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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리 호수에 가득한 해파리들.
해파리 호수에 가득한 해파리들. ⓒ Joe from Australia
오늘 우리가 갈 곳은 말 그대로 팔라우의 꽃 중의 꽃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다이버라면 한번쯤 꼭 가고 싶어하는 팔라우의 블루 홀과 블루 코너가 우리의 다이빙 포인트였다. 게다가 중간에 들르는 곳은 해파리 호수(Jelly Fish Lake)이다. 상상만 해도 두근두근 가슴이 떨린다. 텔레비전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보던 그 멋진 블루 코너에서 내가 다이빙을 하다니!

우리는 매일 지나는 바닷길을 따라 해파리 호수로 향했다. 처음에는 이렇게 비슷비슷한 섬이 있는 바다에서 어떻게 길을 찾아 가나 궁금했는데 며칠 다녀보니 그 비슷비슷함 속에서 각각의 다름이 눈에 들어온다. 비슷해 보이는 섬도 각자의 독특한 느낌을 가지고 있고 섬 주변의 바다색은 하나하나가 모두 다르다. 그런 비슷하게 보이는 하지만 그 속은 완전히 다른 섬 한 곳에 배가 정박했다.

이 바다 한가운데 해파리가 가득한 호수라니!

해파리 호수로 가는 길. 작은 섬의 언덕을 넘어야 안에 호수가 있다.
해파리 호수로 가는 길. 작은 섬의 언덕을 넘어야 안에 호수가 있다. ⓒ 김동희
마스크와 핀만 챙기고 우리는 섬으로 올라갔다. 몇 분을 가파른 언덕을 올라갔다 다시 내려가니 섬 안에 잔잔한 호수가 있었다. 섬이 바다를 그 안으로 품어 호수가 되었다. 그 잔잔함과 고요가 이곳이 바다 한가운데라는 것을 잊게 만들어 주었다.

사실 바다에서 해파리를 만난다면 조심해서 피해야 한다. 잘못하면 해파리의 독에 쏘이게 되어 위험할 수 있다. 그런데 이곳 해파리들을 독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한다. 섬이 해파리의 천적들을 막아주었고 이곳은 해파리를 해할 어떤 것도 가지고 있지 않아 자연히 그들의 독성도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바로 이곳이 해파리의 천국이었다.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야 해파리를 만날 수 있다는 말에 우리는 일제히 짠 호숫물에 몸을 던졌다. 열심히 수영을 했다. 처음에 한참은 해파리 한 마리조차 눈에 띄지 않았다. 호수 중간쯤에 왔을 때 한 마리씩 보이기 시작하더니 조금만 더 가니 여기저기에서 해파리가 돌아다녔다. 어느 순간 앞이 안보일 정도로 많은 해파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말 말 그대로 물 반 해파리 반이었다.

"세상에 이런 곳은 여기 하나밖에 없을 거야!"

해파리의 투명한 우윳빛 몸통이 빛을 발하니 물 속이 환해 보였다. 말 그대로 해파리의 왕국이었고 해파리만의 세상이었다.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완전 다른 세계에 놀러 온 기분이었다. 해파리들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매일 보는 큰 온순한 생명체로 생각하는지 아니면 그들의 생활을 망쳐놓는 침입자로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그저 보기에는 해파리와 우리는 너무 자연스럽게 함께 어우러져 있었다.

모두들 즐거운 경험을 뒤로하고 블루 홀로 향했다. 블루 홀은 그 이름처럼 바다 속 구멍을 따라 내려간다. 바깥세상으로부터 들어온 빛은 큰 동굴과 바다에 강한 명암을 부여해주고 황홀한 풍광을 만들어준다. 빛은 이 물 속 깊은 곳까지 그의 힘을 과감히 보여주고 있었다. 빛을 머금은 깊은 물의 푸르름을 강하게 받혀주는 어두운 동굴 벽, 그 벽을 따라 내려오는 기분은 환상의 다른 세상으로 가는 길목 같았다.

블루 홀.
블루 홀. ⓒ Joe from Australia
블루 홀 옆에 있는 블루 코너는 세계적으로 수중사진 작가들이 가장 많이 온다고 한다. 팔라우 아니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이 다이빙 포인트는 어떨지! 너무 큰 기대를 해서 혹 실망하지는 않을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블루 코너로 들어갔다.

수직절벽에 머물면서 깊은 심해를 바라보며 한참 있으니 큰 그레이 리프 상어(Gary Reef Shark)가 멋진 폼으로 지나간다. 그 뒤를 이어 화이트 팁 상어(White Tip Shark)도 블랙 팁 상어(Black Tip Shark)도 지나간다.

형형색색의 작은 물고기 떼들이 내 눈 앞으로 지나간다. 이름도 모르는 작은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움직일 때마다 내 눈도 그들을 따라간다. 작고 어여쁜 물고기들이 각기 다른 색을 가지고 군무를 펼치니 그 어떤 곳보다 내 눈은 여기저기 아름다운 모습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레이 리프 샤크(Gray Reef Shark)가 위용있게 지나가고 있다.
그레이 리프 샤크(Gray Reef Shark)가 위용있게 지나가고 있다. ⓒ Joe from Australia

화이트 팁 샤크 (White Tip Shark). 지느러미에 선명한 하얀색.
화이트 팁 샤크 (White Tip Shark). 지느러미에 선명한 하얀색. ⓒ Mark from Saipan
블루 코너를 나와서 약간의 아쉬움을 느꼈다. 너무 아름다운 광경을 보고 나왔는데 아쉬움이 남는 건 무엇일까? 아마 전에 보았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의 더 아름답고 멋진 광경이 생각나서였을 것이다.

그 프로그램에서 본 더 다양하고 더 큰 물고기 떼들을 못 봐서였을 것이다. 이 욕심 많은 인간의 모습! 고작 한 번 가보고 모든 것을 다 얻으려 하니! 그들이 나를 위해 그곳에 딱 그렇게 있어주길 바라다니! 얼마나 우스운가!

배를 얕은 물 근처에 정박해놓고 쉬며 스노클링 할 시간이 주어졌다. 대부분 다이빙에 지쳐 바다에 들어갈 생각을 접고 있는데 몇몇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어마어마하게 큰 나폴레옹 물고기가 배 밑에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 큰 나폴레옹 물고기는 도망가기는커녕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우리를 관찰하고 있었다.

나폴레옹 물고기. 머리 모양이 나폴레옹의 모자를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
나폴레옹 물고기. 머리 모양이 나폴레옹의 모자를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 ⓒ Joe from Australia
"역시 팔라우야! 스노클링하면서 나폴레옹 물고기를 볼 수 있다니! 스케일이 다르지 않아?"

모두들 다시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 빠져나올 수 없는 매력을 향해서….

덧붙이는 글 | 2007년 1월 13일부터 9일간 팔라우 여행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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