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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전의 태안 만리포 해변. 2007년 12월 12일의 풍경이다. 어제 같은데 2년 전이고, 2년 전이지만 어제나 다름없다. '삼성'과의 법정 싸움이 계속되는 한 저 풍경은 현재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2년 전의 태안 만리포 해변. 2007년 12월 12일의 풍경이다. 어제 같은데 2년 전이고, 2년 전이지만 어제나 다름없다. '삼성'과의 법정 싸움이 계속되는 한 저 풍경은 현재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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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로운 얘기부터 하자면 노친께서 병상생활을 하시는 상황에서, '태안예총' 행사 준비 등으로 11월 하순에는 몹시 바쁠 것을 예상하여 12월 첫 주간의 칼럼을 일찌감치 써 두었다. 그런데 태안신문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매월 말쯤이면 으레 오는 전화다. 매월 첫 주간에 나가는 내 칼럼 순서를 다시금 알려주는 전화인데, 그 전화를 받을 적마다 그새 한 달이 갔나? 새삼스럽게 세월 빠름을 절감하곤 한다.

그런데 이번 전화는 좀 특별했다. 태안 유조선기름유출사고 2주년(12월 7일)을 맞게 되는 시점이므로 12월 3일치 신문에는 기름유출사고에 관한 글이 나갔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난감한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써보겠다고 했다. 몹시 바쁜 상황에서 다시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우면서도, 기름유출사고와 관련하는 절절한 감회가 다시금 가슴을 치는 듯해서 일순 쓰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벌써 2년, 태안기름유출사고로 죽다 살아난 나

나는 기름유출사고 때문에 거의 죽을 뻔했던 사람이다. 전국에서 태안성당으로 오는 수많은 천주교 신자 자원봉사자들을 작업 현장으로 안내하고 작업 요령을 설명하고 이런저런 뒷바라지를 하는 것이 당시 태안성당 총회장이었던 내 임무였다. 떡국으로 점심 급식을 한 이후에도 혼자 남아 뒷마무리를 하고, 고맙다는 인사로 배웅을 하곤 했다.

 태안 기름유출사고는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과거 베트남 전장에서는 고엽제를 맞았고, 태안 '기름과의 전쟁'에서는 세균 감염이라는 '전상(戰傷)'을 입었다.
 태안 기름유출사고는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과거 베트남 전장에서는 고엽제를 맞았고, 태안 '기름과의 전쟁'에서는 세균 감염이라는 '전상(戰傷)'을 입었다.
ⓒ 지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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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루종일 기름 냄새를 맡고 돌아와서는 밤늦도록 내 본업인 글 짓는 일을 해야 했다. 그런 일을 넉 달 넘게 하다 보니 과로 누적으로 면역력이 저하되는 현상이 빚어지고 말았다. 그리하여 세균 감염으로 종격동(심장과 폐와 식도 사이)에 염증이 생기게 되었고, 하찮은 것인 줄 알고 오래 방치한 탓에 팔과 다리로 농양이 번져 급기야는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었고, 119 구급차에 실려 가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순천향대 천안병원에서 2주를 보내고 서울 강남성모병원으로 옮긴 이틀 후에 수술을 받았다. 흉부외과 수술 3시간 30분, 정형외과 수술 4시간 수술 후 아홉 시간만에 회복실에서 나올 수 있었다.

5월 18일 입원했다가 6월 30일 퇴원했으니 40일 넘게 병상 생활을 한 셈이다. 집중치료 과정에서 약물을 과다 복용하고 매일같이 고단위 항생제가 지속적으로 투입된 탓에 중간에 장출혈도 겪었고, 신장을 다쳐 지금도 수치가 오르락내리락하는 신장을 치료하느라 애를 쓰고 있다. 좋아하던 술도 금기식품이 되었으니, 인생의 즐거움이 반감된 셈이기도 하다.

나는 베트남전 참전 용사로 고엽제후유증 환자다. 당뇨라는 질병을 관리하기 위해 오랜 전부터 오후에는 2시간씩 걷기 운동을 지속해왔다. 그것으로 혈당 관리를 잘 해왔다. 그런 생활 리듬이 기름유출사고로 완전히 깨어지고 말았다. 그것은 내 몸의 약점을 스스로 무시하거나 망각한 탓이 아닐 수 없다.

지금도 신장 치료를 계속하면서, 혈당 관리를 하면서도 적당히 술을 즐겼던 2년 전을 그리워하다 보면 깊은 슬픔에 젖기도 한다. 이렇게 태안 기름유출사고는 내게 큰 회한을 안겨주는 것이 되었다.

법정 다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태안군 소원면 의향리 소근진 해변의 2007년 12월 20일의 풍경이다. 오후인데도 해무가 있었고, 해무 속에서 자원봉사자들의 기름제거작업이 펼쳐졌다.
 태안군 소원면 의향리 소근진 해변의 2007년 12월 20일의 풍경이다. 오후인데도 해무가 있었고, 해무 속에서 자원봉사자들의 기름제거작업이 펼쳐졌다.
ⓒ 지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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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기름유출사고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언제 과거완료형이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돌이켜보면 사고 후 몇 달 동안은 정신 없이 '기름과의 전쟁'에 몰두해야 했고, 그 후부터는 태안 바다가 다시 살아나고 있음을 널리 알리는 일에 신경을 써야 했다.

병상생활 이후 건강치 못한 몸으로도 주일마다 타지역 성당들을 다니며 내 신앙문집들을 판매하는 일을 했는데, 그때마다 자원봉사를 오신 분들께 태안군민의 감사를 전하고, 여러분 덕분에 태안 바다가 잘 회복되었음을 알리곤 했다. 그러면서 가해자측인 삼성과의 법정 싸움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삼성과의 법정 싸움이 언제 어떤 식으로 종결될지 알 수 없지만, 설사 형식적으로 종결이 된다 하더라도 삼성과의 악연의 고리는 쉽게 풀어지지 않을 것이다. 삼성과의 악연의 고리가 계속되는 한 태안 기름유출사고는 언제까지나 현재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오늘 태안 기름유출사고와 관련해서도 삼성의 실체를 확연히 감지할 수 있다.  똥 누러 갈 때와 똥 누고 나왔을 때의 태도가 확연히 다른 것은 인지상정일 수밖에 없지만, 삼성의 태도는 너무도 쩨쩨하다. 우리는 오늘도 그 '철벽'을 상대로 피해 보상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충남 태안의 <태안신문> 12월 3일치 '태안칼럼' 난에 게재된 글입니다.



#태안기름유출사고#삼성재벌#법정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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