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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동네 설립자 오웅진 신부. 오 신부는 후원금 횡령 등의 의혹으로 최근 검찰의 수사를 받아왔다.
꽃동네 설립자 오웅진 신부. 오 신부는 후원금 횡령 등의 의혹으로 최근 검찰의 수사를 받아왔다. ⓒ 연합뉴스
천주교 청주교구는 3월3일 보도자료를 통해 "(오 신부의 검찰 수사와 관련) 물의가 빚어진 것에 대해 사과한다"면서 오 신부의 사퇴 사실을 밝혔다.

오 신부는 지난 2월2일 청주교구쪽에 꽃동네 회장직 영구 사임 의사를 전달했고, 청주교구는 2월26일자로 오웅진 신부의 사임을 결정했다.

꽃동네 변호인인 손광운 변호사는 이와관련 "과거에도 최근에 불거진 문제와 비슷한 것들 때문에 논란이 됐었고, 꽃동네 내부에서도 (오신부의) 운영방식에 대한 이견이 많은 것에 대한 수용으로 보아달라"면서도 "현재 검찰 수사에서 제기되고 있는 핵심 의혹이라고 할 수 있는 13억원(가족 명의의 통장에 보낸 돈)과 부동산 투기 의혹과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손 변호사는 또 "검찰이 수사에 나서고 일반인들도 여러 언론의 보도 때문에 후원자수가 급감하는 등으로 꽃동네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면서 "오 신부의 퇴장은 꽃동네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대승적인 견지에서 이뤄진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날 청주교구쪽에서 배포한 보도자료 요약이다.

1. 최근 꽃동네로 인해 사회적 물의가 빚어진 것에 대해 깊은 사과 말씀 드린다.

2. 꽃동네 창설자 오웅진 신부는 2003년 2월2일 회장직 영구 사임의사를 밝혔다.

3. 천주교 청주교구는 오웅진 신부가 꽃동네 운영 일선에서 완전히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확인하고, 2003년 2월26일자로 오웅진 신부의 사임을 결정했다.

4. 천주교 청주교구는 꽃동네 운영을 적극 지도해나갈 것이며, 꽃동네 수도자들과 더불어 꽃동네가 거듭나도록 계속 노력하겠다.

5. 그동안 꽃동네 가족을 사랑해주신 국민과 회원, 자원봉사자들께 감사드린다. 앞으로 변함없는 사랑과 후원을 부탁한다.

천주교 청주교구 꽃동네 대책위원회 신순근 신부 위원장


이날 청주교구의 한 관계자는 "오 신부의 사퇴는 검찰 수사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면서 "범죄사실은 검찰의 수사 결과를 보면 알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천주교의 한 관계자는 오 신부의 사퇴와 관련 "늦었지만 교회쇄신을 위해 함께 반성하고 노력하자는 사목적 다짐으로 생각된다"면서 "본의 아니게 누를 끼친 국민과 선의의 자원봉사자들에게 거듭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2001년 2월 2일 충북 음성군 꽃동네에서 열린 서원식에서 꽃동네 설립자인 오웅진 신부(왼쪽)가 자신을 하느님께 영원히 봉헌하는 종신서원을 하면서 천주교 청주교구 장봉훈 주교로부터 축성반지를 받고 있다.
2001년 2월 2일 충북 음성군 꽃동네에서 열린 서원식에서 꽃동네 설립자인 오웅진 신부(왼쪽)가 자신을 하느님께 영원히 봉헌하는 종신서원을 하면서 천주교 청주교구 장봉훈 주교로부터 축성반지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한편 오 신부의 꽃동네 회장직 사퇴가 검찰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검찰은 그러나 오신부의 사퇴와는 무관하게 일단 수사를 계속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오 신부의 사퇴와 관련, '오 신부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오는 4일 MBC의 시사프로그램인 'PD수첩'(저녁 11시5분)에서 60여분동안 예정돼 있는 꽃동네와 관련된 방송을 앞두고 전격 사퇴 사실을 발표해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사건을 취재해 온 일간지의 한 기자는 "지난 90년대 말에도 오 신부가 천주교 내부의 문제로 꽃동네에서 물러난 적이 있다"면서 "오 신부는 그 뒤 얼마 후에 다시 복귀했는 데, 개인적으로 사퇴한 것은 중요치 않고 검찰의 수사 결과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말부터 오 신부의 횡령 혐의 등에 대한 내사에 착수해 수사를 벌이고 있는 청주지검 충주지청은 최근 오 신부의 가족과 측근 등을 잇따라 소환 조사하는 한편, 최근에는 청주지검에서 파견한 부부장 검사의 파견 기간을 늘리는 등 수사력을 강화해 집중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8월 중순 법원으로부터 계좌추적 영장을 발부받아 10여개의 금융기관으로부터 최근 10여년간의 거래내역을 조사했으며, 내사과정에서 오씨가 꽃동네 후원금 등 관련 계좌로부터 가족들의 명의의 계좌로 10억원 이상의 돈을 입금한 사실을 확인했다.

한편 이날 오 신부의 사퇴 사실이 알려지자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오후 3시 혜화동 사무실에서 꽃동네 관련 긴급 상임위원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상임위는 이날 회의에서 사제단 소속 젊은 신부들보다 좀 더 경험있는 신부들을 중심으로 4,5명의 신부가 꽃동네 문제 관련 모임을 구성해 상시적으로 활동하기로 했다.

사제단 소속 신부들은 또 꽃동네 문제 뿐 아니라 이번 사태로 불거진 천주교 전체의 문제점에 대해 "함께 반성하고 기도하자"는 운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사제단 소속 한 신부는 "사순절을 맞아 이번 사태에 대해 모두 함께 포용하고, 함께 반성하고, 기도하자는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3일 전격적으로 발표된 오 신부의 꽃동네 회장직 사태에 대해서는 "단순히 오 신부가 물러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겠느냐"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오웅진 미스터리 숲을 보아달라"…"꽃동네 땅 일부 상속은 잘못"
[반론 인터뷰] 음성 꽃동네 손광운 변호사

ⓒ오마이뉴스 권우성
"오웅진 미스터리의 숲을 봐야지 나무만 보고 문제를 삼을 수는 없는 겁니다."

음성 꽃동네의 변호인 손광운 변호사가 28일 오전 <오마이뉴스> 사무실을 방문해 인터뷰를 자청하면서 여러차례 강조했던 말이다.

하루전인 지난 27일 <오마이뉴스>가 "청와대는 꽃동네의 '민원 창구'-의원· 장관· 도지사는 '바람막이'"라는 제목으로 실은 기사에 대한 항의성 방문에서 쏟아낸 말이다.

손 변호사는 이어 "숲은 오웅진 신부가 13억원을 가족통장에게 준 것에 대한 가족축재 의혹과 부동산 투기 의혹이고, '구명 로비', 투표 부정설 등은 나무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가족 축재와 부동산 투기는 절대로 없었다"고 단언했다.

특히 손 변호사는 꽃동네의 돈이 오 신부 가족명의의 통장으로 흘러 들어간 것과 관련 "검찰이 계좌추적에서 13억원이 나와서 이를 기초로 수사한 것으로 아는 데 검찰은 돈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면서 "이중 3억원은 관정업자인 오 신부의 동생에게 공적으로 전달했고, 토지대금과 관련한 10억원은 외관상 '횡령'이지만, 돈의 쓰임새는 현도사회복지대학 부지매입 등 공적 용도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에대한 송금서류와 회계자료는 검찰에 제출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부동산 투기라는 표현은 한마디로 넌센스"라면서 "필요없는 땅을 왜 그렇게 많이 획득했을까라는 비판을 받을 수는 있지만, 땅을 되판 적도 없는 상황에서 투기로 몰아가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손 변호사는 오 신부의 공과와 관련 "너무 팽창위주로 운영했고, 초기부터 치밀하게 회계처리를 하지 못했던 점 등은 비판을 받을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팽창의 동기는 순수했고, 98년부터는 회계처리 방식도 투명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손 변호사는 '현재까지 오 신부 가족명의로 된 꽃동네 땅은 없다고 말했는 데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바에 가족 명의의 땅이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우리가 미처 확인을 하지 못해 그런 것들이 있을 수 있지만, 일부분일 것이다"라고 물러섰다.

손 변호사는 또 기자가 '지난 96년 오 신부의 형제 중 청원군 문의면에 위치한 꽃동네 땅을 상속까지하고, 이에 대해 근저당을 설정해 대출까지 받은 것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 확인요청하자 "조카가 꽃동네 땅인줄 모르고 근저당을 설정해 3000만원을 대출받은 것이 있지만, 곧바로 갚았다"면서 "이것은 법적으로 처벌을 받아야겠지만, 오 신부의 잘못이 아니라 조카의 잘못이다"라고 말했다.

손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그간 오 신부가 역대 정권에 의사표시한 것은 오해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그걸 정치적인 색깔로 볼 수는 없는 것"이라면서 "'김회장 도와줘' '대통령 도와줘'라고 말할 수 있는 게 그의 카리스마이고, 오 신부가 그럴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뜻에 따라 봉사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꽃동네는 오웅진 신부의 것도 천주교의 소유도 아니라 국민의 것"이라면서 "1년에 기부문화에 대한 봉사를 체험하기 위해 꽃동네에 다녀가는 사람들만도 60여만명이 되는 상황에서 오웅진 신부가 떠나더라도 꽃동네는 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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