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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성폭력근절을위한여성주의자연대회의'는 4일 오전 서강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성폭력 교수에 대한 교원징계재심위원회의 재심의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교수성폭력근절을위한여성주의자연대회의'는 4일 오전 서강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성폭력 교수에 대한 교원징계재심위원회의 재심의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 오마이뉴스 김지은

교육인적자원부의 교원징계재심위원회(이하 징계재심위)가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파면된 교수에 대해 '파면취소' 결정을 내려 논란을 빚고 있다.

징계재심위는 3일 지난 7월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파면됐던 서강대 H 교수가 학교 측의 징계에 불복, 재심을 청구한 사건에 대해 지난 달 27일 재심위를 열어 파면취소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징계재심위는 이번 결정에 대해 "서강대의 징계 절차 과정에서 중요한 과정이 빠져 징계받게될 교수의 방어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파면을 취소한 경우"라며 "절차가 잘못돼 재심의를 할 수 없으니 다시 징계 절차를 밟으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징계재심위는 "현재 서강대와 H 교수에게 이 내용이 담긴 주문을 통보한 상태"라며 "이번 주 내로 이같은 내용이 담긴 결정서를 확정해 H 교수와 서강대에 공식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추행 혐의로 해임된 동국대 K 교수, 징계재심위서 '정직 1개월' 결정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그간 대학 내 교수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연세대·서강대·이화여대 등 8개 대학 학생들이 모여 구성된 '교수성폭력근절을위한여성주의자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 측은 반발하고 나섰다.

연대회의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소희(20. 서강대 여성위원회 공동대표)씨는 "이번 사건의 경우 단순한 절차상의 문제라면 부족한 점을 보충해 재징계를 내리면 되지만, 재심위가 성폭력 사건의 본질이나 심각성 보다 절차에 더 얽매인다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지난 2000년 교수 성폭력 사건이 발생해 아직까지도 진통을 앓고 있는 연세대 총여학생회도 같은 의견을 냈다. 김한선혜 연세대 총여학생회장은 "서강대 H 교수 사건의 경우, 학교 측에서도 대책위의 진상조사-가해교수의 소명 및 피해자의 진술-징계위의 결정 등 신중한 절차를 거쳐 파면이라는 상응한 징계를 내린 것"이라며 "이를 단지 절차상의 문제를 이유로 파면취소 처분을 내린다면 누구보다 피해자에게 두 번의 고통을 주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한 회장은 교수 성폭력 사건에 대한 징계재심위의 몰이해도 꼬집었다. 김한 회장은 "제자를 상대로 성폭력 사건을 저지른 교수는 이미 스스로 교원으로서의 책무를 저버린 경우"라며 "그런데 재심위는 본래 역할에서 벗어나 그들의 잘못에 대한 '면죄부'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대한 근거로 지난 2000년 동국대에서 발생했던 K 교수 성폭력 사건을 예로 들었다. 이 사건은 동국대 사회학과에 재직 중이던 K 교수가 제자인 M씨를 성추행 해 학교 측으로부터 해임된 경우다. 그러나 이후 K 교수가 징계재심위에 재심을 청구했고, 이후 '정직 1개월' 판정을 받고 복직해 논란을 일으켰다.

김한 회장은 동국대 K 교수 사건에 대한 징계재심위의 결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동국대 사건의 경우 징계재심위 측은 '죄에 비해 해임처분이 너무 가혹했고 쌍방 당사자의 연령이나 관계, 행위가 이뤄진 장소 및 상황 등을 고려해볼 때 교수 신분을 박탈할 정도가 아니'라는 점을 이유로 해임에서 정직 1개월로 징계 수위를 낮췄다. 이는 그간 K 교수가 성실히 근무했다거나 동료 교수들의 선처 호소가 있었던 점 등 그가 저지른 성폭력과는 상관이 없는 사회적 지위와 능력도 반영된 결과였다."

"성폭력 교수에 대한 징계재심의에 전문 자문위원 의견 받아야"

연대회의 측은 4일 오전 서강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두 건의 교수 성폭력 사건에 대한 징계재심위의 결정을 비판하고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연대회의는 이날 "동국대·서강대 등 두건의 경우에 비추어 볼 때 징계재심위의 결정은 교수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각 대학의 노력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재심위의 결정은 해당 학교가 이를 따라야 하는 구속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해교수가 면죄를 받기 위해 재심의를 악용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회의는 징계재심위에 대해 ▲교수 성폭력 사건에 대한 특수성과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재심에 임할 것 ▲교수 성폭력 사건의 경우 이와 관련한 전문 자문위원의 참고를 받고 그 의견을 재심의 최종결정에 반영할 것 등을 요구하고, 서강대 측에는 "징계 재논의 과정에서 징계의 수위를 변동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징계재심위의 파면취소 결정에 대해 서강대 교무과는 "아직 결정서가 도착하지 않아 어떤 내용이 잘못 됐는지는 알 수 없으나 징계 과정에서 빠진 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결정서 내용을 살펴본 후 부족한 내용이 있으면 보충해 재징계를 내릴 것이지만, 징계수위를 낮추라는 의미이면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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