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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기념관 제6전시실에 전시중인 조선일보 윤전기. ⓒ 독립기념관
<조선>과 일부 네티즌들은 "문화부가 이사회 결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펼치고 있으나 당시 이사회 결정과정에서 윤경빈 이사장과 민주당 심재권 의원, 박경렬 서울시립대 강사, 김삼웅 전 대한매일 주필 등 다수 이사들이 목소리를 높여 '윤전기 철거'를 관철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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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일] 조아세 등 독립기념관 내 <조선> 윤전기 철거 시도

조선일보 독자모임(cafe.daum.net/chosunilbo)은 19일 '<조선> 윤전기 철거'에 반대하는 1인시위를 벌였다. <조선> 독자모임을 운영하는 장형렬(34, 자영업)씨는 "특정언론 압살하는 이창동은 각성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서울 종로구 세종로 문화관광부(www.mct.go.kr, 이하 문화부) 청사 앞에서 오후1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시위를 벌였다.

장씨는 이날 배포한 유인물에서 "독립기념관 이사회의 <조선> 윤전기 철거결정이 일련의 <조선> 죽이기 목적으로 <조선>에 대한 부정적 여론조성을 위한 외부의 영향을 받은 결정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조선> 역시 "독립기념관이 문화관광부의 업무 감독을 받고 있다" "독립기념관 이사를 겸하고 있는 이승규 문화부 문화정책국장이 이날 회의에 불참하고는 이례적으로 사무관 1명을 이사회에 보내 내용을 파악토록 했다"며 '문화부 개입설'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회의중 이사들의 발언내용을 메모로 정리한 한 참석자에 따르면, 윤경빈 이사장(전 광복회장)이 '윤전기 철거'를 제기하고, 김삼웅 대한매일 전 주필이 '철거 문제를 이사회에서 결정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국인사 유족인 박경렬 이사 등이 방응모 조선일보 당시 사장의 친일전력을 거론하는 분위기에서 다른 이사들도 윤전기 철거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고.

17일 오전 11시부터 서울 여의도관광호텔에서 열린 이사회는 한 시간이 지난 12시부터 20분간 '윤전기 철거'를 논의했다. 이사회에는 전체 이사 15명 중 이문원 독립기념관장, 윤경빈 이사장, 김우전 광복회장, 서영훈 대한적십자사 총재, 한나라당 강신성일 함석재 의원, 민주당 심재권 의원, 김삼웅 전 대한매일 주필, 유흥수 한국독립동지회장, 박경렬 서울시립대 강사, 김성곤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원장 이상 11명이 참석했다.

이승규 문화관광부 문화정책국장, 성무용 천안시장, 심규철 한나라당 의원, 최창규 성균관장 이상 4명은 불참했다. 다음은 이사회의 주요발언 내용.

(박걸순 독립기념관 학예실장이 '조선일보 윤전기 전시'를 현안으로 보고)

▲ 지난 3.1절 조선일보 윤전기 철거운동을 펼쳐온 시민단체들이 윤전기를 철거한다며 대형 기중기를 동원, 눈길을 끌었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강신성일 의원(한나라당) "시간 없으니 요지만 보고해달라."
심재권 의원(민주당) "간략하게 보고하는 것보다 조선일보 윤전기가 문제라는데, 뭐가 문제냐?"
김시우 사무처장 "학예실장이 보고하도록 하겠다."
윤경빈 이사장 (사무처장의 말을 중단시키고) "예전에 미주독립신문을 찍던 하와이 국민회 윤전기를 함께 전시했는데, 지금 어디 있나?"
박걸순 학예실장 "조선일보 윤전기와 하와이 윤전기가 같이 있었는데, 91년 전시관 교체 사업의 일환으로 치웠다."
윤경빈 이사장 "왜 하와이 윤전기를 빼내서 문제를 일으키나? 하와이 윤전기를 다시 전시하고 조선일보 윤전기를 빼내라!"

(윤 이사장의 말과 함께 심재권 의원, 박경렬 서울시립대 강사, 김성곤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원장, 김삼웅 전 대한매일 주필 등이 일제히 "잘못된 일이다" "그럴 수 있냐?"고 독립기념관에 항의. 분위기가 소란스러워짐. 강신성일 의원은 회의가 가열되기 전에 미리 퇴장.)

박경렬 서울시립대 강사 "당시 모든 신문들이 어느 정도 친일행동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36년 방응모씨가 인수한 뒤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 자의적으로 친일행각을 벌였다."
심재권 의원 (큰 소리로 이문원 독립기념관 관장과 박걸순 학예실장에게 호통) "뭐 하는 사람들이냐? 정신이 있냐? 이런 사태는 관장 이하 모두 책임져야 될 일 아니냐? 조선일보 윤전기가 어떤 경로로 독립기념관에서 전시하게 됐는지 국회 차원에서 자료 요청하겠다."

이후 '국회 청문회' 분위기로 전환. 김우전 광복회장, 서영훈 대한적십자사 총재 등도 동조.

김삼웅 전 대한매일 주필 "조선일보 사주였던 방응모씨는 사비를 들여 군용기를 구입해서 일제에 기증한 사람이다. 철거문제를 이사회에서 결정하자"
윤경빈 이사장 "독립기념관은 시정조치 하세요. 전시자문위원회에서 윤전기 전시를 결정했기 때문에 자문위원회를 다시 구성하더라도 똑같은 결정이 나올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이 자리에서 의결하자. 이의 없습니까?"

이의 제기 없이 '윤전기 철거'안 통과


▲ 조선일보는 17일에 이어 18일에도 '윤전기 철거'를 대서특필해 쟁점화를 시도했다.
익명의 한 이사는 "일부 이사들이 분위기를 주도한 것은 사실이지만 크게 반대하는 목소리는 없었다. 한나라당 함석재 의원은 한마디도 안 했다. 광복군 출신인 윤경빈 이사장과 애국지사 유족인 박경렬 이사는 독립기념관 전시물이 '친일' 시비에 휘말린 것에 불쾌해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당연직 이사인 이승규 문화부 문화정책국장은 세계박람회총회 준비모임에 참석하느라 회의에 빠지게 돼 담당주사를 대신 보내 양해를 구했다고. 강철근 문화부 도서관박물관과장은 "윤전기 철거 결정은 이사회에서 내렸는데 항의전화는 문화부로 많이 온다"고 하소연했다. 중요한 결정이 내려질 것을 사전 인지했다면 문화부에서도 고위직 인사를 보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독립기념관 학예실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학계인사 9∼10명으로 구성된 전시자문위원회가 최종적으로 교체 전시를 결정하지만, 최고의사결정기관인 이사회에서 결정이 내려진 이상 따라야할 것으로 보인다. 자문위 소집은 사무처에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립기념관은 개관 초기 이미 전시됐던 친일음악가 홍난파의 유품이 학계, 시민단체 등의 줄기찬 문제제기로 결국 이를 전시대에서 철거한 바 있다.

한편 <조선>은 20일자 초판에 "<조선> 윤전기 철거 결정이 '잘못'이라고 응답한 네티즌이 54.2%에 달한다"는 <한겨레> 라이브폴(온라인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그러나 <한겨레>는 해당 페이지에 "본 라이브폴은 인구분포에 따른 전화나 면접 여론조사와 다른 자기기입식 인터넷 설문조사로, 일반인들의 의견분포와 다를 수 있다"고 조사결과의 신뢰성에 한계가 있음을 명기하고 있다.

"우익신문 조중동이 반공의 가치 대변"
[일문일답] '조선일보 독자모임' 운영자 장형렬

▲ 19일 조선일보 독자모임의 장형렬씨가 문화부 청사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오마이뉴스 손병관
- 1인시위를 벌이는 이유는?
"2003년 대한미국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많은 것을 잃어가고 있다. 일부에서 '수구꼴통'이라 부르는 조선, 중앙, 동아 세 신문이 바른 언론이라고 생각한다. 반공의 가치를 이들 우익신문들이 대변하고 있다. 조중동을 지켜야 한다. 좌익의 준동을 우익신문들이 지켜나갈 수 있다고 본다."

- 조선일보의 친일전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윤전기가 친일을 하는 데 사용됐다는 증거가 있나? 조선일보 내에 친일한 사람들이 일부 있었을 지 몰라도 우리나라가 일제에 합방당한 이후 조선일보는 국민계몽 및 독립군의 기관지같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조선일보는 40년 8월 마지막 정간 당한 후 45년 11월 복간하기 전까지 수 차례 정간을 당했다. 그런 증거가 전혀 없지는 않았겠지만 조선일보가 다른 친일분자 같은 일을 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조선일보는 동아일보와 함께 브나로드 운동 등 항일계몽운동을 펼쳤다."

- 브나로드 운동은 조선일보가 한 게 아니라 러시아 혁명의 영향을 받은 좌익 학생들이 중심이 돼서 펼친 운동이다. 일제시대에 우익들은 대부분 기득권층들이었고, 좌익계 학생들이 더 활발하게 독립운동에 가담했다.
"그런가? 미처 몰랐던 걸 기자가 얘기해줘서 알게 됐다. 더 공부하겠다."

장씨는 "나는 반공주의자"라고 강조하고 "광화문에서 반미시위를 벌인 사람들은 모두 좌익"이라고 주장했다. 장씨와의 인터뷰가 끝날 즈음 독립신문 신혜식 대표가 카메라를 들고 나타나 취재에 들어갔다.

지난 17일 개설된 이 카페의 회원수는 19일 현재 16명(자정을 넘기며 50여명으로 늘어남 - 필자 주). 카페에 올려진 '향후 활동 계획'에 따르면 25일경 청와대 앞 1인 집회도 거론되고 있다. 다음은 조선일보 독자모임이 이날 발표한 성명서 전문.

깡패식 언론압살 중단하라!

노무현 정권 들어서 조선일보를 반대하는 일부 시민단체들의 움직임은 언론을 길들이기 위한 차원을 넘어서 언론압살에 가까운 과격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조선일보 없는 아름다운 세상만들기" 라는 단체의 명칭이 주는 독선적 편향성도 우려스럽기 그지없지만 "조폭언론진압단"이란 괴단체를 만든 장본인들이 바로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가장 앞장섰던 사람들이라는 것은 노무현 정권이 갖는 언론에 대한 편향성에 깊은 우려를 금할 길이 없다. 대통령이 당선자의 신분으로 유독 한겨레신문사만을 찾아간 것도 특정신문만을 감싸는 행위이고, 특정신문은 아예 죽이기로 작정한 것이 의심된다.

독립기념관 이사회가 독립기념관의 조선일보 윤전기 철거 결정을 내린 것도 일련의 조선일보 죽이기 목적으로 조선일보에 대한 부정적 여론조성을 위한 외부의 영향을 받은 결정이 아닌가 생각된다. 소위 현 정권의 실세로 지칭되는 조선일보 반대 중심인사들을 향한 '알아서 기면서' 조선일보 죽이기에 동참하라는 것으로 보인다.

특정신문의 과거사를 문제삼아 그 신문이 없어져야 아름다운 세상이 된다는 발상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독재적 폭압이다. 1987년에 설치된 독립기념관의 윤전기가 노무현 정권이 시작되는 바로 이 시점에 철거해야 할 일제의 잔재로 평가한다면 일부 시민단체들의 주장에 의해 단독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의 여론을 다양하게 수렴해서 과연 윤전기 철거가 피해갈 수 없는 조치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 조선일보 독자모임, 국가의 바른 언론을 지키는 사람들 회원 일동은 조선일보를 반대하는 일부 시민단체들에 의해 진행되는 독립기념관 윤전기 철거와 우리나라의 최대 발생부수를 가진, 즉 가장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조선일보 죽이기가 자칫 이 나라의 바른 언론이 설자리를 박탈하고 정권에 의한 언론통제가 본격화되는 것이라고 단정하여 다음과 같이 우리의 주장을 밝힌다.

우리의 주장

- 조선일보 윤전기 철거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
- 노무현 정권은 깡패식 언론 압살 즉각 중단하라!
- 특정신문 탄압 중단하고 언론자유 보장하라!
- 조선일보만을 겨냥한 사시적 언론관이 바른 언론 다 죽인다!
- 수백만 조선일보 독자를 우롱하는 조선일보 탄압 즉각 중단하라!
/ 손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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