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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7일자 중앙일보 1면 머릿기사.
1월 17일자 중앙일보 1면 머릿기사.
핵문제를 둘러싼 북미간의 대결이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한미 양국이 북한 핵문제가 평화적으로 풀리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새로운 작전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끌고 있다.

16일자 <중앙일보>에 따르면, 한미연합군은 한반도 전쟁을 상정한 작전계획 5027(작전계획 5027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평화네트워크 홈페이지 www.peacekorea.org 참조)의 부속문서로 수도권 방어 능력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우발계획(Contingency Plan)'을 올 7월까지 마련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지난달 6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당시 도날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우발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는 것을 시인하면서,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당초 한국군은 '우발적인 상황'이 북한의 남침보다는 미국의 북폭에 의해 발발할 것으로 판단해 우발계획 수립에 반대했으나, 미국 측이 미군 구조개편에 따른 작전계획 수정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해 결국 동의했다고 중앙일보는 보도했다. 이는 결국 미국의 선제공격 전략을 북한에게도 적용하는 것을 한국도 동의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확한 사실 여부를 군당국은 밝혀야 할 것이다.

이러한 중앙일보 보도를 뒷받침하듯, 이준 국방장관은 16일 국회 국방위 증언에서 "북한 핵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이 안돼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경우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불가피하다고 본다"며 "우리군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미국의 북폭에 의해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일어날 가능성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대비를 강화하기로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수도권 방어 강화

흔히 미국이 쉽게 북한을 폭격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휴전선 인근에 집중 배치된 수천문의 장사정포와 야포로부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보호할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라고 언급되어 왔다. 이에 따라 우발계획에서는 북한의 야포를 조기에 제압하기 위해 다연장포(MLRS)와 하피(HARPY) 공대지 미사일, 대포병 레이더시스템(AN/TPQ-36,37) 등의 첨단 장비를 한미 연합군이 충분히 갖추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고 <중앙일보>는 전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대포병 레이더로, 이 레이더는 북한이 야포 발사시 포탄 비행경로를 역추적해 야포의 위치를 파악, 다연장포 등을 동원해 신속히 파괴하기 위해 배치되었다. 주한미군은 이미 이 레이더를 보유하고 있으며, '우발계획'에 따라 보유량을 늘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 공격 등에 대비해서, 패트리어트 최신 개량형인 PAC-3의 배치도 추진될 예정이다. 미국은 현재 대이라크, 대북한 전쟁 등에 대비해 PAC-3 생산량을 늘리고 있고, 수량이 확보되는 즉시 한국, 일본 등에도 배치할 계획이다.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북한의 지하요새 파괴무기 등 공격 능력의 배가 계획이다. 미국은 이미 위성유도탄 JDAM의 대량생산해 주력무기로 사용하고 있고, 주한미군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최첨단 신형 열화기화탄두인 'BLU-118B'의 생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일명 벙커 버스터로 불리는 GBU-28, 지하에 숨어 있는 대량살상무기 파괴용 AGM-86D 공대지 미사일, 딥 디거(Deep Digger)를 탄두로 장착한 CALCMs 순항 미사일, 원거리에서 발사가 가능한 JASSM 미사일, GBU-24 폭탄, JSOW 미사일 등 전례 없이 지하시설 파괴무기 개발 및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신무기들은 2003년에 집중적으로 실전배치될 예정이다.

너무나도 위험한 '우발계획'

이러한 한미동맹의 '우발계획'은 유사시를 상정한 군의 당연한 준비태세로 비쳐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한반도의 군사적 대치 상황 및 미국의 새로운 국가안보전략에 대한 안일한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한반도에서 전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한반도 전쟁'이 북한의 남침이 아닌 미국의 북폭에 의해서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상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의 핵개발 저지를 목적으로 한 미국의 선제공격 전략이 한국군의 동의하에 한반도에서도 관철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전통적으로 대북 억지에 주안점을 둔 한미동맹이 선제공격 전략으로 변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미 한미연합군은 '작전계획 5027' 98년 개정판에서 북한의 대규모 군사력 이동 등 남침 징후가 포착되면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는 계획을 포함시킨 바 있다. 이에 맞서 북한은 "선제공격할 권리는 미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며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여기에서 한걸음 더나가 2002년 개정판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제거하는 군사 작전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왜 7월인가"이다. 대이라크 전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미국은 한반도 위기 고조시 이에 대한 차질을 우려해, 최근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협상은 거부하면서 시간을 끌고 있다. 이는 이라크 문제 종결시 미국의 태도 변화를 암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부시 행정부의 한 관리는 지난달 말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좋은 (군사적)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즉, 미국의 북폭시 남한, 일본을 방어할 마땅한 수단이 없고, 북한의 지하요새 파괴 등 북한을 조기에 제압할 능력이 '현재'로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계획대로 7월까지 수도권 방어 강화, PAC-3 등 MD 배치, 지하시설 파괴무기 강화 등 전력 증강과 함께, 대이라크 전쟁이 끝나면,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러한 우발계획이 갖는 또 하나의 근본적인 위험성은, 지금과 같이 북미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 미국이 북한이 갖고 있는 가장 유력한 억제력을 상당 부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군사력을 배치한다는 것은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94년이나 98년말처럼 사실상의 (준)전시태세로 돌입하고, 전방배치 군사력의 강화, 미사일 발사 준비, 미국의 북폭 억제 수단으로 핵시설 전면 가동 등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상황이 여기까지 가면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은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을 군당국이 미국이 제안한 '우발계획'에 동의하고 함께 실행하기로 한 것은 대단히 실망스러운 일이다. 군에서는 북한의 핵무장이 현실화될 경우 우리의 안보를 위해서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평화적 해결 가능성을 더욱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 심각성이 있다.

우리군이 미군의 '우발계획'에 강력히 반대하고 어떠한 일이 있어도 미국의 선제공격은 허용할 수 없다고 할 때와 그렇지 못할 때, 미국이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노력에는 그만큼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즉, 우리군이 '최후의 수단'으로서의 군사력 사용에 둔감해질수록, 미국은 최후의 수단에 대한 유혹이 커질 수 있는 것이다. 군에서는 '우발계획'을 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 5027의 하부 계획으로 세운 것이기 때문에, 미국이 한국군의 동의없이 일방적으로 북한을 공격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그럴 수도 있고, 안 그럴 수도 있다. 미국이 한미연합사의 작전지휘하에 있는 군을 동원해 북폭을 할 경우에는 한국군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한미연합군의 작전통제를 받지 않는 미 공군 7사단이나, 한반도를 책임구역에 포함시키고 있는 미 태평양 사령부가 북한을 공격하려고 할 경우에는, 지휘계통상 미국 대통령의 재가만 있으면 가능하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미국에게 있어서는 정치의 한 수단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정치의 실패'이자 '민족공동체의 소멸'을 의미한다. 미국이 실제로 북한 핵시설을 폭격하면 한반도에서 체르노빌 사태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북한 전지역이 요새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한미동맹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조기에 전쟁을 종결시키기 위해서는 북한 전역을 초토화시켜야 하며, 이는 수백만의 북한 주민의 생명을 대가로 요구한다.

또한 아무리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해도, 수많은 남한 군인과 주민들의 생명, 그리고 피땀 흘려 건설해온 공동체의 희생은 불가피하다. 스커드나 노동 미사일이 남한의 원자력 발전소나 핵물질 보관소를 파괴시킨다고 가정해보면, 그 피해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것일 수밖에 없다. 미국의 군사적 자신감을 비판적인 눈으로 보지 못하고 이에 동조·편승하고 있는 우리군이 대오각성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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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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