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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 목사
김홍도 목사 ⓒ 이승균
금란교회 당회장 김홍도 목사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750만원이 선고됐다. 하지만 김 목사 측은 즉각 항소방침을 밝혔다.

서울 동부지원 형사합의1부(부장판사 이기택)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 건축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김 목사에 대해 18일 오후 2시 선고공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인정한다"면서도 "피의자가 고령이고 지병이 있는 점을 감안해 집행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 목사 부인 명의의 강원도 인제 별장에 대한) 건축법 위반 부분은 본인이 유죄로 인정했고, 교회공금 31억원에 대한 횡령과 배임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으나 관련자 증언과 검찰조사결과 충분히 혐의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재판부의 이같은 판결은 금란교회 당회장인 김홍도 목사처럼 불투명한 회계처리 이외에 교회 공금 유용, 담임목사들의 세습과 불륜 의혹 등의 지적을 받아온 일부 대형교회들에게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교회 공금 31억여원 횡령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 목사가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선거에서 부정선거자금과 당선사례금 2억3700만원 △미국 유학 중이던 큰 사위의 생활비 2억원 △피고인의 비리를 문제삼고 있던 곽아무개 장로를 구속시키기 위한 자금 4억원 △MBC시사매거진 2580 프로그램의 방영을 저지하기 위한 1억5천만원 △MBC에 대한 반박·해명 광고비 3억3천여만원 △불륜관련 1억원 △아들 명의 교회건축비 8억원 △고소사건 무마비와 합의금 3억원 △부인명의 별장 건축비 3억원 등 총 31억여원을 교회공금으로 지급했다고 범죄사실을 적시했다.

이기택 재판장은 선고 말미에 "우리나라에서 손꼽힐 정도로 큰 교회의 담임목사가 교회의 운영과 관련된 문제로 인해 법정에 선 사건의 재판을 담당하면서 우리나라의 교회와 목사의 현재 모습과 바른 역할에 대해 소감이 없을 수 없다"며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돈과 출세를 위한 싸움터 된다면 교회가 왜 있는가"

"마음을 병들게 하는 돈과 지위, 출세 경쟁에 지친 많은 사람들이 안식처를 찾아 교회로 오고 이들을 평안한 삶으로 인도하는 것이 교회의 가장 큰 역할입니다. 그런데 교회가 그 돈과 출세를 얻기 위한 싸움터가 된다면 "왜 교회가 있는가"라는 물음에 침묵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교회는 세속적인 싸움의 대상을 만들어도 안 되고 이를 좇아서도 안 됩니다. 헌금의 과다와 관계없이, 직분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모두 함께 사랑을 나누는 교회를 보고 싶습니다.

교회가 전도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으나 그 성과가 신도의 수나 건물의 크기로 나타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모범이 되지 못하는 사람을 따라서 교회에 나갈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교회가, 목사가, 신도들이 바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최고의 전도일 것입니다. 전도는 밖을 향해 외치는 함성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는 반성의 기회가 되어야 합니다. 교회 안에서 무엇이 이루어지는지, 목사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하는지 알게 된다면 누구라도 교회에 나가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도록 만드는 매력있는 교회를 보고 싶습니다.

종종 목사의 활동과 신도의 기대가 어긋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목사가 목사로서 모든 이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는 길은 가까운데 있습니다. 처음으로 돌아가 작은 것부터 실천한다면, 힘든 세상사로 본인도 모르게 잠시 잊었을지도 모르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목사의 사랑을 되찾게 될 것입니다. 경제적으로 어렵고, 주위에 돌봐줄 사람도 없으며, 절망과 외로움을 떨치지 못한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찾아가 사랑을 나누고, 신의 사랑을 빛나게 하고, 목사로서의 소명과 소망을 함께 이루는 모습을 많이 보고 싶습니다."


이에 대해 김홍도 목사 측은 "재판부가 교회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목사 측은 “건축법 위반 부분에 대해서는 법을 몰라 일부 잘못했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그 외의 부분에 대해서는 김홍도 목사의 무죄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이날 금란교회 교인 10여명과 함께 법원에 나왔으며, 동부경찰서 관계자 4∼5명도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재판을 지켜봤다.

김 목사 고소에서 1심 판결까지

이번 사건은 금란교회에서 김 목사와 함께 목회활동을 하던 유아무개 장로 등 3명이 지난해 12월 횡령혐의로 김 목사를 서울지검 동부지청에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사건을 맡은 동부지청 형사4부 김회재 부부장검사는 50여명의 사건관계인 조사를 마친 뒤 올해 6월30일 김 목사를 첫 소환해 조사한 뒤 구속할 때까지 4차례 직접 조사를 벌였다.

그 동안 검찰은 7월 7일 김 목사와 그의 부인, 전 금란교회 사무국장에 대한 계좌추적을 시작했다. 사건이 심상찮게 돌아간다고 판단한 보수교단은 적극적인 김 목사 구명운동에 나서 길자연 한국기독교 총연합회 회장과 김진호 기독교 대한감리회 회장 등이 검찰에 선처호소문을 보냈다. 그러나 이 호소문을 둘러싸고 단순한 개인의 뜻을 교계 의견수렴 없이 단체의 이름으로 발송한 것이라는 내부반발에 직면하기도 했다. 반면, 감리교단의 개혁파 목사들은 김 목사 사건에 대한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결국 검찰은 8월 13일 김 목사에 대해 31억원의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이 14일 영장실질심사(구속전 피의자심문)를 거쳐 영장을 발부함에 따라 김 목사는 성동구치소에 구속수감됐다.

김 목사에 대한 재판은 9월 9일 시작됐으며, 건강이상을 이유로 제기된 보석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여 같은 달 22일 석방됐다.

이런 과정을 거쳐 검찰은 지난 10월 21일 김 목사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김홍도 목사가 교회 기획위원회나 실행위원회 결의를 거쳐 합법적으로 교회 돈을 지출하였다고 주장하지만 문서를 조작한 의혹이 존재하고 실제 회의가 열리지 않은 경우도 발견된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은 "교회 회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배 여인과의 불륜 관계가 사실이 아니라는 등 김 목사에게 아무런 허물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이뤄져 기획위원회 참석자들을 속인 것이기 때문에 원천적 무효"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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