 우세한 것으로 분석됐다.

* 각 기종간의 교전결과비교
전투기

Fighter(Origin)

유효점수

Effectiveness Score
환산율
Inferred Exchange Ratio
F-22(US) 0.91 10:1
EF-2000 (European) 0.82 4.5:1
F-15F(US) 0.65 1.5:1
Rafale(France) 0.50 1:1
F-15C(US) 0.43 1:1.3
F/A-18E/F (US) 0.25 1:3
F/A-18C(US) 0.21 1:3.8
F-16C(US) 0.21 1:3.8
시뮬레이션 결과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미국의 차세대 전투기인 F-22였지만 F-22는 2005년에나 실전 배치되는 미래의 전투기다. 따라서 F-22를 제외하고는 유로파이터가 가장 우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게다가 F-22는 유로파이터에 비해 가격은 2배지만 그 성능은 겨우 10% 더 우수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F-22의 유효점수는 0.9로 환산율을 적용할 경우 10:1을 받았다. F-22가 수호이와 맞붙을 경우 10번에 9번은 수호이를 제압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유로파이터는 유효점수 0.82, 환산율 4.5:1로 좋은 점수를 받았다. 이는 유로파이터가 SU-35에 비해 82%의 승률을 보이는 것이다.

반면 라팔과 F-15는 그리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라팔의 유효점수는 0.5로 수호이와 맞붙을 경우 겨우 50%의 승률을 보였다. 특히 F-15C의 경우 유효점수 0.43으로 수호이의 전력에 비해 절반도 안되는 승률로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한국 공군의 주력기인 F-16은 유효점수 0.21로 수호이와 맞붙을 경우 형편없이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F-15 도입에 따른 전투력 증강 효과는?

사업비 5조원대의 차기전투기(F-X) 사업이 지난 1988년 공군에서 처음 소요 제기된 뒤 14년 만에 미국의 F-15K를 도입하는 것으로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그렇다면 이른바 미래의 불특정한 위협과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동시에 대비하고, 공군의 노후 전투기인 F-4 팬텀과 F-5E 타이거를 교체하기 위한 이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과연 공군을 포함한 한국군의 전투력 증강 효과는 얼마나 될까.

지난 2000∼2001년 동안 국방부 산하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F-X 도입효과를 워 게임(war game)으로 분석한 결과(2급 비밀)에 따르면, F-X 도입에 따른 피해율 기대효과는 1.7%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워 게임 모델 상의 전쟁 개시 이후 일자별 피해 규모와 비율을 계량화한 분석결과에 따르면, D+10일 기준으로 볼 때 한국군은 평균 0.3%의 피해율 감소를 보인 반면에 북한군은 평균 1.4%의 피해율 증가를 보여 결국 1.7% 정도의 기대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같은 기대효과는 워 게임 모형을 통해 F-X 도입이 전장에서 어느 정도 전투력 증강 효과를 가져오는지를 분석해 첨단무기체계 도입효과를 실증적으로 검증한 결과다. 그런데 이번 워 게임 분석모델에는 한미연합사의 수정된 주축 전쟁계획인 '작계 5027-98'과 북한군의 전쟁계획 정보판단을 담은 '신정보 판단서'를 각각 시나리오로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워 게임 시나리오는 F-X(40기) 도입이 안된 상황과 도입이 완료된 상황을 설정해 전쟁 개시 이후 D+1일부터 D+14일까지의 피해 규모를 분석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때 F-X 40기의 전장 투입 및 임무는 △공대지 공격 74% △공대공 공격 26%로 가정한 것이다.

한편 워 게임 모델 상의 피해율 분석대상 장비는 탱크, 자주포, 견인포 등인데 전쟁 개시 이후 한국군은 점진적으로 피해율이 감소된 반면에 북한군은 점진적으로 피해율이 증가해 D+10일에 평균적으로 정점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F-X 사업은 1998년 5월 미국 보잉사의 F-15K와 프랑스 닷소의 라팔, 유럽 4개국 컨소시엄 유로파이터, 러시아의 Su-35 등 4개 기종이 대상장비로 선정돼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기종이 사실상 F-15K로 결정되자 사실상 '막판 들러리'를 서게 된 닷소사가 워 게임 결과를 포함한 1단계 평가결과에 대한 공개를 요구한 가운데 시민사회단체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군 내부에서조차 평가가 엇갈리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김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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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같은 남자. 산소같은 미소가 아름답다. 공희정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기자단 단장을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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