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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시험 문제가 어렵다며 교육인적자원부 장관까지 사죄했던 작년의 상황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도 쉽게 출제되었다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말과는 달리 오히려 작년보다 점수가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능시험이 치러진 날(6일)과 다음날 아침까지는 모든 언론 기관에서는 앵무새처럼 작년보다 15점에서 20점 정도 점수가 오를 것이라는 황당한 보도를 해서 수험생들에게 깊은 좌절감을 안겨주었다.

그 와중에 성적을 비관해서 자살하는 수험생의 기사가 수능 끝난 다음날의 오후를 우울하게 했다. 평가원의 표본 채점 결과 점수의 하락이 확인되자 이제 그 탓을 고3 수험생의 학력 저하 탓으로 돌리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과연 그럴까 냉정히 되짚어 보자.

이번 시험에서 가장 어려웠다고 하는 언어 영역 시험을 예를 들어보자. 문제의 어려움과는 별도로 문제를 풀 수 있는 시간이 모자랐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수험생들이 많았다.

왜 그랬을까? 평가원의 출제 원칙대로 사고력과 창의력을 요하는 문제가 중심을 이루었고, 교과서 밖의 지문이 주로 출제되다보니 절대적으로 시간이 모자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일선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국어 교사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창의력과 사고력이 중심이 되는 문제일수록 시간이 많이 필요한 법이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지문을 대거 등장시켜 지문을 제대로 읽고 소화하기도 벅찬 상황을 만들어버렸다. 혹시 평가원은 창의력과 사고력을 순발력으로 잘못 이해한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쉽게 출제할 거라던 평가원의 취지와는 딴판의 결과가 단지 수험생의 학력 저하에만 원인이 있을까? 평가원의 출제 자체에 문제는 없었을까? 왜 모든 책임을 수험생에게 돌리려고 하는 것인가?

이번에는 작년과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모의수능고사(9월 3일)까지 실시하지 않았던가? 과연 문제는 어디에 있을까? 수험생의 학력 저하에 원인이 있는 것인가, 아니면 실험평가까지 해서 쉽게 출제하려던 평가원의 난이도 조절에 문제가 있었던 것인가?

수학능력고사 자체가 안고 있는 갖가지 문제점에 대한 논의는 미루어 두더라도 최소한 공신력 있는 기관의 출제에 문제가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그리고 그러한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거기에 대한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될 일이다.

매년마다 점수가 일관성 없이 큰 폭으로 오르락내리락 하는 문제가 어찌 제대로 된 평가 문제라고 할 수 있겠는가? 잘못된 출제의 탓을 수험생들에게 돌려서는 안될 일이다. 더구나 이 틈새를 파고들어 상업적인 이익을 취하려는 일은 더구나 용납되어서는 안될 일이다. 책임질 일은 책임지고 따질 것은 따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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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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