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시멘트업계의 불법적인 담합에 대해 조사에 착수하는 등 시멘트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국내 대형 시멘트업체의 한 공장. ⓒ 연합뉴스
<오마이뉴스>의 국내 시멘트 업체들의 불법적인 담합행위 보도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가 검찰고발과 함께 26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강경 조치를 취했다.
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쌍용양회를 비롯해 성신양회·동양·라파즈 한라·현대·아세아·한일시멘트 등 7개 대형 시멘트 제조업체가 시멘트 대체품인 슬래그 분말 사업 활동을 막기위해 시멘트 공급을 거부한 행위 등이 인정된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25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해당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 시멘트 업체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양회공업협회에 대해서도 레미콘 및 슬레그 시멘트 제조업체의 사업활동을 제한하거나 포기하도록 압박했다며 5억원의 과징금 부과와 검찰 고발조치가 취해졌다.
과징금은 업체별로 쌍용양회가 53억700만원으로 가장 많고, 동양시멘트 41억8900만원, 성신양회 49억9300만원, 라파즈 한라시멘트 48억200만원, 현대시멘트 40억8200만원, 아세아시멘트 21억3600만원 등이다.
다만 한일시멘트의 경우 이들 업체들과 담합에는 가담했지만, 피해 슬래그 생산업체와 실제로 거래가 없어 과징금은 부과되지 않았다. 대신 법인에 대해선 다른 업체들과 같이 검찰 고발 조치가 내려졌다.
공정위 제재조치 무엇을 담았나
공정위가 이번에 불법 사항으로 꼽은 것은 크게 두가지. 하나는 이들 시멘트 제조 7개사가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막기 위해 서로 담합을 했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양회협회가 나서 경쟁을 제한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5월 <오마이뉴스>가 시멘트 업체들의 불법적 카르텔 행위에 대해 심층적으로 보도한 내용과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공정위가 내놓은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들 시멘트 업체들은 지난 3월부터 슬래그 분말 제조사업을 하면서 유진레미콘의 계열사인 기초소재(주)의 생산량을 줄이도록 하거나, 슬래그를 다른 회사에 파는 것을 막기 위해 유진쪽 회사들에 시멘트를 제한적으로 공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들 7개사는 레미콘 업체인 아주산업(주)이 슬래그 분말 사업을 추진하려고 하자 동양과 성신양회·아세아·현대시멘트 등이 중심이 돼 지난 7월과 10월 두차례에 걸쳐 시멘트 공급을 제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시멘트업체들의 지방 중소 슬래그시멘트 업체들에 대한 부당행위도 밝혀졌다. 쌍용양회와 동양시멘트, 라파즈한라 시멘트 등 3개사는 광주·전남 지역에서 지난 4월부터 9월 현재까지 슬래그 시멘트 운반 보조비를 대폭 인상해, 이들 지역의 슬래그 시멘트업체 거래고객을 끌어들였다고 공정위는 지적했다.
이들 시멘트 회사들을 회원사로 둔 양회협회의 경우 협회 상근 부회장이 지난해 7월부터 올 5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아주산업과 유진레미콘 대표자를 만나 슬래그 분말 사업을 보류하거나 제한하도록 요구한 사실도 드러났다. 협회는 이어 회원사인 대한시멘트에 대해서도 슬래그시멘트 공장 증설을 포기하도록 압박·종용했던 행위에 대해 사업자 단체의 금지행위 규정을 위반했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공정위 김치걸 공동행위과장은 "시멘트 업체들은 그동안 암묵적으로 담합행위를 해왔다"면서 "98년과 2001년에도 가격 담합 사례가 적발돼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받았던 만큼 이번에 검찰 고발 등 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이어 "앞으로도 시멘트 시장에 대해 지속적으로 감시 활동을 벌일 예정"이라며 "담합행위 등이 다시 나올 경우 더욱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멘트 업체들 "이의신청과 행정소송 등 진행"
공정위의 이번 조치에 대해 해당 레미콘 업체들은 "정부가 뒤늦게나마 나서 단호한 조치를 취한 것은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인반면, 시멘트 업체들은 "공정위의 조치가 가혹하다"며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 등 대응을 고민하고 있다.
유진레미콘의 최종성 이사는 "과징금이나 검찰 고발등의 조치 결과를 떠나, 정부가 시멘트업체들의 담합행위를 뒤늦게 나마 확인한 것은 다행"이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시멘트를 정상적으로 공급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더이상 시멘트 업체쪽에서 슬래그 분말 사업을 그만두라 강요를 한다든지, 영업을 방해하지 않았으면 한다"면서 "현대 시멘트를 제외하고 나머지 시멘트 업체들의 물량 공급이 지난해에 비해 여전히 부족한 상태로 공급되고 있고, 이번 건으로 인해 시멘트 회사들의 공급 제한이 더 지능적으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반면 양회협회 한종선 상무는 "아직 공정위로부터 공식적으로 문건이 접수되지 않아 뭐라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공정위의 이번 조치는 업계로 보면 너무 가혹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 상무는 또 "비영리 단체인 협회에 대해서도 5억원의 과징금과 검찰 고발 등이 취해진 것은 협회의 업무를 (공정위쪽에서) 오해한 측면도 있다"며 "시멘트 업체들마다 공식적인 대응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 등 법적 검토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