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가슴이 터질듯이 더웠던 17일, 인천시청앞 광장에는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대우자동차 부평공장 살리기 260만 시민궐기대회'가 진행됐다.

인천시와 인천상의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이 GM매각에서 제외된다는 설이 무성하게 나돌고 있는 가운데 인천 지역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부평공장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는 인천시민들의 결연한 의지를 다지고 정부와 채권단에 강력히 촉구하기 위해 시민궐기대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후 1시 30분경 인천시청앞에서 막연히 서있던 나. 현재 대우자동차 매각을 둘러싼 논란들이 날씨만큼이나 어지럽게 느껴졌다.

집회대열 양옆에는 대우자동차 노동조합이, 중간에는 인천상공회의소, 여성단체협의회 등이 자리를 했고, 뒤로는 각 지방자치단체와 단체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오늘 행사장에는 '대우자동차 노동조합이 시민여러분에게 드리는 글' 'GM매각 협상 실상, 이렇습니다'의 대우자동차 노동조합의 유인물과 인천지역자동차산업살리기 범시민협의회의 '부평공장없는 인천경제 생각해 보셨습니까'의 행사유인물, '부평공장을 포함한 GM매각 촉구 및 지역경제 안정을 기원하는 인천시민 결의문'등 4장의 유인물이 행사장에서 배포됐다.

그러나 더운 날씨 때문인지, 사람들은 유인물을 손에 쥔다는 것 자체가 지겨운 듯 거리에 버리거나, 유인물을 받지않자 대우자동차 노동조합원들의 "우리의 애타는 유인물이 쓰레기입니까" 라고 속을 태우기도 했다.

또 뒷대열의 공무원들은 "지난해 11월 집회시는 무척이나 춥더니, 이번 집회는 속이 탈만큼 덥군"하며 집회보다는 동원된 것에 대한 한풀이를 해댔다.

대우자동차 노동조합원들은 정당인들의 지지발언에 오히려 야유를 보냈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을 살펴보자니, 각자 나름대로의 이유로 분노와 화를 참지 못하는 듯했다.

행사에 모인 사람들은 어떤 생각으로 이곳 인천시청광장앞 인천시민 결의대회에 나왔을까 궁금증이 생겨 대우자동차 노동조합 홈페이지(www.dwno.or.kr) 를 찾았다.

대우자동차 노동조합은 소식지를 통해 대우차 처리가 '부평공장폐쇄' 라는 최악의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현실에서 "관제데모에 조합원을 더이상 이용하지 말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인천시청앞 궐기대회 개최를 앞두고 말들이 많다. 정부, 채권단은 분할매각 성사를 위해 참석중단을 요구하였고 인천시 측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절호의 기회라 생각하며 전원참석을 바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회사의 태도는 고민에 휩싸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져 현장에 소문과 동요가 일어나자 생산중단에 따른 여론, 회사버스의 운행, 범대위와 정추위의 눈치를 보느라 명확한 입장을 현장에 전달하지 못하고 혼란과 갈등이 경영진의 파워게임으로 전개되었다는 후문이다.

하물며 정치적 입장이 다른 관계구청과 통반장들까지 문제를 인천시에 제기하고 나서자 10만명 궐기대회가 1만명으로 축소되는 우스꽝스러운 일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급기야 하루 전날에는 조합원 참석을 강요하는 조합원 교육까지 실시해가며 인천시민 궐기대회를 개최하려는 의도를 정확히 판단해 봐야한다. 그것도 생산까지 중단하면서 목을 매는 것은 정부, 채권단의 분할매각 방침이 서자 회사와 정추위가 지금까지 주장해왔던 내용들이 물거품이 되자 인천시민과 조합원을 상대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말로만 인천시민과 함께 한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인천시와 관변단체가 할수 있었던 일은 대우차 사주기로 그쳤고 시청앞에서 궐기대회 하는 선에서 끝난 것은 조합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조합원을 상대로 자신들의 위치와 명분을 내세우기 위해 조합원을 이용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진정으로 조합원을 생각하고 대우차 정상화를 위한다면 노동조합 핑계만 대지말고 지금이라도 유일교섭단체인 노동조합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또 대우자동차 노동조합과 입장을 달리하는 정상화추진위원회는 "조합원 동지들이 현실의 고향으로 느끼고 살고있는 인천을 돌아 보십시오. 260만의 인구중에 인천의 토착민은 30만이 겨우 넘으며, 거의가 고향을 떠나 인천에서 살고있으며, 지역에 대한 애정이 너무나 소외되어 있는 곳이 인천입니다. 그러나 이젠 대우자동차을 살리기 위해 하나의 뜻을 모았습니다. 인천의 모든단체와 시민들이 대우차를 위해 하던일을 멈추고 우리들을 위해 나섰습니다. 조합원 동지 여러분, 누구던 분명 다른 사정은 있습니다. 몸도 아프고, 아이들 학원도 보내야하고, 집안제사도 있고, 친분 있는 이의 조문도, 경사집도 가야합니다. 하지만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안다면 모든 것을 뒤로 미룰수 있으며, 양해를 구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 8월 17일 인천궐기대회는 대우차와 부평공장의 존폐가 결정될 수 있는 중대한 활동입니다. 직계가족의 초상을 제외한, 나와 가족 주위의 친척까지 참여해야만 합니다. 또한 현장의 조합원은 인천시청 광장에서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대우자동차와 부평공장의 희망을 꿈꾸며, 가족들의 밝은 미래를 다시 생각할 것입니다. 나 아니면 누가 대신해준다는 이기적인 생각은 회사를 죽이고 동료를 죽이는 행동입니다.'

행사에 대한 입장을 달리하고 있었다.

대우자동차 노동조합 한 지도부는 "공권력에 의해 성당에서 탄압받고 있는 지도부와 지금까지 핏물 눈물 흘리며 안타깝게 절규하는 부당정리해고된 조합원들, 중심을 잃은 현장의 조합원들 그리고 현장정서와 동떨어진 활동으로 자본의 노예가 된 범대위등 이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고민에 묶여 하나된 목소리 보다는 온갖 비난 편견 증오로 물들어 온몸에 상처만 남아 있는 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인 것 같습니다. 이제는 모든 울타리를 허물고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지금 해내지 못한다면 20여만명이 아닌 160만명이 생계의 고통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암울한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이에 현장에 남아있는 간부와 조합원으로써 부끄러움과 안타까움을 뼈저리게 통감한다"며 화합을 유도하기도 했다.

현재 대우자동차의 1750명 해고근로자들과 오직 대우자동차에만 기대왔던 인천지역 1300여개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근심은 떠날 날이 없다.

그러나 오늘의 시민궐기대회를 지켜보면서, 대우자동차 노동조합이 지적한 '4.13총선 사흘전 민주당, 한나라당, 자민련등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인천지역 국회의원 후보 모두가 대우자동차 해외매각을 반대한다는 서약을 발표하고 노동조합에 제출했다. 또한 대우자동차의 조기정상화와 노동자들의 고용과 생존권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인천시민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국회의원 당선후 당리당략에만 치우쳐 대우차 문제를 정치적으로만 이용하고 있다. 인천시장과 지역국회의원은 대오 각성해야 한다"는 말이 자꾸 생각난다.

대우자동차 해결방안에 대한 입장을 서로 높이고 있을때, 기자들은 제각기 취재와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는 현장에서 나는 우두커니 서 있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