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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딩 붙이기
사이딩 붙이기 ⓒ 장승현
먼저 사이딩을 붙일 때는 밑에서부터 수평을 잡고, 조깃대를 만들어 아래부터 차례로 붙여나가면 된다. 우리 '젊은목수들'에서는 보통 베벨사이딩을 많이 쓴다. 집을 지을 때 외형상 목조주택 느낌을 들게 할 때는 그래도 보는 면이 제일 많이 차지하는 부분이 사이딩인데 베벨사이딩을 붙이는 게 목조주택 느낌을 가장 많이 받게 하기 때문이다.

보통 가격대로 사이딩을 붙인다. 제일 싼 집이 비닐사이딩을 그 다음에 시멘트 사이딩, 평당가가 제일 높은 집을 베벨사이딩을 붙이는데 우리는 보통 싼집이든 비싼 집이든 목조주택은 무조건 베벨사이딩을 권한다. 자재값이야 전체 건축비에서 따져보면 별 차이가 안 나기 때문이다. 일하기도 향나무 향기가 나는 베벨사이딩이 목수들 입장에서는 가장 좋다.

ⓒ 장승현
베벨사이딩을 붙일 때는 시더못을 사용하는데 이때 못을 박을 때 잘 박아야지 잘못 박으면 시더 베벨사이딩이 갈라지는 경우가 있다. 베벨사이딩을 겹쳐서 박아 올라가면서 위아래 같이 박는 일이 있는데 이럴 때 위아래 같이 힘을 받아 당기게 되면 갈라지는 수가 있다. 그리고 베벨사이딩을 박아 올라가는 건 보통 4cm나 5cm 정도 겹치게 된다. 이 겹치는 부분이 비가 안 새게 잘 해야 한다.

창문틀은 보통 방부목으로 문틀을 만들어 돌리고 코너에도 방부목으로 테두리를 만들어 놓고 베벨사이딩을 붙인다.

문틀짜기

문틀짜기
문틀짜기 ⓒ 장승현
문틀은 보통 궤 맞춤에 홈까지 다 파여져 조립만 할 수 있는 것과 그냥 마감만 해 커팅기로 각을 내어 짜맞추어야 하는 두 종류로 나온다. 그런데 다행히 요번에 주문한 건 그냥 수강생들이 짜맞추기만 하면 되는 문짝이었다.

먼저 문짝을 짜맞추고, 가로 세로 각을 맞추려면 사진처럼 길이를 재어 대각선의 길이가 서로 같으면 그 문틀은 서로 각이 맞는 것이다. 그러면 그때 가새를 박고 문틀을 설치하고 벽에 고정시킨 다음에 가새를 떼어낸다. 문틀을 고정시킬 때에는 문틀의 두께와 석고보드나 그 외 마감재료나 몰딩 두께를 계산해서 문틀을 설치해야 한다. 문틀의 두께를 계산하지 못하면 나중에 마감할 때 일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일곱째날

상량식 하는 날

상량식
상량식 ⓒ 장승현
드디어 상량식을 하는 날이다. 상량식을 하는 날은 목수들이 제일 즐거운 날이다. 이 상량식은 미리부터 이야기가 되어 누가 목수 대표고 일정을 어떻게 하고 상량비 나오면 어떻게 쓰고 이미 수강생들끼리는 계획이 다 짜여져 있었다.

상량식은 보통 뼈대가 다 올라가고 대들보를 올릴 때 행한다. 목조주택에서는 보통 투텐으로 글씨를 써 용마루 밑에 붙여 집의 행복을 기원한다. 우리들은 웬만하면 한글로 써서 날짜와 집주인들 이름, 그리고 함축적인 글귀로 그 집의 기원하고자 하는 말을 쓴다. 예전이야 가장 크게 기원하는 게 오래 사는 것이었다. 그래서 옛날에는 상량식이라 하면 집을 지을 때 기둥을 세우고 보를 얹은 다음 상량보를 올리는 의식이었다.

상량비가 두둑해보이는 돼지 머리
상량비가 두둑해보이는 돼지 머리 ⓒ 장승현
상량보는 건물의 중심이며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이곳에는 재목도 가장 좋은 걸로 썼다. 상량보를 올릴 때는 떡, 술, 돼지머리, 북어, 백지 등을 준비해 목수가 새로 짓는 건물에 재난이 없도록 지신(地神)과 택신(宅神)에게 제사 지내고, 상량문을 써서 올려놓은 다음 모두 모여 축연을 베푼다.

상량문은 머리에 '용(龍)'자, 밑에는 '귀(龜)'자를 쓰고, 가운데 모년 모월 모일 입주상량(立柱上樑)이라 쓴 다음 밑에 2줄로 '응천상지오광(應天上之五光) 비지상지오복(備地上之五福)' 등 축원의 글귀를 쓴다.

절하는 집주인
절하는 집주인 ⓒ 장승현
상량보는 목수가 올리는데 대개 광목으로 끈을 하고 양쪽에서 잡아 올린다. 이때 건물주는 돈을 놓기도 하며, 마룻대에는 백지로 북어와 떡을 묶어 놓는데, 이것은 나중에 목수들이 떼어 먹는다. 상량날에는 대개 공사를 쉬고 이웃에 술과 떡을 대접한다.

상량식을 기다리는 수강생들
상량식을 기다리는 수강생들 ⓒ 장승현
상량식날은 목수들의 날이다. 상량 제사를 지낼 때 집주인들이나 손님들이 집의 번영을 기원하며 꽂아놓는 돈들은 모두 목수들 몫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목수들이 제사에는 관심이 없고 젯밥인 돈봉투에만 관심이 대단하다. 보통 이 돈은 목수들이 모여 술을 한 잔 마시거나 아니면 함께 나누어 가지는 경우가 있다.

이날은 우선 집주인이 가슴이 설레는 날이다. 인생을 살면서, 부모님 슬하에서 살다 결혼하고 자기 살림을 꾸리며 살다 자기의 주관으로 집을 지어 산다는 건 뿌듯하고 기분 좋은 일이다. 이 집주인도 마찬가지였다. 도심에 나가 도심 생활을 하다 아내를 만나고 아내와 고향으로 들어와 자리잡고 살아온 날이 10여년, 10여년동안 고생하다 겨우 자기 집을 마련해 집을 짓는 기분이란 뿌듯하면서도 가슴 설레는 일이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친척들이 다 모였다. 홀어머니가 오셨고, 큰형님, 조카들 그리고 주변에 살고 있는 친척들과 동네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상량식에 온 동네 사람들
상량식에 온 동네 사람들 ⓒ 장승현
소풍가는 날

소풍가던 날
소풍가던 날 ⓒ 장승현
상량식이 끝나고 수강생들끼리 소풍을 가자고 했다. 젊은목수들 팀 중에 강원도 인제에 사는 목수가 있었다. 집이 멀다보니까 몇 달 동안 집에 한번 못 가봐 걱정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일거리도 애매하고 수강생들끼리 단합도 할 겸 소풍을 가자고 했다. 수강생 중에 나이가 제일 위이신 산마루님이 소풍을 가려면 강원도 인제를 가자고 제의했다.

9인승 스타렉스에 막걸리 한 말을 싣고 길을 떠났다. 전날에도 새벽 4시까지 막걸리 한 말을 해치웠다. 모두들 비몽사몽간에 길을 떠난 소풍 길은 멀고도 먼 여정이었다. 우리들은 조치원에서부터 양조장에 들러 막걸리 한 통을 샀다. 그 막걸리 통을 들고 고속도로 휴게실에서도 내려 마시고, 춘천 막국수집에서도 통을 들고 내려 꾸준히, 진짜 꿋꿋하게 마셨다.

인제 번지 점프 하는 곳을 지나 내린천을 거쳐 우리 김목수네 집 엄니가 해주는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고 민박집에 자리를 잡았다. 하루는 그렇게 고스톱 치면서 찌그러졌고, 다음날 필례약수에 가서 약수 한잔 마시고, 다슬기 해장국에 또 돌배주를 한잔씩 돌리니 알딸딸한 기분이었다.

그런 기분으로 한계령, 설악산 줄기를 넘어 속초로 향했다. 속초 대포항에 가서 싱싱한 회 한 사라에 소주 몇 병을 쓰러뜨리고 그러고 집으로 돌아왔다. 소풍을 그렇게 술만 먹다 돌아왔다. 엄청난 목조주택 학교 사람들이고, 엄청난 젊은목수들 사람들이었다.

덧붙이는 글 | 문의하실 내용은 제 메일 startjsm@hanmail.net 이나 홈페이지 http://www.moksune.com 게시판에 글을 남겨 주시면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이 기사는 전원주택 전문잡지 월간 <전원속의 내 집>에도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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