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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부의 집회시위의 자유에 대한 침해와 광장공포증이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경찰의 서울광장 경찰버스 봉쇄가 이어지고 있고, 서울시는 문화행사 이외에는 사용 제한을 내걸었습니다.  광장의 위기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시민사회와 야당은 광장의 위기에 맞서 주민직접발의라는 직접민주주의의 방법으로 광장을 시민의 품으로 찾아오는 서울광장조례개정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참여연대, 참여사회연구소와 공동으로 '광장을 열어라'는 주제로 공동기획을 진행합니다. 독자여러분의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서울시청광장.
서울시청광장. ⓒ 유성호

 

대한민국헌법

제21조 ①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②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제37조 ②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지방자치법

제22조 (조례)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다만,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

서울특별시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제5조(사용허가 신청)(조제목 변경 2009.05.28)  광장을 사용하고자 하는 자는 사용목적과 일시, 신청자의 성명과 주소, 사용예정인원 등을 기재한 별지 서식의 광장사용허가신청서를 사용하고자 하는 날(이하 "사용일"이라 한다)의 60일전부터 7일전에 시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제6조 (사용허가 및 사용제한)(개정 2009.05.28)  ① 시장은 제5조의 신청이 있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 사항을 검토한 후 허가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1. 광장의 조성목적에 위배되는지 여부

2. 다른 법령 등에 따라 이용이 제한되는 경우

앞의 헌법과 서울특별시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이하 '광장조례')를 비교해서 읽어 본 사람은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바로 느낄 것이다. 헌법은 분명히 집회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집회에 대한 허가제 금지를 굳이 최고법인 헌법에 못 박은 이유는 무엇인가? 집회에 대한 허가제를 인정할 경우 행정공무원이나 경찰공무원이 주관적 재량에 의해 특정한 내용의 집회를 금지할 우려가 있고 허가권한을 소수파나 반대파의 집회를 억압하기 위해 악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광장조례는 광장을 집회 목적으로 사용하려면 서울시장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감히 조례 따위가 최고법인 헌법에 정면으로 맞서는 꼴이다. 다른 것은 더 볼 것도 없다. 집회에 대한 허가제를 규정한 그 자체만으로 이미 광장조례는 위헌이다.

 

광장조례는 집회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 집회의 자유는 민주적 공동체가 기능하기 위해 불가결한 근본요소로서 여러 기본권들 중에서도 보다 우월한 지위를 가진다. 그리고 집회의 자유는 집회의 장소, 시간, 목적, 내용, 형식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보장한다.

 

특히 집회에 있어 장소에 대한 선택권은 매우 중요하다. 집회 장소가 바로 집회의 목적과 효과에 대해 중요한 의미를 가지므로 누구나 "어떤 장소"에서 자신이 계획한 집회를 할 것인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광장조례는 광장 사용시 서울시장의 허가를 받도록 함으로써 집회 장소에 대한 선택권을 침해한다. 그리고 광장 사용의 목적을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활동 등'으로 제한함으로써 집회의 목적과 내용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한다.

 

명확성 원칙 명백히 위반하고 있는 '광장조례'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령의 규정은 그 뜻이 명확하여 누구나 어떤 권리가 어떻게 제한되는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모호하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규정은 권력자의 자의적인 법집행을 가능하게 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명확하지 않은 규정은 그 자체로 위헌이 된다. 특히 집회의 자유는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것이 명백한 경우에만 제한이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집회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규정 내용의 명확성, 집회 자체의 폭력성에 대한 명확한 증거라는 이중의 명확성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광장조례는 서울시장이 '광장의 조성목적에 위배되는지 여부' 등을 고려하여 허가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광장의 조성목적이 무엇인지 그 뜻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광장 사용을 희망하는 사람이나 단체가 광장 사용을 통해 구체적으로 공공의 안녕에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것이라는 점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에도 그 사용을 불허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명확성의 원칙을 명백히 위반하고 있다.

 

우리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규정한다. 법 앞에 평등은 비단 법 적용에 대한 평등뿐만 아니라 법 내용에 대한 평등을 포함하며 모든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 영역에서의 평등을 포함한다. 따라서 합리적 이유 없이 특정인이나 특정 단체가 주최하는 집회는 허가하고 특정인이나 특정 단체가 주최하는 집회는 허가하지 않는 것은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물론 이로 인한 평등권 침해는 서울시장의 차별적인 허가 또는 불허처분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지 광장조례 자체가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광장조례의 허가제 규정이 이러한 자의적인 차별을 초래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또한 광장조례는 서울광장 사용에 대한 허가를 신청순서대로 하되 '공익을 목적으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행사'의 경우 우선 허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규정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개인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인정하는 것으로 어떤 합리적 이유도 없으므로 인정될 수 없다.

 

광장을 열자, 잔디는 걷어 버리자

 

 지난해 6월4일,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서울광장에 모여 '고시유예 아닌 전면 재협상'을 주장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지난해 6월4일,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서울광장에 모여 '고시유예 아닌 전면 재협상'을 주장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 남소연

 

다시 맨 처음의 헌법과 지방자치법 규정으로 돌아가 보자. 헌법 제37조 제2항은 분명히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려면 법률로 하라고 명령한다. 이를 기본권 제한의 형식상 한계라 한다. 여기서 법률이란 당연히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을 말한다. 그런데 감히 조례 따위가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그리고 지방자치법 제22조는 주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거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를 조례제정권의 한계라 한다. 그런데 서울시장에게 집회에 대한 허가권한을 위임한 법률은 없다. 물론 그런 법률은 있을 수 없다. 앞에서 본 것처럼 집회에 대한 허가제는 헌법에 의해 금지되기 때문이다. 혹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을 떠올릴지 모르겠다. 그러나 집시법도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를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서울시장에게 허가권을 위임한다는 내용은 당연히 없다.

 

물론 현행 집시법에는 위헌적인 독소조항이 너무 많다. 집회와 시위를 보장하는 법률이 아니라 그것을 제한하고 억압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고, 경찰은 집시법의 신고제를 허가제처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서울광장의 위헌성은 집시법의 위헌성을 능가한다.

 

이상 살펴 본 바와 같이 광장조례는 두 번 볼 것도 없이 위헌이다. 그러나 서울시의 앞마당으로, 잔디를 위한 마당으로 전락한 광장은 굳게 닫혀있다. 광장조례, 그 따위 것은 즉시 폐기처분시켜야 한다. 그리고 툭하면 광장을 봉쇄하는 핑계로 사용되는 그 놈의 잔디도 걷어 버려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잔디가 아니라 언제나 열려 있는, 언제나 모여서 토론하고 웃고, 울 수 있는 광장이기 때문이다.

 

☞ 서울광장 사용권리 되찾기 주민조례개정운동 사이트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 류제성 기자는 변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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