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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바라본 용산미군기지. 남산이 보인다.
ⓒ 박신용철
'용산기지 공원화 선포식' 행사가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시민단체와 서울시 등에서 전면공원화를 요구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는데도 정부는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주한미군대책기획단은 지난달 25일 관계부처와 기관에 '미군용산기지 공원화 선포식 행사 초청대상자 파악'이라는 협조공문을 발송했다. 내용은 8월 24일 오전 10시 국립 중앙박물관에서 개최 예정인 용산기지 공원화 선포식 행사 참여 대상자 명단을 사전에 파악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 공문을 보면 행사 주요 참석대상은 용산공원건립추진위원회 위원(민간위원 및 정부위원 포함), 관련 정부기관장, 서울시민·용산구민 등 관련 국민대표 8백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특히 환경부에는 재경(在京)지역 환경단체 회원 50명을 추천해달라고 추천명수까지 거론했다.

반대 입장의 시민단체도 명단에 올려 참석 요구

이날 행사는 7월경 수립되었고 용산공원 영상물 상영, 추진경과 보고, 공원화 선포식 등 약 40분 가량 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용산기지 공원화 선포식의 목적을 "용산 미군기지를 국가 주도의 공원으로 건립하겠다는 정부의 뜻을 선포해 공원조성에 국민 참여 유도", "용산미군기지 반환과 공원건립에 대한 올바른 정보전달을 통해 범국민적 공감대 형성 및 참여 확산 도모"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2000년부터 용산기지 전체를 생태공원, 역사문화공원 등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왔고, 시민참여를 배제한 정부주도의 일방적 태도에 비판적이었다.

녹색미래 측은 지난 달 26일경 환경부가 팩스로 보낸 '미군용산기지 공원화 선포식 행사 초청대상자 파악'이란 제목의 공문을 받았다. 당시 환경부 민관협력과 한 관계자로부터 전화통화를 받은 녹색미래 조윤경 팀장은 "(전화 분위기가) 고압적이었다"고 전했다.

조 팀장은 환경부 관계자에게 행사 내용을 자세히 확인하려 했지만 '거기 보면 모르나, 급하니 빨리 (참석자 명단을) 줘야 진행한다, 빨리 연락달라'는 식의 답변만 받았다. 녹색미래는 행사에 참여한다고 했다가 추후 내용을 파악해보니 정부주도의 복합개발을 포함한 공원화 방안이라는 것을 알고 참석을 취소했다.

녹색미래 이정수 사무총장은 "공문을 보니 국무총리실 내 용산민족역사공원건립추진위원회에서 주관하는 행사로 환경부를 통해 환경부 등록단체에 초청요청을 한 것을 보인다"며 "정부주도의 특별법안을 만들고 국가가 용산공원화를 주도하는 형식인데 '비전 선언'이라고 하면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녹색연합도 용산공원화 선포식 행사 참여 공문을 받고 반발했다. 반환예정 용산기지에 대한 환경오염 치유 문제 해결을 선결과제로 요구해왔고, 용산기지 일부를 복합 개발해 평택미군기지 이전비용으로 충당하려는 정부 방침에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데 환경부는 사전에 참석 의사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무작위로 참석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단체는 항의하며 명단에서 삭제해줄 것을 공식 요구했다.

녹색연합 녹색평화국 고이지선 간사는 "건교부에서 용산공원화 관련 특별법을 입법예고한 상태에서 서울시나 환경단체의 반발이 있는데도 공원화 선포식 행사를 추진하는 자체가 문제"라며 "의견수렴을 한다고 위원회를 꾸렸는데 거의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규모 행사를 통해 무마하려하는 것으로 문제가 있다"며 "정부가 반환기지 환경치유 문제에 대해 거의 손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여주기식 행사로 그칠 것"이라고 비난했다.

시민참여 없어... "또다른 개발사업 될 것"

▲ 중앙문화재연구원은 지난해 9월 용산미군기지 문화재시범조사를 실시했다. 다양한 문화유산이 확인되었다. 그림은 발견된 지점을 보여주고 있다.
ⓒ 중앙문화재연구원
정부의 용산공원화 계획은 2004년부터 꾸준히 추진되어왔다. 정부는 2004년 1차 연구용역과 2005년 2차 연구용역을 실시했다. 올해 3월부터는 '용산민족·역사공원 홍보전략 수립 및 컨설팅' 용역을 실시하고 있다.

여론조사전문기관이 수행하고 있는 용산공원 홍보전략 제안서를 보면 올해 8월까지 공원화 기본사항을 결정하고 상반기 중에 '용산민족역사공원건립특별법(가칭) 정부안을 마련했다. 올해 중 지형도, 지적도, 건물 등 구조물 및 환경조사, 국내외 공원조성 선행사례분석 등을 실시하고 9월부터는 명칭 및 캐릭터 공모 등 공원구상안을 홍보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시민의 목소리는 담기지 않았다. 2005년 7월 1년 4개월의 기간으로 마무리된 용산기지공원화기획자문위원회도 시민여론 수렴이라는 명분만 제공한 형식상의 기구로 전락했다.

국무총리령으로 구성된 용산민족역사공원건립추진위원회도 별반 다르지 않다. 민간공동위원장인 선우중호 명지대 교수는 5공 정권 때 '금강산 댐 붕괴론'과 평화의 댐 건설을 주도했던 인물이고 민간위원 대부분이 용산공원화와 관련해 전문성이 있거나 깊은 고민을 하지 않아왔던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

정부는 24일 개최 예정인 행사에 쉬쉬하는 분위기다. 국무총리실 주한미군대책기획단 홈페이지에는 행사에 관한 안내 글이 전무하다. 용산공원립추진단측은 행사 전날인 23일 보도 자료를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화유산연대 김성한 사무처장은 "참여정부가 결국은 귀와 눈을 닫은 닫힌 정부로 전락하는 상황을 반증하는 사안"이라며 "일반시민들이 막대한 세금부담을 해야 하는 장본인들인데도 반환되는 용산기지를 직접 보지도 못한 채 정부의 계획에 따라 용산기지의 공간성은 사라지고 국가공원이라는 명분 아래 또 다른 개발 사업으로 귀결될 상황에 놓여 있다"고 우려했다.

국무총리실 용산민족역사공원건립추진단 측은 시민참여를 배제한 채, 용산민족역사공원 계획을 추진하지 않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김선태 서기관은 "정부에서 국가주도의 공원조성을 선포하는 행사에 대해 시민참여를 배제한다는 것은 의미가 맞지 않다"며 "단체, 학계 등 각계각층을 초청해 행사를 하려는 것이다. 행사와 관련해 시민참여를 배제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단체도 많이 초청하려 했는데 명망가들은 참여하지 않는 것 같다"며 "실무자들에 따르면 시민단체 대표, 간부들이 휴가기간이어서 연락이 잘 안된다고 했고 계속 파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은 24일 행사 당일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앞에서 용산기지 전면공원화, 사회적 여론수렴을 통한 추진 등을 요구하며 정부주도의 공원화 방안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용산기지 공원화 계획, 왜 논란인가?

용산공원화를 둘러싼 논란은 건설교통부가 발표한 '용산 민족역사공원조성 및 주변지역정비에 관합 특별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촉발되었다.

건설교통부가 7월 28일 입법예고한 특별법(안)은 정부 주도의 국가공원을 조성한다는 명분 하에 서울시의 '용도변경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용산기지 중 메인포스트와 사우스포스트 부지를 대상으로 공원화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그런데 특별법안은 복합개발을 통해 미군기지 이전비용을 충당하겠다는 캠프 킴, 미군수송단, 유엔사 부지 외에도 용산공원조성 지구(메인포스트와 사우스포스트 부지)도 용도변경을 통해 상업시설로 개발할 수 있게 명시되어 있다.

서울시의 반발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부분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상암DMC 등 대체부지를 제공할 의사도 피력하면서 전면공원화를 요구하는 모양새다.

그런데 서울시가 지난 4일 제출한 의견서를 보면 전면공원화를 요구한다기 보다 용산기지의 메인포스트와 사우스포스트 두 지역의 경계를 명확히 하자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울시가 전면 공원화를 공식 요구하지 않은 것은 이미 용산기지 주변지역에 대한 도시기본계획이 확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30여개 환경단체로 구성된 한국환경회의나 문화연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등으로 구성된 '용산생태공원 조성을 위한 시민사회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의 일관된 입장은 전면공원화다. 당연히 정부의 특별법안에 반대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특히 시민사회단체들이 정부의 용산공원화 계획에 강한 우려를 표시하는 것은 계획 수립과정이 밀실추진이라 할 만큼 시민사회의 참여를 배제해왔다는 점이다.

30여개 환경단체는 지난 17일 건교부에 전달한 특별법안 의견서에서 "용산 공원은 폭넓은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서 조성해야 하며 특별법(안)은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보다 세밀하게 반영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로 건교부가 추진한 이 법안은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연내에 국회 상정을 목표로 삼고 있다.

내년부터는 종합기본계획 수립과 부문별 조성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시행해 미군기지 이전이 완료되는 2009년부터 본격적인 공원조성과 주변지역 정비를 진행할 계획이다.

용산공원화를 둘러싸고 미군기지 이전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복합개발이 불가피하다는 중앙정부와 메인포스트와 사우스포스트 두 지역만큼은 공원으로 못 박아야 한다는 서울시, 그리고 전면 역사생태공원화를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겹쳐져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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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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