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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제철 인근 태인공단 - 광양제철의 용광로 슬래그를 원료로 삼는 슬래그 시멘트 공장들이 태인공단에 밀집해 있다.
광양제철 인근 태인공단 - 광양제철의 용광로 슬래그를 원료로 삼는 슬래그 시멘트 공장들이 태인공단에 밀집해 있다. ⓒ 오마이뉴스 조호진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김영철 부장검사)는 지난 26일 시멘트 대체 원료인 슬래그 분말의 생산하는 국내 레미콘 업체들에게 사업 포기를 강요하거나, 이들 업체들에게 시멘트 공급을 제한한 혐의로 전 한국양회공업협회 부회장 이 아무개(62)씨를 구속했다.

서울 중앙지방법원은 이날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씨 등 2명에 대해, "도주 우려가 있으며 담합행위에 대한 책임이 크다"면서 이씨에 대해서만 영장을 발부했다. 나머지 김 아무개 전무(동양시멘트)에 대해서는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이 대기업들의 불법적인 담합행위 등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 해당 고위 임원을 구속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검찰은 담합행위에 참여한 업체나 법인에 대해 벌금형으로 약식 기소 처리했었다. 검찰은 특히, 시멘트업계의 담합 행위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현재 같은 혐의로 고발된 철강업계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수사할 방침이어서 주목된다.

지난해 5월 <오마이뉴스> 보도로 시멘트 불법 카르텔 처음 알려져

대형 시멘트업계의 불법적인 담합행위는 지난해 5월 <오마이뉴스>가 「"우리 말 들어야 시멘트 내준다" 시멘트 불법 카르텔, 경제정의 실종」(5월 29일 보도), 「시멘트 담합, 연간 수천억원대 폭리, 국부유출 논란」(6월 3일 보도) 등에서 심층 보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오마이뉴스>는 쌍용양회를 비롯해 동양·라파즈한라 등 7개 국내 대형 시멘트업체들이 불법적으로 카르텔을 형성, 시멘트 대체 원료인 슬래그 분말을 생산하는 레미콘 회사들의 사업 포기를 강요해 일부 업체가 도산한 사례를 폭로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시멘트업체들은 해당 레미콘 업체에 대해 슬래그 사업 포기 각서를 받거나 시멘트 공급량을 담합해 줄였으며, 시멘트 값도 무더기로 인상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슬래그 시멘트란 철강 생산과정에서 생기는 슬래그 분말을 일반 시멘트와 혼합한 제품이다. 일반 시멘트보다 강도는 높지만 가격은 1톤당 1만원 이상 저렴해 대체 시멘트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같은 보도가 나간 후, 공정거래위원회는 7개 대형 시멘트업체들에 대해 가격과 시멘트 공급에 대한 불법 담합여부 조사를 벌였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이들 시멘트업체와 한국양회공업협회 등 법인에 25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해당 업체와 협회 임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에 따라 올해 수사에 착수했으며 이번에 이 아무개 양회협회 부회장을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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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불법적 담합 엄벌 처벌

이번 검찰 조사에도 <오마이뉴스> 보도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내용이 상당수 반영됐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양회협회 상근부회장이었던 이씨는 지난 2002년 5~7월 아주산업의 문아무개 부회장과 유진 레미콘 유아무개 사장에게 슬래그 사업을 중단하라고 강요했으며, 이들 업체에 시멘트를 공급하지 말라고 협회 회원사인 시멘트 회사들에게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씨 등 시멘트 업계 관계자들이 조직적으로 담합해 레미콘 업체들의 시장 진입 자체를 방해했으며, 이미 시멘트 업계가 과거 2차례에 걸쳐 담합했던 전과가 있음에도 반성의 기미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편 검찰이 시멘트 업체들의 불법 담합행위에 엄벌 의지를 보이자 해당 업계는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양회협회 관계자는 "협회는 지난해 담합 등의 불미스러운 일을 거울삼아 새롭게 출발하고 있다"면서 "검찰의 수사 결과에 대해 별다르게 할말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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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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