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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최진수 중국주재 북한 대사는 베이징 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 직후 <연합뉴스>는 “북, 미국과 무조건 대화 용의 천명”이라는 '긴급' 뉴스를 보도했다. 이는 부시 대통령이 2일 ‘평화적 해결’을 천명한 다음날 나온 북측 입장이라는 점에서, ‘북핵 문제의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기대감을 낳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연합뉴스>의 '긴급' 보도 직후, 미국의 <뉴욕타임즈>는 “북한은 핵 프로그램 재가동하기로 한 결정을 옹호하다”라는 제목으로 긴급 기사를 내보냈다. 기사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중국주재 북한 대사의 기자회견 발표 내용을 보면, 기존의 북한의 입장은 거의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뉴욕타임즈>의 보도 직후, <연합뉴스> 역시 “북, 美에 대화제의- NPT탈퇴 위협”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재송고 했다.

또한 미 국무부는 핵포기와 불가침 조약 체결을 골자로 한 북한의 대화 제의를 거부함으로써, 미국의 대북강경책과 북한의 핵개발로 조성되고 있는 한반도 위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렇듯 한반도 위기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당선자 측은 북한과 미국에게 일종의 절충안을 제시하고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는 본격적인 중재 외교에 돌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연말연시 북미간의 공방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북핵 문제를 풀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문제를 풀 수 있는 '방안의 부재'에서 비롯되기보다는 북미 양측, 특히 철저히 비타협 노선을 고수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의 '정치적 의지의 결여'에 가장 큰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시 행정부의 마음을 돌리지 않는 한, 실제 북한의 핵무장을 포함한 한반도의 위기는 점차 고조되는 상황으로 흐를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ADTOP3@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변한 것이 없다

지난달 말 도날드 럼스펠드 국방방관의 "미국은 동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북한은 오판하지 말라"는 경고와 본격적으로 대북 고립 및 봉쇄를 추진한다는 이른바 '맞춤형 봉쇄' 방침이 전해지면서,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더욱 강경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했었다. 그러나 뒤이어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북한을 침공할 의사가 없다"며 '대화 용의'를 밝힌 데 이어,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연말과 연초에 "외교를 통한 평화적 해결" 방침을 거듭 천명하자 이번에는 미국의 대북정책이 온건해진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을 갖기도 했다.

특히 이러한 부시 행정부의 온건한 정치적 수사의 배경으로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당선자가 "대북봉쇄는 성공할 수 없다"며 '맞춤형 봉쇄'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 바 있다. 현 정부와 차기 정부가 미국의 대북강경책에 대해 단호히 반대의 뜻을 밝힌 것은 큰 의미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것이 곧 미국의 대북정책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에는 좀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자칫하면 또 다시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오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냉온탕을 오락가락하며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 관리들의 대북 발언은 일단 '정치적 수사' 차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즉, 발언 한마디 한마디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기보다는 일관된 정책적 흐름과 그 속에 담긴 의도를 이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윈윈전략을 거론하며 북한에게 "오판하지 말라"고 경고한 럼스펠드의 발언이 대이라크, 대북한 전쟁을 '동시에' 벌이겠다는 의미가 아니듯이, "북한과의 대화 채널이 열려 있다"는 파월의 발언 역시 부시 행정부가 대북대화노선으로 정책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10월 불거진 북핵 파문이후 미국의 일관된 정책 방향은 일단 무력 사용을 배제하되, "북한이 먼저 신속하고 검증가능한 방법으로 핵개발을 폐기하지 않는 한 협상은 없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북한의 핵개발 저지 방법으로, "외교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추구하되 점차 대북한 압력 및 제재의 수위를 높이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미 국무부가 1월 3일 북한의 대화 제의를 거부하면서 거듭 밝힌 원칙이기도 하다.

특히 부시 대통령이 2일 북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자국민을 굶주리게 하는 사람에게는 애정이 없다"며, "(북한) 국민이 굶주리고 있는 이유중 하나는 북한의 지도자가 경제를 강하게 하거나 국민들이 굶주리지 않도록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김정일 위원장을 강하게 비난한 것은 부시 행정부의 대북 인식에 변화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이 이처럼 무력 사용도 대화도 배제하면서 오랜 시간이 걸리는 '국제공조를 통한 대북한 압박과 고립'을 추진하고자 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의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그동안 공들여온 대이라크 전쟁의 차질을 우려하는 것이다. 둘째는 부시 행정부의 강온파 사이의 분열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는 '북한위협론'의 활용 가치에 대한 집착의 가능성이다. 특히 대이라크 전쟁이 끝날 경우 부시 행정부의 군사 패권주의 추구에 있어서 '북한위협론'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단기적으로 상황 악화 불가피할 듯

북한의 대화 제의에 대해 미국이 또 다시 일축함으로써, 북한이 취할 다음 조치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이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경우, 북한은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서 탈퇴할 것이라는 경고를 여러 차례 해온 만큼, 북한의 다음 수순은 NPT 탈퇴 선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NPT 탈퇴 선언은 1월 6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대북 결의안의 채택 직후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NPT 탈퇴를 공식 선언한다는 것은, 국제비확산체제를 통해 북한의 핵개발을 막을 수 있는 근거 자체가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북미간의 긴장은 더욱 고조될 것이 확실하다. 특히 미국은 이를 '북한 대(對) 미국'의 대결구조가 아닌 '북한 대 국제사회'의 대결구조라는 명분을 살릴 기회로 삼고, 유엔 안보리에 대북제재안 상정 등 93~94년 위기 당시와 비슷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다. 또한 주도적인 해결을 추진하고 있는 남한 정부의 입지 역시 좁아질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정부는 우선적으로 북한이 NPT 탈퇴를 선언하지 말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동시에, 실제로 북한이 NPT 탈퇴를 선언할 경우에도 대비책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당선자측에서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안 상정 및 북한의 재처리 강행을 막아야 할 '저지선'으로 상정하고, 이 전까지 현재 마련하고 있는 중재안을 중심으로 '대결 국면'을 '협상 국면' 반전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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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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