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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국가인권위의 문을 두드린 대우자동차 부평공장 노동자들. ⓒ 마이너


▲작업용 장갑을 끼던 손이 작년 4월 이후 목발을 쥐게 됐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노벨 평화상을 받은 대통령을 둔 나라에서 공권력이 노동자들의 인권을 무참히 유린하는 사태가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됩니다."

15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 이하 인권위)가 위치한 서울 종로구 수송동 이마빌딩 1층 로비에는 80여 명의 대우자동차 부평공장 해고노동자들이 한꺼번에 모여들었다. 목발에 의지해 인권위 진정접수처를 향해 힘겹게 발걸음을 옮기는 노조원을 비롯, 인권위를 찾은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크고 작은 상처를 안고 있었다.

이날 대우자동차 부평공장 노동조합의 강인회 위원장 직무대행은 지난해 4월10일 공장 앞에서 벌어진 경찰의 폭력 진압과 관련, 경찰의 재발방지 약속과 공권력 철수 등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강 직무대행은 피해 노동자 75명을 대표해 "폭력진압 나흘 전 인천지방 법원이 노동자들의 노조사무실 출입 허용을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노조 사무실로 정당한 진입을 시도했던 해고 조합원들에게 무차별 폭행을 휘둘렀다"며 당시 경찰 진압 장면을 담은 비디오 테이프와 부상 노조원들의 상해 진단서를 첨부했다.

대우자동차노조는 진정서 접수를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재발방지 대책과 피해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을 촉구했다.

대우자동차노조의 최종학 대변인은 당시 부상당한 노조원들에 대해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줄 것을 요구하며 다음과 같이 밝혔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다시는 이와 같은 유혈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국가가 책임소재를 명확히 밝히고, 심각한 정신 및 신체적 장애를 얻은 김모(33)씨 등 노조원 8명에 대해서는 '민주화운동에 관한 법률'에 의거, 국가 유공자로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경찰 진압과정에서 부상당한 사람이 유공자로 지정된 전례가 있다고 해 이 문제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협의 중이다."

'4.10 폭력진압' 당시 무차별 구타를 당하고 있는 대우자동차 노동자들.
최 대변인은 또 "경찰이 던진 것으로 보이는 돌에 맞아 왼쪽 눈이 실명한 조합원이 있는가 하면, 관절기능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서 "동료들과 이야기도 잘하고 활달한 성격이던 조합원이 우울증에 걸린 사례도 있다"고 소개했다.

노조원 정성호 씨는 "당시 유혈진압으로 심각한 정신장애까지 겪고 있는 엔진부의 한 노조원은 한 달 동안 집을 나가 가족들이 경찰에 실종신고까지 한 적이 있다"며 "현재 해고자들은 생계비를 벌기 위해 집을 담보로 대출도 받고 친지들로부터 돈을 빌려쓰고 있는 상황에서 병원치료비를 대기가 정말 힘들다"고 호소했다. 노조 측은 정부가 1차로 작년 5월까지 병원치료비를 지원해준 경찰에 대해 추가 비용을 지원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대우자동차 노조는 '솜방망이 징계' 끝에 슬그머니 복직한 당시 경찰 책임자들에 대해서도 엄중한 법의 심판을 요구했다. 최 대변인은 "당시 사태에 책임을 지고 직위 해제됐던 인천경찰청장과 부평경찰서장이 최근 복직해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형사처벌이 없는 한 정부의 재발 방지 약속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우차 노조원 과잉진압에 따른 지휘책임으로 직위 해제됐던 민승기 당시 인천경찰청장과 김종원 부평경찰서장은 작년 11월과 올 1월의 정기 인사에서 각각 경남경찰청장과 안성경찰서장으로 발령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 대변인은 또한 "당시 진압 병력이 인천시경뿐만 아니라 서울, 경기, 강원 등 전국에서 차출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자행된 폭력진압은 경찰청장의 지시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것이기에 진정서의 신고대상으로 이무영 당시 경찰청장을 명기했다"고 덧붙였다.

▲ 강인회 노조 직무대행(오른쪽)이 진정서를 접수시킨 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대우자동차 노조는 "회사측이 지난해 2월16일 1750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단행한 이후 현재까지 부평공장에는 사설경비원 150명과 경찰 3개 중대 병력이 상주해 있다"며 "이는 헌법 제33조가 보장하고 있는 노동3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부상당한 노동자 75명의 명단을 담은 진정서에는 하나같이 현재 수배중인 김일섭 노조위원장을 진정인으로 명기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인권위 측은 "동일 사안을 다룬 복수의 진정서들의 진정인이 한 사람이면 하나의 진정서로 처리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으나 강 직무대행은 "개별 사건을 대우노조로 취합해서 제출하는 것뿐이지 우리는 단 한 사람의 진정서가 아닌, 당시 피해자 모두의 이름으로 진정서가 접수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정 접수를 마친 강인회 직무대행은 1층 로비의 조합원들에게 "대한변협이 실시한 진상조사에서도 명백한 인권유린이라는 결과가 나왔다"며 "노동인권 사수를 위해 끝까지 투쟁하자"고 호소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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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꿈을 해몽한다" 작가 김훈은 "언어의 순결은 사실에 바탕한 진술과 의견에 바탕한 진술을 구별하고 사실을 묻는 질문과 의견을 질문을 구별하는 데 있다. 언어의 순결은 민주적 의사소통의 전제조건이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젊은 날을 "말은 질펀하게 넘쳐났고 삶의 하중을 통과하지 않은 웃자란 말들이 바람처럼 이리저리 불어갔다"고 부끄럽게 회고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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