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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또 한 명의 입시생이 자살했다. 이번 수능에서 자기 점수가 예상보다 낮게 나왔다는 이유로 말이다.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주범은 학벌서열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공범은 언론이다. 유족들의 말에 따르면 그가 평균점수가 많이 올라갈 것이라는 언론보도를 본 다음 크게 실망했다고 한다.

그러나 한겨레는 사실과 다른 기사를 쓰고도 아무런 사과가 없다. 그 대신 오늘 신문 1면에다 난이도는 쉬워졌는데 수험생들의 학력이 낮아 예상과 달리 점수가 떨어졌다며, 어제 쓴 잘못된 보도를 정당화하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수험생의 학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자기들 예측이 틀렸다는 입시학원 관계자들의 뻔뻔스러운 변명을 신문 3면에 큰 제목으로 뽑아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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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그들이 말하는 학력은 무엇인가? 학생들이 객관식 문제풀이에서 몇 개 더 틀리면 학업능력이 전보다 떨어졌다고 해야하는가? 이것은 거짓 속임수다. 지금 수능시험은 학생들의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직 이른바 일류대에 갈 사람과 못 갈 사람을 효율적으로 갈라놓기 위해 있는 것이다.

학생들은 수능시험에서 '이 시의 주제로 적절한 것' 같은 '문제를 위한 문제'를, 단순 반복적인 문제집 암기를 통해 다른 사람보다 하나라도 많이 맞춰야 이른바 일류대에 갈 수 있다. 이런 처지에서 학업능력의 차이란 문제풀이 연습량의 차이일 뿐, 그것을 가지고 능력 운운하는 것은 본질호도다.

그리고 수능이 쉬었니, 어려웠니 하며 호들갑을 떠는 언론보도는 그 자체로써 문제다. '학벌로 권력을 독차지하는 대학'이 있으면 그곳에 들어가기 위한 입시경쟁은 어떤 식으로든지 있기 마련이다. 그러한 입시 경쟁 속에서 학벌로 권력을 독차지하는 이른바 일류대에 들어갈 사람을 적절한 숫자로 혼란 없이 뽑아야 하기 때문에 수능시험의 '변별력'과 '난이도'가 중요한 것이다.

이때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가슴을 더욱 졸이게 하고, 서로 눈치보게 해서 입시경쟁을 부추기는 것이 언론이다. 어제 한겨레에도 상위권은 면접과 구술고사에서 변별력이 높으니 그것에 맞추어 입시경쟁에 대비하라는 기사가 실렸었다.

이제부터라도 한겨레는 수능시험 점수를 갖고 이러쿵저러쿵하며 입시경쟁을 부추기는 보도를 그만두기 바란다. 언론보도와 수능시험에서 나타나는 살인적인 입시경쟁이 이 땅의 교육을 망치는 주범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라.

덧붙이는 글 | 이안승진(학벌없는사회 전국학생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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