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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국민들만 '봉'으로 전락했다. 2004년부터 미군기지 반환을 위한 사전 절차로 추진된 환경오염조사 및 치유 문제가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막대한 혈세 부담만 지우게 됐다.

외교·국방·환경부는 13일 개별 브리핑을 통해 제9차 한미동맹정책구상회의(SPI)에서 반환에 합의했던 15개 기지 중 매향리사격장을 제외한 14개 기지의 반환절차를 마쳤다고 밝혔다.

정부는 반환미군기지 환경협상에서부터 국회와 국민들에게는 '오염자부담원칙'에 따라 미측이 오염을 치유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지난해 7월 14일 열린 제9차 SPI회의에서 미측이 일방적으로 통보한 15개 기지의 반환원칙에 합의해주었다 .

환경부는 같은 해 7월 19일 국회 환노위 협상보고를 통해 "이번 협상결과는 당초 우리 정부가 원하던 수준에 미흡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SOFA규정에 구체적인 치유기준이 없는 현실에서 지난 1년간 협상을 해오면서 완전한 치유을 요구하는 어렵다는 점과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면서 우리 안보에 기여한 점 등을 고려해 부분적인 협상 타결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환경부가 주장했던 것처럼 반환기지 환경치유 협상은 SOFA 환경규정에 '구체적인 치유기준이 없는 현실' 때문일까. 더 심각한 문제는 미군기지 환경오염문제를 '협의'의 대상으로 전제하고 있는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 부속서 A'에 있다.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 부속서 A에는 한미양국 상호 합의하에 절차를 면제하지 않는 한 환경조사를 실시하도록 되어 있다. 통상 이전 계획 날짜로부터 통상 12개월 이전에 조사절차를 시작하고 105일간의 3단계 환경오염조사 절차가 종료되면 30일 이내에 SOFA 환경분과위 한미 양측 위원장에게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SOFA 및 관련 합의문에 부합하게 치유가 요구되는 어떠한 오염에 대하여도 협의하고…(5. 환경조사 후 정보교환 및 치유합의 가항)'

'EJWG(환경공동실무위원회)는 적절한 치유 수준, 치유 방법, 사후관리 방법과 일정을 포함하는 치유 조치에 관하여 협의한다(상기 나항)

'위의 협의 사항을 적절히 고려하여 반환되는 시설과 부지에 대하여는 미측의 비용으로 미측이, 공여되는 시설과 부지에 대하여는 한측의 비용으로 한측이 SOFA와 관련 합의서에 부합하게 치유조치를 계획하여 실시한다(6. 시설과 부지의 치유 및 이전)'


한미양국은 SOFA 환경분과위 '협의' 절차를 거쳐 SOFA 시설구역분과위에서 '개별 시설과 부지의 반환/ 공여를 위한 권고문'을 작성하고 합의된 권고문을 SOFA합동위원회에 상정해 승인 절차를 거쳐 최종 반환/공여된다.

한미양국의 환경관련 규정은 조사 및 치유수준, 방법 등 제반 과정을 합의가 아닌 '협의'를 전제로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측의 반환미군기지 환경협상은 SOFA 환경절차 위반으로 점철되어 왔다.

그런데도 한국정부는 "재협상은 어렵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미측은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양해각서의 상위법인 '한미SOFA협정' 제5조를 들어 '원상회복 의무'가 없다고 주장해왔고 결과적으로 이를 관철했다.

정부가 제9차 SPI에서 15개 기지에 대한 반환원칙에 합의했을 때, 상호 협의가 아닌 "미측이 8개항을 치유 완료하였다고 통보한 15개 기지는 SOFA 절차에 의해 반환" 하기로 통보받은 것이었다. 이들 기지 중 매향리사격장은 환경오염조사도 실시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환경부·국방부는 같은 해 8월 7일~9월 8일경까지 반환에 합의한 15개 기지를 대상으로 8개 항목에 대한 검증작업을 벌였다. SOFA 환경절차에는 한미공동으로 검증하도록 되어 있지만 미측은 참여를 거부했다.

"공동 접근·실사 및 모니터링에 대한 요청은 SOFA환경분과위원회 한미 양측위원장 중 일방에 의해 시작된다…SOFA 환경분과위원회 한미 양측위원장은 상호합의에 의해 공동접근·실사 및 모니터링을 승인한다.('SOFA 환경조항 이행을 위한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

정부가 13일 발표한 14개 기지 반환 완료 브리핑에서도 미측이 약속했던 8개 항목 제거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로 넘겨 받았고 지난 2월달 한미SOFA 시설분과위에서 미측과 뚜렷한 합의없이 단독보고서를 제출, 반환절차를 완료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한미 양국은 2월 13일 열린 SOFA합동위에서 각각 자국의 보고서에만 서명, 제출해 합의반환이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양해각서 및 부속서에는 오염자부담원칙을 명시한 듯한 인상을 주지만 '협의'를 전제로 하고 있어 현재와 같은 불평등한 미군기지 반환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불합리하고 불평등한 반환협상을 중단하고 한미SOFA협정 제5조를 개정해 미군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SOFA 환경조항을 우선 개선해 '협의'가 아니라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미군기지 반환 절차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치범 환경부 장관은 2006년 9월 27일 긴급행동 대표단과의 면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SOFA 환경규정에 대해) 외교부와 원칙적으로 정보 비공개 조항 삭제와 명확한 환경정화 기준과 방법을 마련하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개별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SOFA를 개정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향후 이를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한미양국은 2011년까지 40여개의 미군기지 반환을 앞두고 있다. 총 58개 반환대상 미군기지 중 1/3을 반환받았다. 미측은 SOFA 환경절차를 계속 위반해왔다. 앞으로 미측은 이를 가이드라인으로 삼을 것이고 정부는 국민의 '등을 쳐' 미군의 환경범죄에 면죄부를 주게 될 우려가 크다.

대한민국의 환경주권을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부담은 국민에게 지우면서도 불합리한 협상을 진행한 관료들은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녹색연합의 다음과 같은 논평를 곱씹어야 할 때다.

"아무것도 변한지 않았다. 미군은 기지를 떠났고 한국은 쓰레기를 떠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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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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