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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0일 북한의 핵무기 보유선언은 그간 미국측 관행을 보면 분명 북-미간 무력충돌이 야기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조용하게 진행되는 것은 갑자기 돌출된 핵무기 충돌 국면에 직면하여 부시행정부가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음을 뜻한다.

북한의 핵에너지 개발 억제라는 다루기 쉬운 단계에서 갑자기 엄청난 부담을 야기하는 핵무기 충돌 국면으로 변환되었기 때문에 이때까지의 쉬운 발걸음과는 전혀 다른 양상인 것이다.

이 때문에 부시 행정부는 지금 난처한 상황에 처해 있다. 행정 관료들이나 부시 대통령 모두 “모르는 것이 많다.” “북한과 이라크와는 다르다”는 등의 온건하고 신중한 표현을 하며 지금까지의 강성 외교와는 다른 대조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이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이제는 자신의 지지자들과 비판자들로부터 압박을 받기 때문에 마냥 이렇게 조용하게 보내지만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외형상으로는 온건한 대응을 하면서도 내면적으로는 군사적 충돌을 포함한 모든 가능한 선택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북한이 공식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한 상황에서 미측이 군사외교적으로 신중하고도 차분하게 대응하는 현 상황과 그 이전의 강경한 군사외교적 압박상황 중 어느 것이 정상일까?

이전에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외과수술형 폭격’, ‘선제 공격’ 등 군사적으로 대단히 거칠게 대응했음에 반해, 오히려 핵무기 보유가 공식적으로 선언된 이후에는 아주 차분하고 조용하게 대응해, 동일한 사안에 대해 대조적인 대응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 정확한 답은 바로 후자인 것이다. 핵무기 보유선언 이후 부시행정부의 행보가 정상적인 대응인 것이다. 이것은 북한핵문제에 대해 그 이전의 군사외교 대응이 과잉된 것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측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렇지 못하면 우리가 그동안 겪어왔던 것처럼 우리가 알지도 못한 가운데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과잉대응 및 그에 따른 무력충돌, 즉 전쟁 상황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그동안의 서방측 군사적 대응이 적실성이 있는 정당한 것이었는지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선언 이전의 북핵문제는 “의심”과 “의혹” 수준이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서방측의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 1994년도의 전쟁위기와 같이 실재 전쟁 상황으로 연결되기도 했으며 강도는 덜했지만 비슷한 위기국면이 수시로 반복되었다.

이 의혹은 엄청난 공포감을 한국인들에게 안겨주곤 했다. 이러한 조장된 공포감에 기반을 둔 “핵무기 개발 억제” “대량 살상무기 억제”라는 명분은 그 어떠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올 수 없게 만들었다. 너무나 압도적인 명분이었기에 수년 뒤 국방장관 페리의 회고록에 의해 전쟁위기의 실상이 밝혀진 이후에도 미국측의 과잉된 군사적 대응에 대한 논의는 없었던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선언으로 이제는 “의심”이나 “의혹”의 수준이 아니라 자타가 공인하는 “대량 살상무기 보유”국면이 현실적으로 또 명확하게 도래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강경하던 부시행정부는 군사적 대응을 하지 않고 오히려 온건한 외교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은 이라크와 다르다는 반응이 그러한 예이다. 미국의 관리들 역시 북한이 한 두 개의 핵무기를 보유한들 그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라는 평가절하식 대응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기존의 부시행정부의 강경대응과는 대조적인 이러한 논평이나 반응이 사실은 상황에 밀착된 정상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십 수 년동안 전개된 군사외교적 대응이 과잉된 것이었고 왜곡된 것이었다는 사실이 스스로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의 급변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주요 시사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과거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확인되지 않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전쟁국면으로 대응한 것은 명백하게 과잉된 것이었으며, (2) 설령 핵무기를 보유했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실재 군사적으로 할 수 있는 행위는 상당히 제한되어 있는 상황인데 수시로 군사적 충돌국면으로 나아간 것은 왜곡된 과잉대응이었던 것이다. 또한 (3) 북한 핵무기 보유로 군사적 긴장상황이 조성되었다고 하더라도 지금 전개되고 있는 상황과 같이 외교적으로 차분하고 평화롭게 풀어나갈 수도 있었던 일이라는 점이다.

이런 점에 대한 인식이 명확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서 또 이러한 왜곡된 과잉대응이 되풀이 될 수 있기에 깊이 유의해야 하는 것이다.

북한 핵무기 보유와 제한된 군사적 의미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다는 공식선언이 나온 시점이기에 비록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한반도 사정상 군사적 의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만큼의 충격을 안겨줄 정도로 큰 의미가 부여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이 제대로 이해되지 않으면 군사적 강경조치를 원하는 사람들에 의해 또 다시 증폭된 위기론으로 사회분위기를 압도하며 군사적 과잉대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운송수단의 제한으로 사용에 극심한 제약이 따른다는 점이다. 이것은 이미 논의된 사항이기에 별도의 논증이 필요없는 일이다. 전쟁시 제공권을 확보하지 못하는 북한사정상 공중투하의 한계가 있으며, 미사일을 이용할 경우에는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시킬 수 있는 기술미비로 사용에 제한적이 될 수밖에 없다. 또 백보 양보하여 그러한 고도로 세련된 기술을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이미 이라크전을 통해 잘 목격한 바와 같이 GPS시스템을 통한 정밀타격이 가능한 상황에서 발사대에 대한 정밀공격에 취약한 북한의 사정상 핵무기의 군사적 의미는 극히 적은 것이다.

둘째는 핵무기의 군사적 운용과 함께 반드시 논의되는 것으로 2차 보복능력(Second Strike Capability)을 들 수 있는데 지금의 북한 사정상 설령 핵무기를 몇 기 보유했다고 해도 2차 보복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 군사적 의미가 미약한 것이다.

핵무기는 대량살상 무기이기 때문에 사용하면 상대방의 반격을 생각해야 한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를 사용할 수는 있겠지만, 그럴 경우 상대측의 대량 살상 공격으로 자신들의 자멸이 예상되는 것이다. 제2차 공격능력이 확보되어 이쪽에서 핵공격을 하더라도 상대편이 핵공격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 군사적 의미가 커지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살공격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용에 큰 제약이 있는 것이다.

세 번째는 피아가 서로 공존하고 있는 협소한 지역에서 사용하기에는 대단히 부적절한 무기라는 점이다. 즉 핵무기는 파괴력이 가공스럽기는 하지만 한반도와 같은 협소한 지역에서 공격용으로 사용하기에는 대단히 부적절하다는 점이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원폭을 터트릴 수 있었던 것은 상대방이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 원폭의 추가적인 피해가 본토나 미군에 전혀 영향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반도와 같이 전쟁 당사자간 상호 인접한 경우에는 핵낙진 등 핵폭발 후유증이 지역적으로 광범위하게 또 시간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기 때문에 사용에 극심한 어려움이 따른다.

한번씩 중국 내륙 깊숙한 지역에서 발생하는 황사로 인해 멀리 떨어진 한국과 일본이 상당한 피해를 입는 것을 상상해 본다면 핵낙진 등이 한반도와 주변 지역에 발생시킬 치명적 오염이 얼마나 크고 광범위할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 자체 성격상 함부로 사용할 수 없는 무기인 것이다.

따라서 핵무기는 보유한다고 해서 곧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무기가 아니고, 다양한 핵폭발 실험과 핵폭발 이후 나타날 환경변화에 대한 여러 가지 실험이 추가적으로 이루어진 다음에야 사용 가능한 무기이다. 핵폭발 지점에서 어느 지역까지 사람들과 동식물 등이 피해를 입으며, 그 피해는 얼마 동안 어느 정도로 나타나는지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누적되어 있지 않으면 사용이 무모해지는 그러한 무기인 것이다.

북한은 이제 겨우 핵무기 보유 선언을 한 초보적 상태이기 때문에 (1)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을 정도의 소형화된 세련된 핵무기 제조기술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과, (2) 핵폭발 및 그 이후의 결과에 대한 다양한 실험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사용에 커다란 장애를 갖고 있는 셈이다. 군사 용도로는 최악의 상황시에 자체방어용으로 쓸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외에는 무용지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그래서 지금도 군사적 용도와 의미에 대해서는 평가절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그동안 조장된 북한핵공포에 대한 실체적 진실인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나오는 미국측 반응이 바로 가장 현실적이고 정상적이며 진실에 가까운 것이다.

백보천보 양보하여 설령 북한이 엄청난 핵으로 무장했다 해도 과거 러시아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경우처럼 협상을 통해 비핵화 혹은 그와 유사한 핵군축의 길을 걸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동안 획일적으로 유포된 조장된 북핵 공포와 과잉된 군사 대응 속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가능성을 배제한 채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도로 사실상 군사적 압박 혹은 군사적 대응과 연관된 외교 행위에만 의존하는 단선적 해법으로 내몰렸던 것이다.

북한이 진정 한반도에서 대량살상을 의도한다면 굳이 핵무기에 의존할 필요도 없다. ‘빈자(貧者)의 핵폭탄’이라고 하는 생화학무기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비용이 적고 간편한 것이다. 한반도는 바람의 풍향이 수시로 뒤바뀌는 상황이기에 북한이 악의를 품는다면 굳이 핵무기에 의존하지 않고도 생화학무기를 이용하여 그 의도하는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살펴보면 그동안 북한핵문제에 대한 서방측의 군사·외교 대응은 하나의 소동이나 호들갑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과잉되고 왜곡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국민은 그러한 소동의 볼모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지금 우리가 현실적으로 목도하고 있는 바와 같이 차분하고 평화적인 (군사적인 아닌) 외교 대응이 충분히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수시로 전쟁 위기나 긴장국면을 겪어야만 했던 것이다.

계속된 강경 압박외교의 결과 결국 북한의 핵무장을 공식화하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했다. 과잉된 군사적 조치만이 능사가 아니었던 것이다. 미국의 대부분 가정에서 총기소유를 하고 있지만 개인의 안전은 오히려 총기를 소지하지 않는 아시아 국가들보다 훨씬 더 위험한 상황 속에 처해 있다는 사실과 유사성이 있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의 과잉된 소동이나 호들갑은 한반도 전체의 공멸로 이끌 전대미문의 핵무력 충돌상황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우리 국민 모두가 정신을 차리고 더 이상 왜곡되고 과잉된 군사적 대응이 나오지 않도록 깊이 유의해야 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다음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기자는 <노오(No)라고 확실히 말하지 못하는 한국>(1992) <대북한 핵억제정책과 합리적 선택>(1995) 등의 책과 논문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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