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의회(의장 박동윤)가 도내 5개 시·군 선거구의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분할하는 것을 것을 골자로 한 기초의원 선거구획정안 수정안 통과를 놓고 민주노동당 및 충남시민단체와 정면 충돌했다.
도의회는 21일 낮 12시11분 경 본회의를 열고 민주노동당 대전충남 시·도당과 충남참여자치연대회의 소속 회원들의 저지속에 전날 행정자치위원회가 올린 시·군의회 의원 선거구와 선거구별 의원 정수에 관한 조례 일부수정안을 심의 의결했다.
도의회의 가결로 충남 시·군의회 의원정수는 현행 215명에서 178명(지역구 152명, 비례 26명)으로 확정됐다. 도의회는 선거구획정위원회의 결정안과 달리 아산시는 6개 선거구 모두 의원정수를 2명으로, 서산시(5개)·금산군(3개)·연기군(4개)·홍성군(4개) 등은 각각 1곳(3인)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 의원정수를 2명으로 수정했다.
5분만에 통과된 선거구획정안
이날 2인 선거구안 통과는 혼란 속에 진행됐다.
오전부터 도의회 의장실 복도와 본회의장에서는 조례안을 통과시키려는 도의원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민주노동당 당원들 사이에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민주노동당 당원 10여명은 이날 오전 10시50분경 조례안 통과를 저지시키기 위해 도의회 의장실 앞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의회 사무처 직원들과 당원 등 10여명이 서로 뒤엉켜 밀고 밀치며 욕설이 오가는 등 큰 마찰을 빚었다.
오전 11시20분경에는 방청객들이 본회의장에 갖고 들어간 '중선거구제 역행하는 선거구 분할 반대'가 씌여진 플래카드를 놓고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민주노동당 당원 등은 청원경찰과 의회 사무처직원들이 "규정상 본회의장에는 회의와 관련없는 물품을 반입할 수 없다"며 플래카드 수거에 나서자 "플래카드가 왜 회의와 무관한 것이냐"며 맞섰다. 이 과정에서 20여분간 양측이 밀고 밀치는 실랑이를 벌였다. 이 때문에 회의가 한때 중단되기도 했다.
선거구획정 수정조례안이 상정되자 방청석에 있던 민주노동당 당원과 시민단체 회원 10여명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의장석 앞으로 뛰어나갔다. 이 과정에서 의장석 진입을 막는 청원경찰들과 방청객들간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일부 방청객들은 "수정 조례안 통과 반대"를 외쳤다.
회의장이 소란해지자 도의회 박동윤 의장은 도의원들에게 '이의 여부'를 묻고 서둘러 가결을 선포했다. 이날 상정된 선거구획정안 등 13개의 안건이 통과된 시간은 5분여 정도.
선거구획정안 수정안이 통과되자 민주노동당 당원 등 방청객들은 의원들을 향해 "이게 무슨 회의냐", "날치기 통과로 무효다", "창피한 줄 알아라", "중선구제 역행하는 선거구분할 반대" 등을 외쳤고, 퇴장하는 의원들에게 일제히 야유를 보냈다.
이들은 또 도의원들의 의석에 놓아져 있던 의안 자료를 충남도의회 현관에 모두 모아 불태우기도 했다.
민주노동당-시민단체, 일제히 비난 성명
이들은 수정조례안 가결직후 본회의장에서 약식 집회를 갖고 "오늘은 도의회가 민주주의를 왜곡하고 짓밟은 날로 더이상 도민을 위한 도의회가 아님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를 말살한 폭거에 맞서 도민들과 끝까지 책임을 묻는 싸움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상임대표 이상선)도 성명을 통해 "선거구획정안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각계인사들이 모여 충분한 조사와 심의를 거쳐 결정한 것"이라며 "이를 부정하고 나선 것은 밀실담합의 결과로 기획주의적이고 파렴치한 작태"라고 비난했다.
대전참여자치연대(상임의장 송인준)도 성명을 내고 "다양한 정치세력의 지방의회 진출을 위해 4인 선거구를 원칙으로 한 중선거구제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이를 2인 선거구로 분할한 도의회의 행태는 기초의회를 독점하려는 의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심대평 충남지사는 선거구획정안을 왜곡시킨 도의회 획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도의회 사무처 측은 "신성한 의사당에서 회의를 가로막는 난잡한 일이 생겼다"며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회규정에는 본회의 질서 위반시 입장을 못하게 하거나 퇴장시킬 수 있지만, 경찰에 조사를 의뢰하는 것 외에 다른 벌칙 규정은 없다"며 "의원들이 경찰조사를 의뢰할 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