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왜곡교과서의 채택을 저지하기 위해 일본 구마모토 현을 방문한 충남교과서방문단이 3박4일의 활동을 성공적으로 끝마치고 귀국했다.
충남일본어교육연구회와 전교조충남지부 역사교사모임, 충남역사교육연구회, 충남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소속 회원 16명으로 구성된 이번 방문단은 오는 8월 중학교 역사교과서채택을 앞두고 있는 구마모토현 내의 각 자치단체장과 교육위원회 등을 방문, 새역모측에서 만든 ‘후쇼샤’ 교과서를 채택하지 말아 줄 것을 요청했다.
지난 20일 출국한 방문단은 구마모토현 교육청을 비롯한 11개의 교과서채택 지구 중 채택 가능성이 낮은 기쿠치시를 제외한 10개의 자치단체를 모두 일일이 순방하면서 역사왜곡교과서의 문제점과 이에 대한 한국국민의 우려를 전달했다.
송인준 방문단장은 각 자치단체의 시장 또는 교육장 등을 만난 자리에서 “구마모토 주민들은 그동안 충남과의 교류를 통해 평화와 헌법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우리는 그러한 모습을 항상 존경해 왔다”며 “이번 역사교과서 채택과정에서도 그러한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요청했다.
이어 ‘충남도민이 구마모토 현민들에게 드리는 역사왜곡 교과서 불채택 참여 요청서’를 전달하고, 한중일 3국 학자들이 공동집필한 ‘미래를 여는 역사’ 책을 참고자료로 전달했다.
뿐만 아니라 방문단의 순방에는 구마모토 현내 각 자치단체에서 역사왜곡교과서채택을 반대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는 구마모토현민의회와 교과서네트워크 등 일본 시민단체회원들이 10여명씩 동행, 자신들의 의견도 함께 전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방문단을 맞은 각 자치단체의 단체장 등은 한국국민들의 우려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또한 일본 청소년들의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해 공정한 교과서선정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겠다는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특히 혼도시의 야스다 시장은 “교과서선정의 권한은 교육위원회에 있지만, 한국국민들의 우려하는 마음이 이번 교과서선정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양국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한국과 일본이 진정한 우정을 나누는 관계가 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반면, 방문단을 맞은 히토요시 교육청 관계자는 “방문단의 의견을 상부에 보고하고, 전달받은 요청문에 대해서도 충분히 잘 검토해 보겠다”며 사무적인 태도로 일관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반된 태도에 대해 구마모토에서 교과서불채택 운동을 벌이고 있는 다나까씨는 “히토요시는 구마모토에서 ‘후쇼샤’교과서를 채택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라며 “왜곡교과서 채택율 0%를 기록한 지난 2001년과는 다르게 구마모토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전했다.
방문단의 이러한 활동에 대해 일본의 지역언론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방문 첫날 기자회견을 통해 방문단의 방문목적을 설명하자 이를 취재한 지역 3개 방송사와 일간지 등이 방문단의 일정과 목적을 자세히 소개했으며, 마지막 날에도 방문단의 성과와 순방 소감 등에 대해 자세히 보도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방문단의 활동은 ‘후쇼샤’교과서의 문제점에 대해서 인식을 갖지 못하던 구마모토현 주민들에게 교과서선정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11개의 교과서채택대상 지구 중 히토요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자치단체에서 교과서불채택 요구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받아냈다는 점에서는 커다란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받을 수 있다.
또한 이번 방문단의 활동과정에서 민단과 조총련계 인사 등이 함께 참여하여 활동을 도와 역사바로잡기에 사상과 이념을 초월하여 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도 커다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커다란 성과에도 불구하고 왜곡교과서의 불채택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후쇼샤‘ 교과서를 만들고, 이의 채택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고자 하는 ’새역모’측의 활동이 만만치 않기 때문.
이들은 이미 대부분의 자치단체에 청원서를 제출, 자신들의 교과서를 채택해 줄 것을 건의해 놓은 상태로 알려졌다. 또한 이러한 자신들의 요청이 받아들여 질 수 있게 하기 위해 자민당과 보수 세력들을 통한 압력과 로비활동도 치열하게 벌여나가고 있다는 게 현지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민간으로 구성된 충남교과서방문단이 뿌린 씨앗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한국정부와 자치단체, 정치권 등의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 | "왜곡교과서 불채택을 위해 한국에서 우리와 함께 해 달라" | | | 역사왜곡교과서 불채택 운동을 벌이고 있는 미나미 가요꼬(51)씨 인터뷰 | | | |
| | ▲ 미나미 가요꼬(51)씨 | ⓒ장재완 | | 구마모토현 내 각 시정촌 교육위원회 등에 청원서를 보내 역사를 왜곡한 교과서를 채택하지 말아줄 것을 건의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는 미나미 가요꼬씨를 만났다.
미나미 씨는 많은 일본인들이 왜곡교과서의 채택을 저지하려고 움직이고 있으나, 예측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국 시민단체 등에서도 이러한 일에 더욱 적극적으로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음은 미나미씨와의 인터뷰 전문.
-어떤 단체에서 일하고 있나?
“국제연합NGO인정단체 신일본부인의회 구마모토현 본부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어떤 활동을 주로 하는가? 언제부터 활동했나?
“평화에 관련한 일, 또한 어린이에 관련한 일들을 한다. 또한 여성과 관련된 일들도 하기도 한다. 어린이들을 살리는 일에 관심이 많아서 처음 활동을 하게 됐고, 벌써 20년째 활동하고 있다.“
-왜곡교과서 불채택 운동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소개해 달라.
“구마모토 의회와 교육위원들, 또한 각 시정촌의 교육청, 교육위원회 등에 역사왜곡 교과서를 채택하지 말아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PTA연합회(학부모 교사 학생 등이 참여하는 단체로서 우익성향의 단체) 등에도 청원서를 보내서 왜곡교과서 불채택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그러한 활동을 같이하는 단체회원은 얼마나 되나?
“구마모토에만 1200명 정도된다. 전국적으로는 약 20만명 정도 된다. 우리단체는 생긴지가 42년이나 된 단체다. 그렇다 보니 회원도 꽤 많다.“
-다른 단체회원들도 함께 동조하나?
“그렇다. 구마모토현민의회 등을 비롯한 많은 시민단체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고, 특히 히토요시에서는 교사모임, 여성모임, 교원단체 모임 등이 함께 참여하여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일본인들이 벌이는 교과서불채택운동에 대해 시민들의 반응은 어떤가?
“우리가 지적하는 문제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대부분 교과서를 채택하면 안된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매우 조금이다. 이는 뉴스의 영향이 크다. 어느 언론이건 교과서문제는 보도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야스쿠니 신사에 대한 참배의 문제점은 보도해도 교과서문제는 관심 밖이다. 반면에 정부나 우익단체들은 선전을 매우 잘한다.“
-한국에서도 교과서불채택을 위해 이렇게 날아왔는데, 앞으로 교과서불채택운동의 전망은 어떻게 보는가?
“예상하기가 매우 어렵다. 지금은 학부모들이 역사선생님에게 건의하여 이를 받아주던 예전과는 전혀 다른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예상하기가 어렵다. 우리도 교과서불채택을 위해 청원서를 보내지만, 새역모 측에서도 자기들의 교과서를 채택해 달라고 공문으로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우리와 함께 열심히 노력해 달라.” | | | | |
| | "빡빡한 일정에 몸은 지쳐도 마음은 뿌듯" | | | 쉴틈없는 3박4일 일정...방문단 강행군 펼쳐 | | | |
| | | ▲ 충남교과서방문단이 구마모토내 교과서채택지구 중 '후쇼샤'교과서 채택가능성이 가장 높은 히토요시를 방문, 역사왜곡교과서 불채택을 건의하고 있다. 가장 왼쪽이 송인준 단장. | ⓒ장재완 | 이번 충남교과서방문단의 활동은 민간사절단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 활동이라 할 수 있다. 10개의 자치단체를 일일이 방문하고, 각 지역의 시민단체를 만나 불채택운동에 있어서의 공조를 약속했으며, 두 번의 기자회견 등을 통해 여론형성 작업에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특히 방문 이틀째와 사흘째는 현남과 현북조로 나누어 최대한 많은 곳을 방문하기 위해 점심을 도시락으로 해결할 정도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하지만 이러한 강행군에도 불구하고, 방문단은 전혀 지친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기 위해 밤늦게까지 활동을 펼치는 등 방문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방문단 단장 송인준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상임의장은 “잠시의 휴식시간 조차 없을 정도로 몰아치는 일정에 비록 몸은 힘들지만 우리 국민들의 우려하는 마음을 일본 관계자들과 또한 국민들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지치는지도 몰랐다”며 “올바른 한일관계와 아이들에게 밝은 미래를 만들어 주는 일에 동참했다는 자부심에 마음이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