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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횡령과 사기, 국고보조금 편취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꽃동네 전 회장 오웅진(59) 신부에게 징역 3년이 구형됐다. 검찰은 20일 오후 청주지검 충주지청 형사합의부(재판장 강영수 판사) 심리로 열린 제25차 공판에서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또 태극광산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로 역시 불구속기소된 꽃동네수도회 소속 윤아무개 수녀와 신아무개 수사, 박아무개씨에게 각각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아울러 명예훼손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충북환경운동연합 염아무개씨에게는 벌금 300만원이 선고됐다.

검찰은 구형에 앞서 "오 신부가 꽃동네 자금을 동원해 청원군 일대에 토지를 매입한 뒤 친인척 명의로 등기하고, 청주의 병원 토지 매입에도 꽃동네 자금을 사용했으며, 꽃동네회 수녀와 수사를 시설종사원으로 가장해 국고보조금을 편취했다"며 "또 태극광산 개발과 관련해서도 업무를 방해하고 명예훼손을 하는 등 대부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검찰은 "오 신부의 죄질이나 규모가 가볍다고 볼 수 없고 불투명한 회계처리에 종지부를 찍는다는 의미에서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지만, 천주교 신부로서 사회에 공헌한 점과 건강상의 이유를 고려해 징역 3년을 구형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검찰이 오 신부 외 4명에게 징역 3년 등 중형을 구형함에 따라 2년 가까이 끌어온 '꽃동네 사건' 1심 재판은 재판부의 최종 판결만 남겨두게 됐다.

23개월만에 막바지에 온 1심 재판

종교단체의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유례없는 수사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꽃동네 사건은 지난 2002년 7월 검찰이 오웅진 신부에 대한 은밀한 내사에 착수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검찰은 오 신부의 국고보조금 횡령 혐의를 잡고 내사를 시작했으며, 같은해 8월에는 법원으로부터 계좌추적 영장까지 발부받아 수사를 벌였다. 파장이 커지자 2003년 2월 오 신부는 꽃동네 회장직에서 사임했으며, 4월에는 검찰이 음성꽃동네 등 5곳에 대해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벌이기도 했다. 같은 해 6월 오 신부의 동생 오충진씨가 사기 혐의로 구속됐고, 검찰은 8월 1일자로 오 신부 등 꽃동네 관계자 4명을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이 2003년 8월 발표한 피의사실은 업무상횡령과 사기, 보조금의예산및관리에관한법률위반, 농지법위반(이상 오웅진 신부)과 업무방해, 명예훼손, 출판물에의한명예훼손,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위반에관한법률위반(이상 오웅진, 윤아무개, 신아무개, 염아무개 외 3명) 등이었다.

하지만 피의자와 변호인단이 혐의사실을 완강히 부인하면서 지리한 공방은 23개월간 이어졌다. 그 사이 심리공판만 25차례가 열렸고, 100여명 이상의 증인과 참고인이 법정에 불려나왔다.

변호인단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기소"

20일 오후 2시부터 6시30분까지 무려 4시간30분간 진행된 결심공판에서도 변호인단은 적극적으로 무죄를 주장했다. 특히 변호인단은 검찰이 익명조서 등 허위조서를 만들고, 강압적인 수사를 펼쳤으며, 증인과 참고인 진술을 꿰맞춰 억지로 공소를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꽃동네 변호인단 이상수 변호사는 국고보조금 편취 혐의와 관련 "검찰이 국고보조금을 편취했다고 주장하지만, 꽃동네 시설 4개에 허가된 시설종사자 정원(T.O)은 꽃동네회가 신청한 사람보다 훨씬 많다"며 "오 신부가 국고보조금을 편취할 의도를 가지고 허위로 시설종사자 신청을 했다면 남는 T.O를 소진하지 않고 남겨놓았겠느냐"고 검찰측 주장을 반박했다.

이 변호사는 또 형제자매를 통한 토지매입 등 횡령혐의에 대해서도 "외형상으로 보면 형제자매에게 (돈과 땅을) 준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토지매입을 위해 명의를 빌린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의 임광규 변호사도 "검찰이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내용으로 기소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변호사는 "검찰이 위법한 수사를 통해 공소사실과 관계없이 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더구나 검찰은 피의사실을 사전에 유포하고 익명조서 등 허위조서와 허위보고서를 작성해 수사 보고에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임 변호사는 또 "검찰이 증인과 참고인을 불러놓고 '구속조서를 쓰겠다'며 협박했다"고 말하며 수사 과정에서 강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임 변호사는 태극광산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검찰이 오웅진이라는 선량한 시민 한 사람을 범죄인으로 추궁하는데 맹렬했지만 금광으로 인한 환경파괴 문제는 외면했다"며 "지금도 금광으로 인한 각종 재해 때문에 맹동면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적극적인 반론을 폈다. 임 변호사는 또 폭력을 사용해 업무를 방해했다는 검찰측 주장에 대해 "폭력은 행사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또 태극광산측이 일부 언론과 손잡고 꽃동네에 대한 악의적 기사를 내보냈다고 주장했다. 임 변호사는 "KBS 정아무개 기자가 금광으로 인한 환경 파괴에 관해 열심히 취재했지만, 윗선의 압력으로 보도가 되지 않았다"며 "이는 고소인인 KBS의 김아무개 기자가 일반 기자가 아니라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요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 신부 등 눈물... "꽃동네 지켜달라" 호소

한편 이날 오웅진 신부는 최후 진술을 통해 "생명을 지키라는 하느님의 말씀이 있었기 때문에 꽃동네와 지하수를 지킨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신부는 또 "(꽃동네를 운영한) 지난 33년 동안 조국과 민족을 위해 마지막 피한방울까지 다 내줬다"며 "제발 지하수와 꽃동네만은 피해가 없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오 신부는 "오늘 (여기서) 재판을 받는 배경을 모르겠다"고 말해 검찰의 수사 의도에도 의혹을 제기했다.

오 신부의 최후 진술은 목소리가 잠겨 잘 들리지 않았지만, 오 신부는 진술 도중 선처를 호소하며 눈물을 보였다. 오 신부의 목소리가 잠기자 방청석에 앉은 100여명의 꽃동네 회원들 사이에서도 울음이 터져나왔다.

또다른 피의자인 윤아무개 수녀도 "꽃동네를 위해 일하면서 법정에 설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눈물을 흘렸다. 윤 수녀는 "피고인 신분인 오 신부에게 검사가 3년형을 구형하는 것을 보며 예수님이 가신 그 길을 생각하게 됐다"고 오 신부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아울러 윤 수녀는 "대한민국 헌법에 근거한 법률은 국민의 행복과 안전, 자유, 생명을 보호한다고 믿는다"며 "생존권에 위협을 느껴 광산을 반대한 것이 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신아무개 신부는 "이번 사건으로 꽃동네가 마치 범죄의 소굴처럼 비춰졌다"며 "정말 우리나라 국익을 생각한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엄청난 국익이 나오는 꽃동네를 지켜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오 신부를 비롯한 5명의 최후 진술은 1시간 가량 이어졌다. 오 신부 등은 결심공판이 끝나자 곧바로 차를 타고 법원을 빠져나갔다.

한편 오 신부 등에 대한 선고공판은 오는 8월 12일 오전 10시 충주지원 1호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꽃동네 오웅진 신부 검찰 수사 및 사건일지

▲ 2002. 7. 검찰, 꽃동네 오웅진 신부 국고보조금 횡령 등 혐의 내사 착수
▲ 2002. 8. 법원 계좌추적 영장 발부
▲ 2002. 12. 꽃동네 소속 성직자 240명, 청와대 등 '검찰 편파수사 중단' 진정서 제출
▲ 2003. 1. 21. <오마이뉴스> '꽃동네 오웅진 신부 후원금 횡령 의혹' 보도
▲ 2003. 1. 23. 꽃동네 자문변호사단 기자회견, 횡령혐의 부인
▲ 2003. 1. 27. 충북여성민우회 등 시민단체, 진상규명 촉구
천주교 청주교구, 가칭 '꽃동네 대책위원회' 설립
▲ 2003. 2. 8. 국회 가톨릭신도의원회, '꽃동네 정상화' 성명 발표
▲ 2003. 2. 26. 꽃동네 오웅진 신부 회장직 사임
▲ 2003. 3. 3. 천주교 청주교구, "꽃동네로 인한 사회적 물의 사과" 성명
▲ 2003. 3. 4. MBC, '꽃동네, 거지 신부님의 진실' 방영
▲ 2003. 3. 14. 김규헌 충주지청장, 기자간담회서 "강제수사 검토" 발언
▲ 2003. 4. 11. 검찰, 음성꽃동네 등 3곳 압수수색
▲ 2003. 4. 15. 검찰, 사랑의 연수원, 가평 꽃동네 등 추가 압수수색
▲ 2003. 5. 13. 산자부, 음성꽃동네 '태화광업 광업권 취소' 기각
▲ 2003. 5. 29. 김규헌 충주지청장, "6월 중순경 오 신부 소환" 발언
▲ 2003. 6. 12 오웅진 신부 동생 오충진씨 긴급체포
▲ 2003. 6. 14 오충진씨 구속
▲ 2003. 6. 16 천주교 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 성명 발표
▲ 2003. 7. 1 오 신부 검찰 소환 불응
▲ 2003. 7. 7 오 신부 검찰 출두(향후 6일간 소환 조사)
▲ 2003. 8. 1 검찰, 오 신부 등 꽃동네 관계자 4명 불구속 기소
▲ 2005. 6. 20 결심공판, 검찰 오웅진 신부 징역 3년 구형
▲ 2005. 8. 12 법원 선고공판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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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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